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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람 Aug 14. 2022

디지털치를 위한 변명

키오스크에서 주문하기

기술 발전이 아주 빨라지면서 첨단 기계를 잘 사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나뉘기 시작하였다. 필자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과학 계산을 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가끔 쇼핑몰이나 도회지 가게에서 당황하곤 한다. 어느 날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킨집에 갔더니 주문은 전적으로 키오스크가 담당한다. 나와 아내는 이 치킨집에 아주 오랜만에 왔는데 심히 당황스럽다. 대개 아이들이 치킨을 사 오거나 아이들이 앱으로 배달을 시키기 때문에 치킨집에 올 일이 거의 없다. 이날은 오전에 두 시간 정도 동네를 걷고 점심으로 치킨을 먹어볼 요량으로 이 가게에 왔다. 내가 갑자기 치킨 생각이 나서 치킨을 먹자 하니 아내가 의아해한다. 어른도 가끔은 이런 치킨을 먹고 싶은 때가 있다.


키오스크 앞에 서니 현란한 세트 메뉴들이 휙휙 지나간다. 키오스크 메뉴를 넘겨보아도 먹으려는 메뉴가 없다. 키오스크 앞에서 쩔쩔매면서 땀이 삐찔삐질이다. 옆에서 주문하는 젊은 학생들은 금세 주문하고 나오기를 기다린다. 우리가 주문하려는 메뉴는 큼지막한 5~6조각 치킨인데 아무리 메뉴를 넘겨보아도 없다. 멘붕이다! 아마 이런 경험을 해본 사람이 더러 있을 것이다. 경제적 이유 때문에 사람을 쓰기보다 디지털 기계를 사용한다. 아마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런 일은 가속할 것이다, 한 미래학자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향후 20년 내에 현재 직업의 약 57%가 사리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 예상치는 좀 지나친 면이 있지만 사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새로 생기는 직업도 많다. 그래도 약인공지능은 규칙에 얽매인 직을 대체할 것이다.


아내는 옆의 젊은 아가씨에게 도움을 청해 보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헤매던 키오스크를 포기하고 옆 키오스코로 옮겨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 키오스크에는 우리가 원하는 메뉴가 떡하니 있다. 겨우 몇 조각 치킨 주문을 마쳈다. 처음 사용하던 키오스크에 문제가 있었는데 우리는 그것을 깨닫는데 5분을 허비했다. 그동안 누구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주말이면 동네 한 바퀴를 걷는데 대개 2시간 정도를 걷는다. 오전에 출발하여 대개 점심식사 시간이 되면 집에 도착한다. 계획했던 걷기의 5분의 3쯤을 걸었을 때 집에서 콜이다.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자 하고 **킹 햄버거를 사 오란다. 오늘 내가 택한 걷기 경로에 햄버거 집이 있는 것을 알고 있는 주문이다. 한참 걷다가 땀을 훔치니 앞에 햄버거 집이다. 많은 사람들이 드라이브 쓰루에서 햄버거 주문을 한다. 매장에는 거의 손님이 없다. 햄버거 주문도 모두 키오스크로 주문한다. 이 햄버거 집은 핸드폰 앱으로 할인 쿠폰을 많이 보내주는 곳이다.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려고 하니 원하는 단품 햄버거가 보이지 않는다. 핸드폰 쿠폰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10여분을 씨름하다가 단품과 프렌치프라이를 몇 개 주문하였다. 그 사이에 몇 명의 대학생들은 옆 키오스크에서 금방 주문하고 햄버거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새로운 디지털 기기가 나오는 사용 하는데 자신감을 잃는 것 같다. 디지털 주눅이 든다. 주눅이든 상태에서 메뉴를 살피니 제대로 주문을 할 수 없다. 키오스크의 주문 방식도 너무 복잡하게 되어 있다. 디지털치를 가진 사람에게 주문은 너무 어렵다. 세상은 앞으로 디지털이 더 대세가 될 것이다. 디지털 평등 세상은 결국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누구는 더 쉽고 빠르게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누구나 쉽게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사용자 친화형 디지털 기기가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디지털치는 결국 누구나 당면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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