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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풍 west wind Jun 26. 2024

" 둘, 트윈, 따블 "

A Beautiful Moment

비 오는 날 애견미용센터는 일이 많지 않다고 한다.

원래 있던 예약도 캔슬되는 경우가 많고, 간혹 강아지를 안고 예약 없이 들이닥치는 손님도 거의 없다고 한다.

몇 달 전 비 오는 날 애견 미용사인 친구의 가게에 들른 날이 바로 그날이었다.


열심히 경제유튜브 방송을 듣는 그녀의 가게에서 함께 라면을 끓여 먹었다.

오락가락 비가 내리고 서로가 지난 한 주의 소소한 얘기들을 꺼내 수다를 떨던 중

댕그랑~ 경쾌하게 애견센터 현관문에 달린 종이 울린다.


대략 어르신급으로 추정되는 아주머니 두 분이 강아지 한 마리씩을 안고 불쑥 들어오신다.

날씬하고 건강해 보이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두 분은 번갈아 가며 말한다.

우리는 동네 혼자 사시는 편찮으신 어르신 댁에 들러 살펴드리는 봉사를 하고 있다고.

편찮은 어르신이 키우는 강아지 두 마리의 미용을 대신 맡기러 왔다고.


손님이 없어 심드렁하던 친구의 얼굴에 순간 웃음꽃이 번지고, 그녀는 싹싹한 애견미용센터의 사장님으로 변신하며 말한다.

"안녕하세요~~ 강아지들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두 분이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이구동성

"모르는데예"

친구가 얘기한다. "강아지 이름을 알아야 하는데요~?" 방끗.


두 분 중 한 분이 빨간 핸드폰 커버를 한 손 스냅으로 능숙하게 휙 펼치며 돌봐드리는 할머니께 전화를 한다.

아주머니 1.   (핸드폰 통화)   이름을 알아야 한다는데 얘~ 네? 네.

아주머니 2.   (친구를 바라보며) 할머니가 다 돌아가시게 됐다 아임니꺼

두 분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리니 스테레오 스피커가 켜진 것 같다.

아주머니 1.  (핸드폰 통화)   네. 네. 또경이. 또순이. 네네

아주머니 2.  (잠시 내려놓은 강아지 두 마리를 바라보며) 근데 야들은 우짤라고... 둘씩이나..


한 분의 통화가 마무리되자 멀뚱이 쳐다보는 나를 두 분이 동시에 바라보시며

"우덜은 좋은 일 하는 겁니. "

"할머니 보살펴드리는."

"근데 개~도 돌봐야 하네. "

합창소리와 같다. 두 분이 동시에 웃으신다.


친구네 가게로 놀러 온 입장인지라 무심코 바라보고 있었는데... 우엥?

두 분이 한 사람처럼 보인다. 사투리 섞인 목소리며, 표정, 고불고불 파마머리 헤어스타일까지 똑같다.

생각도 못한 것을 발견한 사람마냥 나는 "어... 어? 어! 어... "


두 분이 할 얘기를 다하고 가시자 친구가 웃으면서 얘기한다.

" 쌍둥이 어르신들 오랜만에 보지?"

" 나는 지금도 너무 똑같이 생기셔서 어느 분이 어느 분인지 잘 몰라 ㅎㅎ"

나도 100% 동의.

" 와~ 정말 그러네. 아무 생각 없다가 나중에 깜짝 놀랐어! ㅎㅎㅎ"


함께 자랐어도 이렇게 중년의 나이에 딱 붙어서 함께 다니기가 쉽지 않을 텐데.

자매가 없는 나는 그렇게 싸우던 언니동생도 나이 먹으면서 서로 강력한 연대로 보듬어주는 경우를

종종 보는지라 자매가 있는 친구들이 내심 부러웠었다.

그날 오랜 시간을 함께한 쌍둥이 어르신 자매를 보니 이 두 분은  얼마나 한 몸처럼 서로를 챙길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새삼.

쌍둥이 두 분이 함께 움직이시니 두 마리의 개를 키우는 할머니도 척척 도와드리고 좋은 일도 두 배가 되는구나~

라면도 혼자  먹는 거보다는 둘이 먹는 게 맛있고!

역시, 둘 트윈은 하나보다 따블로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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