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eautiful Moment.
2022년 6월이었던 것 같다. 광화문 고층빌딩 사이 짧은 샛길을 지나가던 중이었다.
한쪽 편은 정원처럼 정비되어 나무들이 우거져 있고 샛길 바닥 보도블록의 다른 한편은 여러 모양의 돌의자들이 보기 좋게 주요 통로를 빗겨 서서 배치되어 있는 샛길이었다.
나는 무심코 보도블록을 보면서 바닥 돌사이에 인조풀을 깐 것은 좀 아쉽네라고 생각하며 걸아가던 중
시선에 걸린 돌의자를 우연히 훑어보게 되었다.
그러던 중, 돌의자 밑동에 바짝 기대어 숨어 있는 작고 특이한 뭔가를 발견!
오홍~? 호두알 크기만 한 회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털뭉치 같기도 했다.
자세히 보니 참새보다 작은 박새의 아기새였다.
혼잣말로 "어머! 어머나 애기네... 이런 이런..." 하면서 지나가던 나는 이내 발길을 다시 돌려 그 돌의자 앞에 앉았다. 나를 의식하는 듯 아기새는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않았다.
혼자 중얼거리다 고개를 들어보니 건물을 관리하는 젊은 청년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아기새가 있는데 잘못해 이쪽으로 떨어진 것 같다며 안전하게 나무로 보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청년은 난감한 웃음을 머쓱하게 짓고는 말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냥 가던 길을 가기에는 마음에 걸려 나는 아기박새가 있는 돌의자 쪽으로 다시 다가갔다.
이번에는 앉은 자세에서 더 몸을 낮춰 고개를 숙이며 아기박새와 정면으로 눈을 마주쳤다.
;; 웬 인간이 거대한 얼굴을 들이밀며 다가온 것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박새의 깨알만 한 검은 눈은 두배로 커지고, 엄청 긴장을 했는지 몸도 더 동그레 졌다.
"애기야 여기 이렇게 계속 있으면 안 돼..."
"엄마새는 어디에 있니? 암튼... 방법은 날아서 안전한 나무 위로 가야 해 아기새야."
아기새는 눈을 재차 번쩍 뜨고는 중얼거리는 나를 바라보며 부르르 떨기만 했다.
나는 내가 아기새를 안전하게 제대로 옮겨줄 수도 없고 그것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에휴.. 한숨을 지으며 일어나 건물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5분도 안되어 다시 그 샛길로 돌아간 나는 머쓱하게 건물을 관리하는 청년과 눈을 마주쳤다.
"...아직도 있나요? 애기새."
대답이 없는 청년을 잠시 바라보다 박새가 있는 돌의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멀리서도 아기박새가 그대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아직도 그 자리에 있는 박새를 바라보며 혼잣말로 "괜찮아 박새 애기야~" 하면서 다가갔다.
하늘은 맑고 아기 박새가 있었을 정원의 나무들에서는 여러 새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이라도 어딘가로.. 동물관리협회 같은 곳을 찾아서 연락을 해야 하나? 순간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그때 아기박새가 그동안 딱 붙어 있던 약간 파여있는 돌의자 밑동에서 쫑쫑 세 걸음을 튀어서 샛길 보도블록으로 나오는 게 아닌가?
너무 대견한 생각이 들어 걸음을 재촉하며 "어머! 박새야~" 하고 부르는 순간.
그 순간 아기 박새는 마치 만화처럼 45도 각도로 점프하듯이 날아올랐다.
마치 호두알만 한 솜뭉치가 중력을 거부하며 가볍게 튀어 오르는 것 같았다.
"와~~!!!"
45도 비행 포물선의 여운을 남기고
어느새 아기박새는 높은 나무 가짓사이로 사라졌다.
"와~ 와~와~~!!!" 하면서 나는 혼자 환호를 하면서 박수를 쳤다.
"너무 잘했어 너무 잘했어 대단하다 대단해!" 정말 기뻤다.
목소리가 너무 큰 것 같아 갑자기 뻘쭘한 생각이 들어 뒤를 돌아보니 그 청년도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웃으며 나무를 가리켰다.
여전히 정원의 나무들에서는 여러 새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이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정말 작은 아기새가 혼신의 힘을 다해 뛰어 날아오르는 장면.
아마도 새의 첫 비행이자 도약이었을 것이다.
내게는 그해에 경험한 가장 감동스러운 순간 중에 하나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당시 아기박새의 입장에서는 자꾸 다가가는 내가 무서워서 죽을힘을 대해 날아 올랐을지도 모를 일이다.
당시 내가 데빌의 역할이었던들 어떠랴~ 역할은 역할로, 그 너머 진심은 통하는 법이리라.
아기박새는 자신 스스로의 힘으로 날아올라 안전한 곳으로 돌아갔으니!
되었다.
온 힘을 다해 뛰어 날아오른 아기박새에게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