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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연 Oct 26. 2023

저희 임신했어요! 근데 쌍둥이예요!(2)

[본격 육아 에세이] 쌍둥이 키우고 있습니다. (5)

양가 부모님들은 물론 주변 지인들에게 쌍둥이 임신 소식을 차례대로 알렸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오랜 시간 함께 우리 부부의 2세를 기다려준 어떤 이들은 너무나 축하한다며 함께 기뻐해주셨고 이미 자녀들을 키우고 있는 또래의 그들은 고생길 시작이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특히 쌍둥이는 1+1이 아닌 무한대로 힘들 거라며 엄포를 놓는 친구도 몇 있었다. 걔 중에는 [넌 이제 뒤졌다!] 라며 노골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 친구들도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기뻐해주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기뻐해주고 축하해 준 사람은 역시 양가 부모님이셨다. 하지만 양쪽 부모님들의 온도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그야말로 잔칫집과 같은 분위기로 시끌벅적하게 축하를 해준 아빠와 엄마 그리고 사촌들과는 다르게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너무 고생 많았다며 격려와 함께 축하를 전하셨다. 특히 아내에게는 너무나 고생했다고, 이제 더 고생할 텐데 어쩌냐며 통화를 하는 내내 눈물을 쏟으셨다. 분위기가 약간 묘해지자 장인어른께서는 너무나 좋은 날에 울긴 왜 우냐며 장모님에게 살짝 핀잔을 주기도 했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았다. 임신 소식을 알리자 1차로 놀라고, 쌍둥이라는 소식을 알리자 2차로 놀라는 모습을 보며 한편으론 재밌다고 생각한 부분도 있었다. 그만큼 쌍둥이라는 존재는 우리에게도 특별했지만 그들에게도 특별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대략적으로 인사를 돌리고 나서야 우리는 시켜놓았던 원조 커피와 피스타치오 빽스치노를 마실 수 있었다. 그사이 얼음이 많이 녹아나 보다. 조금 맛이 옅어졌다.


[여보 이제 실감이 좀 나?]


[글쎄? 아직? 근데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 실감이 나지 않을까?]


[그러게... 근데 진짜 신기하다. 쌍둥이라니... 내가 LG트윈스 팬이라서 쌍둥이 아빠가 되는 건가?]


[.........]


가끔 말도 안 되는 농담을 던질 때면 아무 말 없이 눈빛으로 욕을 하는 아내, 이번에도 어김없이 눈빛은 매서웠고 나는 고개를 돌리며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하게 앞을 보며 운전에 집중했다. 이때부터 또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때 찾아온 침묵은 기분 좋은 침묵이었다. 서로 각자의 마음을 추스르고 쌍둥이라는 축복의 선물을 각자의 방법대로 받아들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쌍둥이 아빠 그리고 엄마가 될 준비를 시작했다.





실제로 생각보다 너무 많은 분들께서 우리 부부의 쌍둥이 소식에 축하를 해주셨다.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우리 부부가 만나기 전부터 각자의 삶에서 만들어온 인연과 부부의 연을 맺은 후에 함께 연을 만들어온 감사한 분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건강하고 지혜롭고 착하게 키우도록 하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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