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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지 Dec 28. 2022

작지만 확실한 행복, 추가토핑

  혼자 점심을 먹을 때 자주 가는 곳은 도시락이나 덮밥을 파는 곳이다. 코로나로 모두가 함께 나눠먹기가 힘들어지면서 1인용 도시락집을 찾는 발걸음이 더 늘은 것 같다. 점심시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이곳은 사람이 붐빈다.

  나는 이곳에서 포장을 해왔다. 치즈 닭갈비 덮밥이 가장 내 입맛에 맞는다. 학원에서 하루종일 앉아 작업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받을 일밖에 없다. 탈출하고 싶다는 스트레스. 학원은 공기도 답답하고 하루종일 앉아있으면 감옥이 따로 없다. 아마 회사도 마찬가지 일 테지만.


  덮밥을 고르면서 추가 토핑을 어떻게 하겠냐고 키오스크가 물었다. 학생 시절에도 학교 내부에 똑같은 도시락집이 있어서 자주 가곤 했는데 갑자기 그 시절이 떠올랐다. 추가 토핑? 학생이 추가토핑은 무슨. 사치지. 나는 항상 기본값을 골랐다. 계란프라이가 없고 스팸도 없는 가장 기본의 것. 가장 기본의 것을 먹어도 맛있었다. 금욕과 절제를 일삼아하는 나지만 학생에서 취준생이 된 지금은 오늘따라 추가 토핑을 넣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통장 잔고가 얼마지? 아직은 넉넉하니 오늘은 사치를 좀 부릴까. 나는 토핑 추가 버튼을 눌렀다.


  추가토핑으로 계란 프라이만 넣으려다가 스팸까지 넣었다. 가격이 2천 원 뛰었다. 계란프라이 한 장에 천 원, 스팸 한 장에 천 원이었다. 주문하는데 벌써 침이 고였다. 영수증을 뽑고 내 번호가 불릴 때까지 기다렸다. 조금 뒤에 음식이 나왔고 나는 포장해서 학원으로 가져와 혼자 먹었다.

  글을 쓸 때마다 항상 하는 생각이 있다. '돈 없는 거 티 내지 말아야지'가 나의 다짐이다. 하지만 돈이 부족한 걸 티 내지 않으려 해도 매번 서울의 물가와 비싼 점심값 앞에서 돈 있는 척하기가 어렵다. 분식집에서 먹을 수 있는 라면도 굳이 편의점에 가서 먹고 계란프라이를 추가해 먹고 싶어도 자꾸 절제하게 되는 현실.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서울 한복판에서 계란프라이 하나 추가하는 것 가지고 고민하고 있나 싶어서 현타오기도 한다.


  취업하면 뭐가 제일 하고 싶냐는 사람들의 말에 지금껏 '태블릿을 사고 싶다'라고 말해왔다. 핸드폰 화면이 너무 작아 전자책을 보기가 힘들어 e-book 리더기나 태블릿이 있다면 책 읽기가 더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도 그 희망은 변함이 없다. 명품가방을 사고 싶다는 생각도 없고 차를 뽑고 싶다는 생각도 아직은 없다. 그저 태블릿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오늘 한 가지 꿈이 더 추가되었다. 취업하면 도시락 먹을 때 추가토핑을 마음껏 넣어 먹고 싶다고. 계란 프라이를 먹어도 스팸을 먹어도 몇천 원씩 뛰는 가격에 놀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머지않아 그 꿈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취업할 곳을 알아보면서도 회사에 요구하는 것이 특별하게 없었다. 받고 싶은 연봉 정도나 '야근이 없었으면 좋겠다~'라는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최근에는 '점심식대 제공'이라는 글자가 내 눈에 들어차기 시작한다. 아니면 '구내식당 구비되어 있음' 같은 것. 먹기 위해 산다거나 먹기 위해 운동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나는 점심에 진심인듯하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 틈에서 '계란프라이 토핑 추가해서 먹었어요'같은 말은 자랑도 아니다. 하지만 내게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직장인이 되더라도 이 고민이 끝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점심값을 고민하지 않고 먹을 수 있을 만큼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돈이 모든 걸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고민들은 해소시켜준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며 씁쓸한 입맛을 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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