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이 아닌 이곳의 설날
미국에서 설날은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특별하지 않은 날이다. 조용한 미국에서도 난 설날 부모님 댁에 가서 전 부치고 큰 그릇에 비빔밥 만들어 나눠먹고, 오랜만에 모인 친척들과 시끌벅적하게 보냈던 추억이 떠오른다. 비록 함께 있진 않지만 가족들과, 친구와 얼굴 보며 통화하니 마음이 들뜬다.
작은 선물을 부모님 댁에 미리 주문해놓고 (한국 사이트에서 한국 계좌로 주문했다) 선물을 받고 기뻐하실 부모님을 생각하니 더 신나는 기분이다.
설날이 다가오며 남편과 둘이서라도 재밌게 보내볼까 했는데, 막상 다가오니 귀찮아졌다. 윷놀이판, 화투도 살까 했지만 고민만 하고 정작 사질 않았다. 미국에 오기 전 한국에서 사뒀던 한복도 있었는데 옷가지를 택배로 배송하는 과정에서 저고리만 무사하고 치마는 분실되어버렸지 뭔가. (택배가 뜯겼다가 급하게 테이핑 한 모양이었는데, 난생처음 보는 비누가 들어있었다. 아마 다른 택배 내용물과 섞였으리라) 작년 설 땐 일반 치마 위에 저고리를 입고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남편과 같이 랜선 세배(영상통화)도 드렸지만 올해는 왠지 반쪽짜리 한복이 입기 싫어 세배만 하고 말았다. 그래도 먹기 위해 산다고 할 정도로 음식에 진심인 나는 전이라도 부쳐 먹기로 했다.
띵! 미국에 온 뒤로 연락하는 사람은 남편 말곤 잘 없는데, 문자 알림음이 왔다. 시어머니였다.
"Happy new year"
왜 그렇게 반갑고 고마웠을까? 한국인 며느리에게 시어머니께서 보내신 짧은 메시지가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가족이 많이 보고 싶고 시끌벅적한 명절 분위기와 음식도 많이 그립지만 여기, 미국에도 나에겐 따뜻한 가족이 있고 든든한 남편과 함께였으니 즐거운 설날이었다고 기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