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질환이 비만인 건 너무 슬프다. 그리고 내가 표준체중이 되려면 30kg은 감량해야 해.
네가 알려준 건강을 위해 지켜야 할 세 가지가 너무 절실하다.
첫 번째 방법으로 알려준 스트레스받지 않기. 나는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내 몸상태(특히 피부 상태)를 보면 이건 나 스스로를 속이는 거였나 봐. 아마도 ‘나는 괜찮다. 나는 괜찮다.’하며 자기 최면을 걸어도 무의식에서나 사실 내 마음속에선 안 괜찮았던 것 같아. 결혼 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건 해야지 직성이 풀리는데 (하고 싶은 말도 다 하고) 그게 안된다는 것이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걸까? 아니면 수다를 떨면서 시어머니 흉도 보고 남편 흉도 보면서 풀지 못해서일까? 스트레스를 책을 읽으면서 푼다는 말은 사실 다른 것에 신경을 쓰느라 잊어버리는 거지 문제점은 그대로 안고 덮어두는 게 아녔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두 번째로 알려준 적정체중 유지하기. 내게 필요한 건 옷 입어서 보기 좋은 무게가 아니라 적정체중인 게 맞지. 그러려면 네 말대로 20~30kg은 감량해야 하는데 우선 내 의지가 부족한 거 인정해야지. 첫 번째가 해결이 안 되니까 자꾸 먹는 걸 찾는 게 아닌가 싶어. 아니다 이건 핑계고 그래 그냥 먹고 싶어서 손이 가니까 먹는 건데 이리저리 핑곗거리 찾는 내 모습 부끄럽다.
세 번째로 운동하기. 나 작년에 다이어트할 때 걷는 게 좋다는 걸 알게 되니까 걷고는 싶은데 이것 또한 핑곗거리가 있지. 너는 내가 하는 게 너무 많다고 좀 줄이라고 하지만 사실 저녁을 먹고는 거의 아무것도 안 해. 설거지 마치고 어머니랑 텔레비전을 보거나 책을 읽거든 이 시간이 유일하게 어머니랑 앉아있는 시간이야. 그 시간에는 어머니의 하루 일과들에 맞장구를 쳐줘야 해. 하루 종일 혼자서 종종거리며 바빴던 이야기 혹은 지금 보는 뉴스에 나오는 정치인 이야기들 가끔은 내 흉을 보시기도 하고 둘째 형님과 비교를 하시거나 책 읽으려고 결혼했냐는 핀잔도 들어줘야 하고 말이야. 내게는 좀 피곤한 시간일 수 있는데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내가 제일 후회되었던 게 나 바쁘다고 (사실 바쁜 것도 없었는데) 아빠가 혼자 방에서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게 했던 거였어.
그때 이미 아빠는 치매가 진행 중이었던 것 같아. 초기 치매 증상이 있었거든. 그리고 생각한 게 치매라는 병은 외로워서 생기는 게 아닐까? 싶었거든. 가족들과 화목한 집의 어르신들은 보면 치매가 진행되어서 금세 가족들이 알아차리니까 초기에 약물치료나 병원을 방문해서 적절한 치료를 병행하면서 진행이 좀 늦게 오는데 혼자 사시는 분들이나 가족과 소원한 집은 보면 증세가 악화되어서야 알아차리는 것 같더라. 아빠를 보내고서야 알았어 치매는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병이 아니라 외로워서 말할 상대가 없어서 생기는 병이구나. 하는 걸 말이야. 그걸 알고는 어머기 혼자 앉아있거나 멍하니 텔레비전만 보고 계시는 모습에서 아빠가 겹쳐 보이더라. 이러니까 마치 나 엄청 효녀고 효부 같다. 여전히 나 바쁘다고 일하거나 책을 읽거나하고 있으면서 마음만 쓰이는 거지.
암튼 그래서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핑계를 말해보지만, 분명히 너는 내 아침시간이 여유롭다는 걸 아니까 아침에 운동하라고 화를 내겠지. 아침엔 네가 알고 있는 일들을 하느라 바쁘다고 또 핑계를 살며시 대본다.
다 핑계인 거 알고 있어. 다음 주부터는 저녁 식사 후에 한 시간이라고 걸으러 갈려고 해.
당장 가야지 왜 다음 주냐고 소리 지르겠지? 나 지금 환자잖아. 코로나 바이러스를 몸에 지니고 있어.
격리기간은 끝났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람 많은 곳은 피하려고. 이번 주까지 몸보신 잔뜩 하고 또 담주부터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이 사람~믿어주세요!)
우리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살자. 건강하게 즐겁게 그리고 외롭지 않게 살자.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나? 네게 무슨 얘기를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뭔가 나풀거리며 눈앞을 지나가는 거야. ‘뭐지?’ 싶어서 유심히 보니 멀리 있는 벚꽃잎이 바람에 날리는 거였어. 혹시나 차 안으로 들어와 줄까 싶어서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어. 이런 날은 책도 눈에 안 들어오네. 동네 벚꽃 터널 걸으러 가고 싶다.
그때까지 벚꽃이 버텨 줄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