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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풍 west wind Aug 22. 2024

" 어른의 죽음 "

A Beautiful Moment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

그리고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해 갈 수 없다는 것


최근 지인이 내게 '노인' 하면 무엇이 떠오르냐고 물어왔다.

나는 '생명을 오래 살아내고 있어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대화 맥락상 그가 원한 방향의 답변이 있는지라 그는 나의 대답에 약간 머쓱해했다.


인생 3/4분기쯤 살고 있으려나?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를 때도 많고, 여태 준비도 못하고 있는 것들도 수두룩하다. 

'에고(ego)'도 중후 장대 해져서 변화하는 것도 쉽지 않고,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도 멋진 명언 정도쯤으로 와닿는다.

  

2년 전 이어령 선생님께서 소천하셨다.

암투병을 세상에 알리고 죽음을 마주하며 시대와 교감하는 지성의 모습을 보이셨다.


내게는 선생님을 모시고 일했던 짧지만 귀한 시간이 있다.

국가 한시 조직에서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선생님께서 쏟아내는 경계가 없는 온갖 지식과 인사이트 그리고 아이디어의 폭포수를 맞으며 개안()하는 행운의 시간이었다.    


한시 조직의 업무가 끝나 조직이 해산된 지 몇 해 후, 선생님께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을 연락되는 대로 초대해 종로 내자동에서 조촐한 저녁을 내시고 함께 노래방을 간 적이 있다. 당신께서는 생애 처음 가는 노래방이라고 하셨다.

그때가 선생님께서 1년간 교토 대학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신 직후다.  

그날 교토에서 난생처음 비닐봉지에 계란 몇 알을 사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 쓸쓸했던 시간에 대해 얘기하셨다.  이렇게 혼자 자다 죽으면 누가 발견도 못할까 싶어 방문을 열고 주무셨다는 말씀도 기억난다.

1mm라도 더 밀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철인과 같은 지식인으로 만 알아왔던 선생님에게 뭔가 변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몇 년 후 '지성에서 영성으로'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마치 니체가 말한 철인이 신에게 굴복하는 인간이 된 것같은 느낌이 잠깐 스쳤던 것 같다.

화두는 생명으로 이어졌다.

선생님의 셀프 디스하는 인터뷰도 미디어를 통해 종종 접할 수 있었다.

당신의 앎에 대한 열정은 죽음 앞에서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아니 죽는 순간까지 죽음을 똑바로 마주 보며 알고 싶어 하셨던 것 같다.

선생님의 새로운 책출간 소식은 돌아가시는 날까지 계속 이어졌다.


그사이

멀리서 소식을 듣는 나에게 선생님은 명철한 지식의 철인에서 존경하는 어른으로 다가왔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부드러운 얼굴의 투명한 노인의 모습으로

모두에게 잘 있어요 라는 약간은 울컥이는 영상을 남기셨다.


" 어른의 죽음은 아름다웠다."


https://youtu.be/0JcHnYImplk?si=pN9jha4gS9ubYW8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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