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행복해지는 법
불행에서 도망치면 행복이 손을 흔들고 있을 거라는 순진한 착각
노력이 인생을 통제할 수 있을 거라는 가냘픈 오만
육아휴직 초기에는 회사를 쉰다는 관점에서 꽤나 행복감을 느꼈다. 사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이런 종류의 행복은 "행복"이라는 단어보다 "자극"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육아휴직 서류를 제출할 때, 회사 안에서 나를 꾹 짓눌러왔던 정신적 압박을 밟고 일어나 소리 없는 함성을 지르며 일종의 승리감에 취했다. 방랑자 DNA를 지닌 종자들은 회사생활을 해나가는 게 얼마나 고되고, 회사를 박차고 떠날 때의 짜릿함을 알 것이다. 그렇게 1개월, 2개월, 3개월이 지나고 나는 깨달았다. 나는 지금 마냥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왜 나는 행복하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질문하듯이 물어보곤 했지만, 하지만 나는 정답을 너무 알고 있었다. 불행의 요인은 육아휴직 시간 내에 무언가를 성취하고자 하는 과열된 노력과 욕심이었다. 사람이 참 간사하고 웃긴 존재인 게, 사람은 시간이 많아지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희망차지만, 막상 시간이 많아지면 스스로의 무력함에 한없이 비통해진다. (꿈과 현실의 괴리, 이 무력함을 견뎌내고 계속 실행하는 사람들이 성취하는 것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계획은 거창하지만, 실행하지 않고 계획으로만 두는 이유가, 아마도 스스로의 무능함과 무력감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가 아닐까.
사람마다 행복에 대한 개념이 다를 테지만, 한 가지 행복의 확실한 속성은 알고 있다. 행복은 새장에 잡아두는 새처럼 사람이 잡아둘 수 없다는 점이다. "직장을 가지면 행복할 거야", "육아휴직을 하면 행복할 거야", "일을 그만두면 행복할 거야", "돈이 많아지면 행복할 거야", "로또가 되면 행복할 거야" 등등 여러 가지 조건들만 있으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우리는 추측한다. 자꾸만 어떠한 조건들을 꾹꾹 채우면 행복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조건으로 이루어진 행복은 단순한 "자극"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는 인생 속에서 너무나도 많이 경험했다.
하지만 매번 그래왔듯, 그리고 이번 육아휴직이 시사하듯, 나는 또 한 번 행복이 어떠한 것인지 경험했다. 행복은 어떠한 조건을 꾹꾹 채울 때 느낄 수 있는 자극 따위의 수준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행복의 조건들을 비워내고 <오늘 바로 지금>을 마지막인 것처럼 감사히 여기며 살아갈 때 찾아오는 선물 같은 것이라고. 아주 깨끗하고 고요하고 잔잔한 마음의 상태.
내가 노력을 다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결괏값을 취하면 행복해질 거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 이 상태로는 장기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없이 슬럼프에 빠질게 뻔한데 말이다. 뒤통수를 맞은 듯, 스스로의 불행한 상태를 진단하고, 노력과 욕심을 내려놓기로 했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육아휴직 중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을 그저 즐거이 여기기로 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그때부터 온몸의 피가 맑아지듯이 마음의 짐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제야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겠다는 진짜 용기가 찾아왔다. 그것뿐일까. 복직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무력감과 무능함의 덫에서 빠져나오기까지 약 2~3주 걸렸다.
"맞아. 인생은 이렇게 살아가는 거였지! 나의 진짜 원동력과 에너지는 긍정과 행복이었지! 오늘 하루를 선물처럼, 오늘 하루를 기적처럼" 아!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글을 쓰는 시간이 정말 행복하다. 글에는 정답이 없기에. 정답이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일은 참 재밌는 여행 같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