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꿈이 같아졌어.

우리도 그녀들처럼

by 흑곰아제

나는 딸아이의 성적에 관심이 없는 거야.

어차피 자기 성적이고 자기꺼니까 잘하던 못하던 스스로의 선택이라고 생각해.

이건 아무래도 부모님의 영향일수도 있어.

언젠가 막내이모와 대화중에 “우리 엄마는 공부하라고 한적이 없어!”라고 했더니

그때 해준 얘기가 아직 기억에 남아.

“너희 엄마는 어릴 때 죽을 고비를 넘겨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공부해라, 일해라, 청소해라’가 아니라

‘많이 먹고 살아만 있어라’라는 얘길 듣고 자랐기 때문에 그래. 들은 적이 없으니 하질 않는 거야,

공부가 왜 중요한지 알지 못해. 그냥 잘 먹고 잘 자면 되는 줄 아는 사람이야”라고..


지금 내가 그렇더라. 나도 어릴 때 부모님이“공부해라”하신 적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근데 또 남편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이 남편은 어머니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자랐잖아.

그 기대가 부담이 되고 자신이 뜻하지 않은 곳으로 향하니까 거부감이 생겼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아이 성적에 크게 관심이 없어도 별 얘길 안하는 것 같아.

나도 가끔 너와 얘기하고 올 때나 아이 친구가 수성구에 유명한 학원에 다닌다는 얘길 들으면

동동거리는 마음이 들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다시 생각하고 맘 정리하느라 한동안 맘고생을 하곤 해.


어제는 친정에서 돌아와서 청도에 드라이브를 다녀왔어.

남편이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다고 했잖아.

그러면서 친구가 복숭아 농사를 하고있는 청도에 가서 같이 농사를 지어보겠다고 했다고.

그래서 내가 아직 돈이 들어갈 일이 많은 아이와 어머니의 병원비 등등을 얘기하며 안 된다 반대했다고 하니

네가 깜짝 놀랐다고 했잖아. 넌 아닐 줄 알았다고...

혹시 내가 남편이 무엇인가 하고 싶다고 꿈을 이야기 하면 무조건 지지하고 응원할 줄 알았던 건 아니지?


꿈은 중요하지. 근데 준비되지 않는 꿈. 허황된 꿈은 반대야.

남편과 나는 잡초 한 번 제대로 뽑아본 적 없는데 갑자기 어떻게 농사를 지어...

농사가 얼마나 힘든 일인데 말이야. 그리고 내가 반대한 이유 중 가장 큰 건 역시 돈이지.

당장 수중에 돈도 없고 앞으로 돈 들어갈 일은 많은데 농사로 수확이 나오는 몇 년간을 어떻게 버텨야할지 모르겠더라. 만약 남편이‘내가 지금처럼은 아니지만 한 달에 얼마씩은 갖다 줄 수 있어. 나머지는 네가 좀 도와줘’라고 했다면 다시 생각해봤을 수도 있어.

남편이 가보니 자기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고 싶다고 하는 건지 정말 귀농을 하겠다는 마음인지 몰라서

우선 네가 다녔던 ‘귀농센터’같은 곳에서 교육도 받고 주말마다 청도에 가서 복숭아 일 도와주라고 했어.

그래서 어디쯤인지 위치를 알려준 다해서 다녀왔어. 조용한 곳이더라.

내가 꿈꾸던 노후의 모습은 작은 텃밭을 가꾸는 모습 이였는데

갑자기 일이 커진 느낌이야.

남편은 노후에 자긴 무조건 아파트 살꺼라고 하더니 갑자기 도시가 싫어진 이유가 뭘까?

그래도 남편과 내가 꿈꾸는 노후의 모습이 조금씩 같아지고 있어서 행복하다.


동네 돌면서 맘에 드는 집이랑 위치 확인하고 오는데

당장은 아니더라고 언젠가 이곳에서 살꺼라는 생각 때문일까? 정이 가는 마을이였어.


나도 아직 맘의 준비가 안 된건 아닐까?

농사지을 생각은 안하고 벌써부터 복숭아 먹을 생각만 하고있네.


참, 조용하고 맛있는 빵집이 근처에 있더라 언제 시간되면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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