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하루에 접근할 수 있는 독특한 지형이 경기 북부이다. 경기 북부는 남쪽보다 상대적으로 교통 정체가 심하지 않아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오늘은 하루 일정으로 아침에 인천을 출발하여 한탄강 지질공원 둘레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한탄강은 경기도 북부에 형성된 매우 독특한 지형이다. 한탄강과 임진강에는 여러 곳의 지질 탐방로가 있다. 우리는 한탄강 주상절리 길을 목표로 출발했다. 꽤 먼 거리를 운전하여 <한탄강지질공원센터>에 도착했다. 정보도 얻을 겸해서 센터를 둘러보았다. 화산지형인 한탄강의 형상 과정, 다양한 암석의 종류 등을 잘 설명해 놓았다. 한탄강도 제주도와 같은 화산활동으로 형성되었다. 안내센터의 담당자에게 지질공원의 어떤 길을 걸어보면 좋을지 물어보았더니 벼룻길을 추천해 준다.
[그림 1] 포천 한탄강 주상절리 길 둘레길의 한탄강 하늘길
지질공원센터에서 조금 더 가니 비둘기낭 주차장이 있다. 비둘기낭은 맨 마지막에 보기로 하고 바로 포천 한탄강 하늘길 주차장에 주차를 한다. 9월 말이라 그런지 주차장이 한가하다. 하늘길 출렁다리는 돌아오는 길에 보기로 하고 벼룻길로 들어선다. 길가의 노랑 미역취와 분홍색 물봉선이 우리를 반긴다. 가을의 초입이라 둘레길 주변에 입을 벌린 밤송이와 다양한 참나무류의 열매가 바람에 후드득 떨어진다. 길가에 떨어진 몇 알의 알밤은 둘레길 걷기의 뜻하지 않은 선물이다.
[그림 2] 물봉선화와 미역취
벼룻길 초입길은 평탄하고 울창한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바로 옆에 흐르는 한탄강의 물소리는 쩌렁쩌렁하다. 가끔 오르내리는 계단길이 있지만 그리 험하지 않아 가변게 걸을 수 있다. 한탄강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 지점에서 한탄강을 내려다본다. 건너편 절벽에 몇 개의 동굴처럼 파인 곳이 다섯 개가 나란히 나 있다. 강을 둘러싸고 있는 깎아지른 절벽은 주상절리 모양인 곳이 많다. 강의 절벽까지 거리가 너무 멀어서 제주도 서귀포에서 보았던 육각형 모양의 주상절리를 볼 수 없어 아쉽다. 살랑이며 불어오는 시원한 강바람은 맞으면서 한참 동안 한탄강의 절경에 넋을 잊고 바라본다. 옆에 서 있는 졸참나무에서 길쭉한 도토리가 떨어져 문득 정신을 차리고 다시 길을 출발한다. 전망대에서 둘레길로 다시 진입하기 위해서 몇 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아내가 앞서서 훌쩍 계단을 올라가는데 뒤따르던 내 눈에 초록색에 빨간 반점이 박힌 뱀이 계단을 따라서 기어가는 것이 보인다. 다행히 아내가 계단을 지나간 뒤로 뱀에 물리지 않았다. 깜짝 놀라서 내가 뱀이야 하고 소리치면서 내가 들고 있던 막대기로 뱀을 숲 속으로 옮겼다. 아내가 놀란 것보다 뱀이 더 놀랬을 것이다. 한가롭게 지나가던 뱀을 우리가 방해한 것이다. 둘레길을 걷다가 가끔 뱀을 보게 되면 우리의 자연아 아직은 건강하게 살아 있구나 하고 느낀다.
[그림 3] 한탄강은 화산지형의 골짜기가 깎여 강이 매우 깊게 형성되어 있고 강벽은 다양한 지형을 보여준다.
전망대에서 조금 더 걸으니 부소천교 이다. 부소천교 못 미쳐 둘레길 옆에 멍우리 협곡 캠핑장이 있다. 캠핑장 옆에 밤나무와 도토리나무가 많고 밤이 길가에 많이 떨어져 있지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 없다. 지난여름의 폭우에 부소천교 근처에 있다던 징검다리 길은 온 데 간데없고, 강변을 따라 나 있어야 하는 잔도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밤나무에 정신이 팔려 걷는데 지장이 있어서 부소천 지나 부소천 협곡 길을 걸어보려 했으나 포기하고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주차장 옆에서 주전부리 파는 푸드트럭들이 진을 치고 있지만 사람이 거의 없다. 와플 한쪽과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고 출렁다리인 하늘다리를 걸어 본다. 출렁다리는 높이가 장난이 아니다. 아래를 바라보니 다리가 후들후들 한다. 더구나 한탄강 여울에 흰 물보라가 생기는 지점이 정확히 보이는 지점에 투명 유리로 아래를 볼 수 있게 하였다. 빠르게 흐르던 물에 낙차가 생기는 지점에서 여울이 형성되어 있고 그 흰 물보라는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관경이다. 하늘다리에서 한탄강의 상류와 하류를 조망할 수 있어 좋다. 다리에서 멀지 않은 하류 왼쪽에 비둘기낭이 있는 곳이 보인다. 마지막에 보려고 아껴 두었던 비둘기낭으로 발길을 돌린다.
한탄강 하늘다리와 비둘기낭은 거리가 지척이다. 비둘기낭은 명소인지 잘 정돈된 모습이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으며 한쪽에 캠핑장이 자리 잡고 있다. 비둘기낭이 보이는 절벽 위에서 “우리는 와하고 탄성을 지른다!” 이래서 명소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계단을 내려가 지척에서 비둘기낭을 감상한다. 자연이 아니면 어느 누가 이런 풍경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절벽 아래에 아취모양으로 깎여나간 동굴이 형성되어 있다. 아취를 이루고 있는 암석은 모두 주상절리다. 자세히 보니 육각형 돌기둥이 잘려서 아래로 파이프 오르간 기둥처럼 켜켜이 얽혀있다. 아취 모양을 이루고 있어서 무너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곡선이 형성되어 있다. 천장에서 선 연신 작은 물줄기가 흘러내린다. 수천 년 동안 흘러내린 물줄기가 이런 모습을 만들었을 것이다. 비둘기낭이라 이름은 예전에 이곳에서 비둘기들이 살았다고 하여 붙여졌단다. 옆의 안내 판을 보니 이 이국적인 모습이 여러 드라마에 나왔단다. 예전에 “추노”란 드라마를 본 적이 있는데 그때 부상을 입은 주인공이 이곳에서 치료를 했단다.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듯하다.
[그림 4] 비둘기낭이 이색적인 모습. 수천 년의 물 흐름이 동굴을 만들었고 드러난 주상절리를 명확히 볼 수 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관경이다.
비둘기낭에 모인 물줄기는 아주 좁은 협곡을 따라 흘러 한탄강으로 흘러든다. 물줄기를 따라 난 협곡의 모습 또한 범상치 않다. 코로나 전에는 이 물줄기를 따라 개울 따라 걷기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정말 이색적인 체험일 것이다. 이렇게 멋진 풍경을 훼손하지 않고 후대의 유산으로 물려주어야겠다. 비둘기낭이 계속 붙잡아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루 종일이라도 그 풍광을 보고 있을 수 있겠다. 인천에서 포천까지는 먼 길이라 벌써 날이 어두워져서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이내 돌린다. 다시 보자 한탄강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