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음의 장소, 바다
바다는 눈물이다.
한없이 흘리는 눈물이 얼굴 표면을 깎아내린다.
쏴아아-
발자국은 물의 침례 속에 해진다.
끊임없이 적시는 술잔에 눈앞이 희미해지듯
바다는 끊임없이 모래 위의 기억을 지우고 있다.
조개껍질이 작은 입자로 갈려나갈 때까지
세찬 파도 속 망각을 향유한다.
파도 같은 무한 동력은 또 무엇일까.
사람들은 바람을 쓰기로 했다.
바다 위 돌아가는 풍차.
드디어 자생하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나 보다.
수많은 쓰레기로 지구를 어질러놓고 나서야
비로소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
그 방황이 지혜가 될 때까지
지구는 몇 천년이고 기다린다.
꼭 부모자식같이
차라리 파도를 맞고
모든 걸 잊어버리느니만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