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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연 Oct 22. 2023

여보! 두 줄이야!

[본격 육아 에세이] 쌍둥이 키우고 있습니다. (1)

2019년 4월 20일, 지금의 아내와 만나 결혼을 했다. 

2017년 4월 23일, 이태원의 어느 음식점에서 만나자고 수줍게 고백하고 2년 정도가 흐른 뒤의 일이다. 

2년이라는 연애 기간이 있었는데, 그중 1년은 뜨거운 사랑을 나눴고 남은 1년은 결혼을 준비했다. 

결혼할 사람은 정해져 있다고 했던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결혼 이야기가 나오고 우린 그 이후로 순조롭게 결혼을 준비하고 식을 올렸다. 


결혼을 하고 우리 부부의 삶에 극적인 변화가 있었냐면 그건 아니었다. 당분간 자녀 계획은 뒤로 미루고 신혼을 즐기기로 한 탓에 우리 둘은 주말이면 근교로, 여름이고 겨울이면 동남아로 신나게 여행을 다녔다. 둘 다 파워 E성향으로 집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성격 탓에 가까운 영화관이라도 찾곤 했다. 그렇게 1년, 2년... 이 지나고 결혼을 한지도 어느새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버렸다. 





부부의 삶을 사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시리라. 부부의 삶은 어쩌면 시끄러우면서도 어쩌면 고요한 일상의 반복 또 반복이다. 우리 부부의 지난 4년 역시 크고 작은 일들의 반복이었다. 결혼의 연차를 쌓아가면서 불쑥불쑥 들려오는 말이 있었다. 결혼 전 TV에서 나오는 남의 이야기라 생각했었는데 나에게 일어날 줄은 전혀 몰랐었던 그런 말들. 


[아기는 소식이 없는 거야?]


[결혼한 지 꽤 되지 않았어? 아기는?]


평범하게 사는 가정에게 자연스럽게 따라오리라 생각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무심코 뱉는 안부성 인사는 우리 부부에게 남 모를 스트레스가 되고 있었다. 4년이라는 결혼 생활 동안 아기를 갖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하진 않았다지만 그렇다고 아기를 향한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안부성으로 묻는 주변 사람들의 걱정 어린 오지랖이 있을 때면 우리 부부는 서로의 눈치를 보곤 했다. 마치 서로의 탓인 양 미루기도 했었던 것 같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5년 차에 접어드는 그 해. 자연스러운 2세 소식이 없다면 우리 둘 다 2세는 포기하려고 했었다. 반려견을 키우며 사는 삶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뭐, 그땐 그랬었다.




우리 부부에게 2023년이 갖는 의미는 남달랐다. 어쩌면 부부생활의 큰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해였기 때문에. 재밌는 건 이러한 간절함과는 별개로 우리는 저녁마다 하이볼을 즐겨마셨다. 특히 23년의 1월은 우리 부부에게 하이볼의 시간이었다. 임테기를 통해 실망하는 결과가 나올 때면 서로를 위로하며 우리는 하이볼을 즐겼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행동이었겠지만 지난 일이다 생각하니 [피식] 하고 웃음이 새어 나온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샤워를 마치고 화장실에서 나온 아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닌가?


[여보!!!]


서로를 골리기 위해 장난을 즐겨하던 서로의 모습을 알기에 이번엔 또 어떤 장난을 치는 걸까 하며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뭐야~ 또 뭔데~]


머리를 채 말리지 못한 모습의 아내의 얼굴은 꽤나 상기되어 있었다. 순간 나는 직감했다. 

무언가 큰 게 왔다고.


[여보! 임테기.. 두 줄이야!]


순간 멍 했다. 잠깐이지만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아무 말 못 하고 아내를 바라보자 아내는 묻고 더블로 말했다.


[나.. 임신한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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