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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획된 우연 Aug 11. 2022

동화 고찰을 통해 나와 마주하기

일기록

아주 조금 자랐을 어느 날엔가.. 내가 좋아하는 동화의 순위를 매겨봤다. 그리고 그걸 다시 한번 되새겨 보기로 했다.






| 1위. 미운 오리 새끼


미운 오리 새끼는 그냥 나를 보는 것 같았다. 공부, 공부, 공부! 어린 시절, 내 기억 속 부모님은 마치 미운 오리새끼를 구박하는 어미새 같았다. 우리 엄마는 분명 따뜻하고 유쾌하고 재밌는 사람인데, 심지어 아빠의 경우 잔소리는커녕 나한테 관심도 없어 보였는데, 시야가 좁았던 학창 시절의 기억은 그랬다.


남들도 다 하는 공부인데, 그냥 하면 될 것을.. 먼저 다 살아본 어른들이 정한 학생의 본분은 공부가 맞는데, 그게 그렇게 하기 싫었다. 아니, 그걸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아마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나는 누구이며 인간은 왜 존재하며, 지구는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 그런 걸로 종종 사색에 빠지곤 했었다.


그러니 특출 난 성적을 내는 과목은 '지구과학(우주)', '윤리(철학)'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아이러니하게 '영어'도 늘 고득점이었지만 그건 그냥 쉬웠다. 지금은 답보 상태이지만.. 아무튼, MBTI를 통해 세상에 이런 걸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N)이 꽤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도..


그렇다면 나도 백조라는 걸 깨닫는 일만 남았을까?

이제 날갯짓만 하면 되는 건가?


최근 내 글을 공개하며, 블로그에서 사람들의 예상치 못했던 반응을 통해 어쩌면 내게도 훨훨 날아오를 무언가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2위. 성냥팔이 소녀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이 동화가 전하려는 교훈과 별개로 그냥 슬펐던 기억밖에 없다. 죽기 직전에 첫 번째 성냥으로 칠면조 고기를 떠올리며 주린 배를 채우는 상상을 하다.. 두 번째 성냥으로 할머니를 만나 함께 하늘나라로 떠나는 소녀. 그냥 내 어린 시절의 모든 것이었던 외할머니를 떠나보내고 깊은 우울감에 빠진 채 지낸 내 모습을 투영해 공감했던 것 같다.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던 날에 할머니와 함께 행복해하던 소녀의 모습이 너무 좋았다.




| 3위. 콩쥐팥쥐


어쩌자고 이것도 엄마에 대한 서운함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 엄마는 대외적으로도 존경받는 인물이고, 가정에 충실함은 물론 가족들에게 헌신하며 살아오셨다. 이건 어디까지나 철없던 어린 시절의 잔상으로.. 사춘기가 찾아왔을 무렵에 했던 생각을 회상하며 썼기에 그렇다.


아무튼 내 기억으로는 동생과 엄마의 쿵짝이 좋고, 그 사이에서 때때로 내가 소외된다고 느꼈기에.. 어느 날부터 인터넷상의 닉네임이라는 것을 온통 '콩쥐'로 채우기 시작했다. 콩쥐가 이미 있다고 하면, '콩쥐™', '콩지', '팥쥐언니', '팥지언니' 등으로 나의 정체성을 밝혔다. 그때는 그만큼 외롭고 답답했나 보다. 눈 흘길 한강이 필요했는지도.. 동생은 성인이 되어서도 엄마가 원하는 삶을 살아주었고, 엄마가 바라는 행동으로 자신이 얻어낼 수 있는 것을 마음껏 얻어 무임승차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 아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여 얻은 결과물도 분명 있지만, 그 외 일부가 그랬다.






갈무리를 지어보자.


역시나 내 어린 시절은 우울하고, 슬프고, 외로웠다. 나는 가난하지도 않았고, 집안에 풍파도 없었다. 문제라고 한다면 부모님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좀 달랐다는 것? 세대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본능적으로 자아성찰을 많이 하도록 설계되어 태어난 게 다였다. 아마 그래서 MBTI도 INFJ(E에 가까운 I)가 나오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나도 알을 깨고 나와 티브이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훌륭하게 됐어야 했는데.. 늦었지만 최근에야 내 존재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도 사실 미운 오리가 아니라 백조이길 바라며..


이 깨달음은 13년 전쯤에 했던 것인데, 좀 유치하더라도 동화를 첨가해서 기록으로 남긴다. 10년 뒤에는 또 무엇을 알게 될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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