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의 인어공주는 사랑을 위해서 목소리와 다리를 마녀에게 내주잖아.
난 왜 목소리를 잃은 거지? 코로나가 뭐 길래? 나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져간 걸까?
‘잘 피했다’하면서도 불안 불안했는데 드디어 나도 코로나에 걸렸어.
갑자기 두 줄이 뜨는데 당황스럽더라. 왜 그런 거 있잖아 손가락에 피가 나는 줄 모르다가 피를 보는 순간 아프기 시작하잖아. 집에서 두 줄이기에 병원에 가는 동안에도 설마 내가 누굴 만난 적도 없고 딱히 기억에 남은 것도 없는데 싶어 아니겠지 하면서 병원 갔는데 검사 결과 두 줄이 나오니 그때부터 목소리가 변하더라. 열도 더 나고 몸도 덜덜 떨리고 말이지. 너에게 글을 써야 하는데도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컴퓨터만 쳐다보고 있게 되더라. 늦어서 미안해. 이제 아플 거 다 아프고 조금씩 기운도 나도 깨어있는 시간도 좀 길어져 가고 있어. 건강관리 잘해서 너는 꼭 무탈하게 넘기자.
네 동생과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부러움이 함께해. 나도 여동생이 있지만 내 동생은 미혼이라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등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일들이 없거든, 그냥 항상 한 손은 내 손을 잡고 한 손은 과자봉지를 꼭 쥐고 나를 따라다니던 동생에서 머물러 있는 느낌이야. 항상 내가 이해하고 챙겨줘야 한다는 생각이 더 들어. 그래서 같은 큰일들을 공유할 수 있는 너와 네 동생이 가끔 부러워. 결혼, 시댁 이야기, 아이 키우면서 고민들을 함께 나눌 수 있잖아. 동생이라서 말 못 하는 부분이 있을 수는 있지만 아이들도 나이가 비슷하고 하면 더 공감이 잘 되니까. 친구 같은 관계가 될 것 같거든 (이미 넌 동생과 친구같이 보여)
넌 네가 동생에게 ‘난 이렇게 변했는데 너도 해봐.’라고 못하겠다고 했잖아. 이건 나도 같아. 동생이든 아이에게든 ‘내가 해보니 좋은데 너도 이렇게 해.’라고는 못하겠더라.
나쁜 선택을 해서 힘들어 보는 것도 그 선택에 따른 경험이고 다른 선택을 해서 더 좋은 결과를 갖는 것도 경험이니까. 경험은 본인만 할 수 있는 거잖아. 아마 우리는 알고 있는 거겠지.
자신의 경험만이 성장의 요소가 된다는 걸 말이야.
네 동생도 다른 경험으로 같은 성장을 할 거라 생각해. 내 동생도 그러길 바라고.
아이에게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욕심을 부리지 말고,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원하는 만큼 노력해야 한다는 것’ 이 두 가지를 가르치고 싶다고 했잖아. 너무 좋은 말이다.
근데 한 가지는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 긍정적으로 말이야.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것을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는 것으로 말이야.
오늘부터 논어 공부를 시작했어. 수강료 얘기에 네가 놀랐다는 부분에서 내가 처음에 무료로 배우는 거도 있는데 왜 돈을 내고 배워야 하지? 했던 때의 생각이 났어.
어떤 강의에서 들은 얘긴데 “가장 좋은 멘토는 내가 돈을 내는 멘토다”라는 말을 했어.
이게 첨에는 ‘뭐야?! 지금 자기한테 더 알려줄 수는 없으니 알고 싶으면 돈 내라는 거야?’ 싶었거든 근데 사람은 돈을 지불하면 그것에 대한 본전을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에게서 하나라도 더 알아내려고 한대. 그러니 멘토란 누구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멘티의 배우고자 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이란 뜻이더라. 그 뒤로 배우고 싶은 것은 사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일부러 돈을 내고 배우는 것을 선택해. 그래야 내가 조금 더 열심히 집중적으로 하게 되더라고. 터무니없이 비싼 거는 무조건 패스지만 연간계획을 세울 때 올해 내가 배움 비용으로 사용할 돈에 예산을 정해두고 그 안에서 배우고 싶은 건 배우고 있어. 미리 금액을 정해놓고 배우니까 가성비 생각을 해서 좀 더 신중하게 강의를 고르고 배움을 계속할 수 있어서 좋더라. 너도 배움 비용 정해봐. 책 사는 것 예산도 미리 정하고 말이야.
얼마 전 전화로 네가 생각난 아이디어가 있다는 게 이거였구나?
유튜브를 하기엔 내가 지식이 너무 얕아서 수박 겉핥기라 부끄럽다. 그리고 그건 네가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네 독립서점에 오는 분들 말이야. 구경삼아 오시는 분들에게 책도 권해드리는 거지. 그래도 내 목소리 예쁘다고 해줘서 고맙고 유튜브 추천해줘서 고마워.
사실 나도 어떤 식이 될지 모르겠지만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어야겠다는 생각 했어.
아플 때 나는 몸이 아픈데 회사에서는 일하러 나오라고 난리고 힘드니까 내가 나가서 죽어라 일해도 나한테 고맙다, 잘한다 해줄 사람들이 아닌데 나는 왜 이렇게 아픈데도 일을 해야 하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물론 유튜브가 쉬운 건 아니지만, 조금씩 꼭 유튜브가 아니더라도 내가 몸이 아플 때 눈치 안 보고 쉬고 싶고, 일 걱정 없이 그냥 아프고 싶었어. 이번엔 조금 많이 힘들게 몸 고생하네. 뭘 하게 되든 너의 지분을 인정해줄게 걱정 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