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말이 없다
벚꽃을 보다가 옆에 있던 기자님에게 물었다. 한창 철학적 사고가 무엇인가에 대한 대화가 무르익을 시간이었다. “형, 그럼 나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 “나무, 음, 나무는...” 기자님은 말을 흐려버렸다. “나무는 말이 없지” 나는 치고들어왔다. 아, 이 습관좀 자제해야하는데.
형님이라 불리는 기자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계속 생각의 맨발자국을 따라가며 말했다.
“나무는 한 자리에 늘 있고, 때가 되면 꽃을 피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잖아. 아무말 없이 그저 목재를 내어주고, 지구가 살도록 공기를 만들기도 하고. 모든 세상 사람들은 나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을 알아.”
“말이 많고 과시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팔도 자르면서 사람을 사랑하지 않아. 순간은 멋져보여도, 잎새가 지더라도 사람들이 찾아오는 나무가 되지는 못하는거지.”
“형, 관계도 마찬가지야. 형이 여러 여자에게 껄떡대는 것은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지만, 좋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사람들이 찾아올거야...”
나는 여기까지 말을 하고 나서야, 오늘 써야겠다는 기분좋은 마음으로 휴대폰에 메모했다. 짧은 메모 ‘나무는 말이없다’.
오늘은 집에 가는 길에도 봄바람에 어스름 같은 새로운 정취가 느껴졌다. 만물이 시작하는, 가슴이 벅찬 향기다. 어제의 그 분위기와 180도 반전된 새로운 하루다. 특별한 향은 없는데, 이 세상 그 어떤 향수보다 진하고, 그윽하다.
그렇게 별볼일 없던 것 같던 인생에도 늘 봄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