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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연 Jun 29. 2023

글을 쓰기 위해 오늘도 걷습니다.(10)

야구와 인생

"야구는 인생과 같다."

야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전후반으로 나뉘어 딱 두 번 게임을 진행하는 축구나 네 번을 나누어 뛰는 농구와는 다르게 아홉 번이나 나누어 뛰는, 소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지루한 스포츠 중 하나인 야구. 우리들이 사는 인생이 결코 길다 할 순 없으나 그렇다고 짧게도 느껴지지 않는 삶이니, 야구와 빗대어 표현을 했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과거에는 야구 중계를 하는 캐스터나 해설위원이 그저 스피커를 채우기 위한 진부한 멘트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최근에는 야구와 인생이 제법 닮았다는 생각도 드네요.






오랜만에 아는 동생들과 함께 야구장에 다녀왔습니다. 좋아하는 팀은 서울인데, 인천에 살고 있어서 종종 인천으로 원정 경기를 올 때면 보러 가곤 했죠. 재밌는 건 야구를 매번 함께 보는 동생들이 인천에 살며, 인천 팀을 응원하는 탓에 매번 서로 경쟁하며 야구를 즐기는 그림이 연출되곤 하죠. 한 가지 슬픈 사실은 동생들과 야구를 보러 '직관'이란 걸 하면 항상 제가 응원하는 서울 팀은 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도 아는 동생들과 즐겁게 서로의 팀을 응원하고 때론 디스도 하며 재밌는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매년 정기적으로 갖는 시간이죠.






이 날은 서울 팀이 먼저 선취점을 얻어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제가 직관 시에는 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선취점은 대단히 고무적이었죠. '오늘은 뭔가 되려 나보다!' 싶었어요. 하지만 이랬던 저의 기대도 잠시, 1회 이후로 좀처럼 공격에서 힘을 내지 못했고, 수비에서는 투수들이 줄줄이 무너지며 실점을 하기 시작했죠. 스코어는 어느덧 6:2로 역전된 상황. 인천팀의 팬인 동생의 말에 의하면 지금까지 활약하지 못했던 선수들까지 덩달아 활약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쯤 되니 '내가 야구장에 오면 안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렇게 패배의 그림자가 스멀스멀 올라올 때 진심 반, 허세 반으로 동생들에게 외쳤습니다.

"오늘 6:2 정도야 역전할 수 있다! 역전 가자!"

사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승패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야구라는 스포츠는 1이닝에도 대량으로 점수가 날 수도 있는 스포츠죠. 보통의 경우에는 1이닝에 3점 이상 점수를 내면 그 이닝을 빅이닝이라고 하기도 하니까요. 근데 왠지 이날만큼은 역전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서울팀을 응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인천팀의 승리를 예감한 동생이 이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맞아요 형, 야구는 6, 7, 8, 9회부터니까요."라고요. 

너무 큰 점수차에 승리를 직감한 것도 있고, 왠지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어 저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어 이래저래 던진 말이라고 느껴졌어요. 





6회가 시작되고 기적같이 서울팀이 점수를 내기 시작했고, 결국 최종 스코어는 8-6으로 끝났습니다. 저의 바람처럼 서울팀이 인천팀에게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그것도 6-2라는 스코어를 뒤집고 말에요. 인천을 응원하는 두 동생은 말도 안 되는 결과라며 쉬이 결과에 승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동생들을 뒤로하고 저는 넘치는 흥을 주체하지 못한 채 계속 서울팀을 연호했죠. 저의 직관 경험 통틀어 손에 꼽히는 경기였습니다. 점수도 많이 나는 난타전이었고 무엇보다 승리를 했으니까요. 초반에는 그렇게 힘들더니 끝내 승리를 하면서 옆자리에 앉아 있던 생판 처음 보는 서울팀 팬들과도 하이파이브를 나눌 정도였어요.






짜릿했던 경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인생은 야구와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이요. 


1. 9회까지 경기, 90세까지의 인생

야구는 호흡이 매우 긴 경기예요. 무려 9회까지 진행되죠. 빨리 끝나도 2시간 안쪽, 늦게 끝나면 3시간도 더 걸리는 스포츠가 바로 야구예요. 우리의 인생도 그렇지 않나요? 빠르다, 빠르다 하지만 인생만큼 호흡이 긴 게 또 어디 있을까요? 우리는 우리 인생을 길게 보고 넓게 봐야 합니다. 지금의 나는 미래의 나를 만든다는 생각을 항상 잊지 않아야 해요. 당장의 유혹과 끌림에 넘어가 미래의 내가 원하지 않는 삶을 살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됩니다.


2. 매 이닝 새로운 기회가, 새로운 실패가 찾아온다. 

야구의 매력은 매 이닝 새로운 기회와 실패가 되풀이된다는 것이에요. 1회에 부진했던 팀이 2회에 갑자기 반등하는 경우도 있고요, 8회까지 잘하던 팀이 9회에 무너지는 경우도 있어요. 이렇게 매 이닝 잘되는 팀은 없습니다. 잘되게 하려는 팀은 있지만요. 우리의 인생도 비슷하지 않나요? 매일이 잘 풀리는 사람이 어디 있던가요? 잘 풀리는 때는 있겠죠. 하지만 안 풀리는 때도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인생을 살며 교만하지도, 너무 자책하지도 말라는 거겠죠. 혹시 지금 본인의 인생이 잘 안 풀린다고 좌절하고 있는 분들 계신가요? 조금은 여유를 가져보세요. 다시 풀리는 때가 반드시 올 테니까요.


3. 역전극의 기회

나이가 들어가며 하루하루가 아쉽더라고요. 그리고 '조금만 젊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고민을 해요. 그러면서 나는 이미 늦은 건 아닐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다시금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 그리고 일발 역전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죠. 우리는 각자의 인생에서 주인공이에요. 야구에서 타자들에게 유의미한 지표가 있어요. 그건 바로 3할이라는 지표인데요. 쉽게 말해 타격의 확률로 이해하시면 편해요. 그러니까 10번의 기회에서 3번만 쳐도 3할이죠. 이 말은 즉, 10번의 기회에서 3번만 쳐도 성공이라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10번의 기회에서 모두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은 조금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 만든 강박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건 아닐까요?  다만 우리는 역전의 기회에서 적시타를 칠 수 있는 그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하진 않을까요?






오늘도 각자의 인생 경기를 펼치고 있는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각자의 인생에서 멋진 경기를 펼치고 계시리라 생각이 드는데요. 지금 여러분들의 경기는 몇 이닝을 지나고 있나요? 지고 있다고 좌절할 필요도, 이기고 있다고 자만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지금처럼 꾸준하게 경기를 이어가 보세요. 그러다 보면 우리가 원하는 곳에, 승리에 한 걸음 더 다가가 있지는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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