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와 이별한 이후, 지금까지 거의 매일 일기를 썼다. 그렇게 매일 내 이야기를 글로 남긴 이유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 거 같아서였다. 내 마음이 어떤 지도 모른 채로 혼란스럽게 살고 싶지 않았고, 진짜 내 마음이 어떤 지 알 수 있는 길은 글쓰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내 마음이 어떤 지 잘 모르겠다... 대체 내가 어떤 부분을 힘들어하는지, 그리고 그게 단기적으로 힘들고 말 문제인지 아니면 평생 후회하고 힘들어할 일인지...
나는 지금까지는 헤어지고 나서 별로 힘들어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총 세 번 연애를 했는데, 이렇게까지 힘든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첫 번째 연애는 자연스럽게 내가 마음을 떼면서 헤어졌고, 두 번째 연애는 환승연애를 당했기에 충격은 컸지만 오히려 마음은 쉽게 떼 졌다. 근데 지금은 솔직히 말해서 그 두 번의 연애와는 다른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녀가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이 마음 역시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그냥 내가 군대에 있기도 하고, 자유롭게 무언가 하기가 힘든 상황이기에 더욱이 이런 막막함과 공허함이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 그건 뭐 두고두고 관찰하다 보면 알게 되겠지...
사실 이별 이후 나의 심정이나 나에게 무엇이 남았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현재 작품으로 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냥 오늘은 문득 너무 공허하고 슬퍼서... 그래서 그냥 글을 끄적이고 있다. 이렇게라도 표출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너무 아프고 힘들 것 같아서...
저번주에 심리상담센터를 갔다. 오랜만에 상담을 받아봤다. 얼른 내 강박증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깐... 다신 소중한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고 싶었다. 그렇게 상담을 갔는데, 내 일생에 대해 쭉 이야기를 하다 보니, 다른 사람 입장에서 내 세상을 얼마나 이해하기 어려웠을지 다시 한번 실감이 났다. 그럼에도 그녀가 내 세상을 이해하고자 얼마나 노력했는지... 순간 머리가 띵했다. 내가 만약 반대 상황이었다면, 여자친구의 상황을 너무 이해하고 싶어 강박증과 관련된 책을 수없이 읽어보고, 혹시 일이 잘못돼도 우리 같이 이겨낼 수 있다는 용기를 줄 수 있었을까... 그럼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벽에다가 소리를 지르는 느낌이었을 텐데 하루하루가 얼마나 힘들고 답답했을까...
나는 연애도 더 많이 해봤고, 그녀보다 사랑이나 연애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나는 연애도, 사랑도 할 줄 모른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아니 사랑한다. 그렇지만 그녀는 내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 사랑을 표현하는 법조차 제대로 몰랐으니깐. 상대방이 나에게 주는 게 얼마나 큰 사랑인지도 알지 못했으니깐...
헤어지고 난 후에는 내가 왜 그녀와 연애를 했지... 수없이 생각했다. '그녀여야만 했던 이유가 있을까?' 다른 사람은 절대 채워주지 못할 그런 게 있었을까..? 그녀는 자신이 나에게 강박증을 이해해주지 못하고 위로해주지 못할 때, 그리고 디자이너로서 디자인 일을 잘 못해줬을 때 내가 그녀를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녀와 처음에 만나게 된 이유는 기획자와 디자이너로서 같이 대외활동을 하기 위해 만났습니다...ㅎㅎ)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과연 진짜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녀가 내 강박증을 이해해 줄 유일한 사람이어서 그런가? 그녀가 디자인을 잘하는 사람이니 나에게 도움이 되어서 그런가?' 정말 혼란스러웠다. 아니면 나는 예전에는 연애를 할 때 외형을 많이 봤다. 얼굴이나 몸매나... 철이 없었지. 근데 지금도 그랬나? 그녀가 이쁘고 외형적으로 아름다워서 내가 좋아했던 걸까?
수없이 진짜 사랑이 뭔지 궁금했고, 그리고 내가 그녀를 사랑했던 이유도 궁금했다. 그리고 그 세 가지 중에서 하나이질 않기 바랐다. 그러면 나 자신이 너무 비참할 것 같았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가 왜 그녀를 사랑하는지....
근데 오늘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인생에서 어떤 걸 잃었는지 알게 되었다.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 바로 그거였다. 그녀가 나에게 특별했던 이유... 다른 누구와 비교해도 대체불가한 부분이 바로 그거였다.
물론 다른 사람의 연애는 어떤 지, 이 세상에 그런 여자가 또 있는지 난 모른다. 만나보지 못했고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깐...
