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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풍 west wind Jun 17. 2024

" 유리창엔 햇살이 "

A Beautiful Moment

의지만큼 욕심만큼 열심히 한만큼 이루어지는 때가 있다.

그리고 그 당연한 마법이 작동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 때가 있다.


그런 그 어떤때, 원치 않는 순간에 게다가 가장 빛날 것 같은 순간에 천재지변처럼 일자리를 잃었다. 

충격은 긴 시간 가시지 않았다.

나의 야심 찬 인생후반전의 블링블링한 계획도 이젠 어떻게 될지 모를 위기의 상황이었다. 


생각을 집중하며 밤이고 낮이고 불 꺼진 방안에 모로 누워있었다.

처음엔 왜 이런 상황이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루 이틀 한 달이 넘도록 나는 불 꺼진 방바닥에 모로 누워있었다.


심장은 간혹 불규칙해졌다. 그리고 모로 누운 어깻죽지 어딘가가 결려오기 시작했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나는 그냥 모로 누워있었다.  

깜박 잠이 들다 끊임없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런 끝없는 시간이었다.


단 하나의 유일무이한 예술공간을 개발하리라 마음먹으며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혼신의 힘을 다했다.

존경해 마지않던 예술가들과 함께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오래오래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나무와 풀과 숲이 있는 언덕을 산속을 걸으며 부지답사를 하였다. 

자연이 나와 팀을 반기는지 그 장소에 가면 여러 나무들이 손을 흔들고 꽃잎을 뿌려주기도 하였다. 

공간, 자연과 교감하며 영혼을 불어넣고 

건축과 조경으로 뼈와 큰 살을 붙이고 예술로 뜨거운 피가 돌게 하는

이 프로젝트는 마치 하나의 유기적인 생명을 만드는 일이라 생각했다.

우리의 유산이 되어주렴. 

그리고 내가 지구에 왔다간 흔적.

감동적인 것이 벅차올랐다.


그런데

이제 일은 멈추었고 나는 직장을 잃었다.

명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이른 40대 싱글여성

좌절된 프로젝트... 여러 난망한 상황들


이제 나는 불 꺼진 방안에 바닥과 한 몸이 되어가고 있었다.   

불면증 그리고 말할 수 없는 우울감이 찾아왔다.

일중심 생활에서 온전한 휴식을 제공했던 나의 집은 이제 나를 고립되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전히 어두운 방바닥에 누워있던 나는 문득 모든 것이 이상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아가던 무엇인가가 끝날 때가 되었는데 끝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일에 관해선 완벽주의에 가까웠던 나는 모든 일을 척척해내는 사람이었기에

일로 치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이 정도 하면 뭔가 솔루션을 찾아 결과를 만들어 냈을 시간이었던 것이다.  


'이건 아니지...' 하는 순간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내 생각이 다르게 생경하게 느껴졌다.

'헛! 이건 뭐지...?'


마침 어두운 방안 유리창에 여명이 스며들어오는 중이었다.

점차 희뿌연 햇살이 방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답답한 몸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누운 채로 나는 발로 이불을 걷어찼다. 

그리고 바닥에 누운 나는 고개를 돌려 시선을 올려 창문을 쳐다보았다. 


그리곤 유리창에 햇살이. 


빛이 점점 만개하며 부드럽게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 빛이다."

가슴이 담담하게 차올랐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아 결려오는 어깻죽지 어딘가를 더듬더듬 찾아 만졌다.

500원짜리 동전보다 큰 두툼한 굳은살이 만져졌다.


"저게 빛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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