그녀는 자신의 미래를 알차고 예쁘게 꾸며나가는 사람이었다. 처음 만날 때부터 그랬다. 내가 반한 모습도 그거였다. 자기의 인생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할 줄 알고, 다양한 활동을 거침없이 도전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뿐만 아니라 내 인생을 끊임없이 응원해 주었다. 내가 미래에 하고 싶은 활동 때문에 무언가 해야 할 때 늘 같이 해주고, 응원해 주던.. 그런 사람이었다.
매일매일 우리 커서 어떤 일을 해야 하지? 우리는 뭘 좋아하지? 나는 뭘 잘하지?라는 질문을 할 수 있었던 여자친구가 아니라... 그냥 그런 "사람"이 내 옆에서 있어서 좋았다. 나도 그녀가 나한테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알았기에, 내가 지금까지 했던 잘못을 고치려고 노력했다. '아... 나도 그녀가 원하는 꿈에 더 관심을 갖고, 그녀가 미래를 위해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최대한 도와주고 같이 해봐야지?' 그래서 그녀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봤다. 그녀는 커피나 차 마시는 것, 좋은 카페에 가보는 것도 참 좋아했는데... 같이 티룸에 가기로 했는데, 커피나 차도 만들어보기로 했는데 못해봐서 너무 아쉽다.
그녀와 헤어지고 난 이후, 부단히 노력했다. 무언가 이루려고.... 그래서 작품도 열심히 준비하고, 독서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사업도 기획하고 여러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그 프로젝트는 다분히 철학적이고, 취미를 공유하는 일, 고민을 공유하는 일에 가깝다. 그런데... 처참히 망했다.
모두 내 활동에 전혀 끌려하는 것 같지 않았고, 오히려 사이비라고 의심받았다. 나와 그런 일을 해줄 사람이 없다.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내가 그런 프로젝트를 하고 싶었던 이유도 지금 당장 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으로 시도한 게 아니었을까.... 그녀를 대체해 줄 사람들을 찾고 있었겠지... 같이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사람.
물론 언젠가 생길 수 있겠지.... 근데 그것도 잘 모르겠다. 나를 온전히 이해해 주면서도, 같이 미래를 꿈꾸고 준비할 수 있는 좋은 동반자는 없지 않을까...
그녀가 자신의 개인적인 sns에서 나를 모두 차단했을 때, 마음이 너무 아팠다. 더 이상 그녀가 자신의 미래를 얼마나 이쁘게 꾸며나가는지 알 수 없으니깐... 그게 너무 속상했다. 연애와 이별 모두 각자 커플들마다 하늘과 땅 차이만큼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커플은 헤어지고 친구로서 잘 지내기도 하고, 정말 나쁘게 헤어지기도 하고, 헤어진 다음에 다시 만나기도 하고, 환승연애를 하기도 하고... 등등
근데.... 나는 연애와 이별이 싫은 이유는 정말 인생에서... 그리고 여자이기 전, 그냥 사람으로서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을 영영 잃어야 하기 때문이다. 왜 헤어지면 모든 연락과 서로의 sns를 다 차단하고 영원히 절대 만나지 말고 연락도 절대 안 하고 서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는 체로 살아야 할까...
당연히 나도 어느 것이 맞는다고 생각은 안 한다. 헤어졌는데도 알고 지내다 보면, 계속 마음을 정리하기가 어려워지고, 그 사람이 다른 애인이 생기면 마음이 찢어질 만큼 아프겠지... 그러니깐 보통의 커플들은 헤어지고 나면 서로 남남이 되겠지. 꼭 정말 오래 사귀고, 사랑하는 커플은 절대 친구로 안 지내.. 이건 아닌 것 같다. 각자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가치관이 있느냐에 따라 모습은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모습은 어떻게 될지... 난 모른다. 내가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깐.. 그리고 나도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니깐. 그녀는 헤어지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 헤어지기 전, 나름 열심히 준비한 것 같으니 별로 안 힘들어할 수도 있고, 헤어지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 내가 이 글을 쓴 걸 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내가 이 글을 쓰기로 결정한 건, 뭐 서로 연락을 하자 미래를 어떻게 꾸며나가는지 정도는 알고 지내자, 아니면 뭐 재회하자.. 이런 건 아니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뭐가 더 나은 선택인지 어떤 게 현명한 일인지...
그렇지만, 그냥 나는 이제 내 마음을 숨기고 싶지도 않고, 내가 갖고 있는 그 순간순간의 감정들이 모두 소중하다. 그러니 그냥 내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는 것뿐이다.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단 한 뒤에 더 후회해도 그게 나으니깐.." 그냥 지금 바라는 건 그런 거였다. 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을 잃었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니 같이 미래를 꾸며나갈 수 있는 "사람" 그 자체가 얼마나 얻기 어려운 건지... 그녀가 미래를 잘 꾸며나가고 있는지 나는 그냥 궁금하다. 그리고 잘해나가길 바란다. 나도 잘하고 싶은데.... 잘 안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