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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람 Feb 19. 2023

걷알스-포항 내연산과 보경사

겨울에는 좀처럼 멀리 갈 기회가 많지 않다. 1월이나 2월이면 포항에 올 일이 꼭 생긴다. 포항을 구석구석 다녀보지 못했지만 독특한 도시이다. 포항제철인 포스코가 도시의 중심을 이룬다. 포항을 가로지르는 형산강은 강폭이 넓고 수량이 풍부한 강이다. 오랜만에 형산강 수변 길을 걸어보았다. 포스텍 근처에서 출발하여 형산큰다리까지 걸어보았다. 형산강 철교로 아직도 기차가 다닌다. 형산큰다리 넘어 포스코 제철소의 높은 탑에 불빛이 마치 ET의 눈처럼 서 있다. 우리나라 중공업의 밑천인 독립적 제강산업의 중심지다. 철의 왕국 가야를 이어받아 포항은 제철의 중심으로 활짝 꽃을 피웠다. 


몇 년 전에는 형산강에서 포항 운하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출발하여 포항 운하길 을 따라서 영일만 관광안내소까지 걸어보았다. 대학교 수학여행 때 포항을 방문했을 때 송도 해수욕장 주변에 형성된 너른 소나무 숲이 기억나서 지도를 찾아보았지만 잘 찾을 수가 없다. 나중에 지도를 찾아보니 송도 도시 소나무 숲이 아직 조금 남아있다. 다음에 포항 송도 소나무 숲을 걸어보려 한다.


[그림 1] 형산큰다리 근처에서 바라다본 포스코 야경


포항에서 조금 더 멀리 가려면 기동성이 있어야 한다. 일행 중에 차를 가지고 온 분이 있어서 하루 오후 시간을 이용해서 포항에서 좀 멀리 가보았다. 10여 년 전에 가보았던 내연산(內延山)과 보경사를 보러 갔다. 10년 전에 겨울에도 내연산을 방문했었는데 그땐 몹시 춥고 길이 미끄러워서 멀리 올라가지 못했다. 내연산은 산세가 완만해 보이지만 중후한 멋이 있다. 나무가 울창하여 골짜기에 물이 많고 크고 작은 폭포가 형성되어 있다. 내연산 12폭포를 따라가는 등산로가 잘 나있다. 겨울이라 여기저기 계곡이 얼어있지만 여전히 물이 흐르는 곳이 보인다. 내연산은 아름드리 소나무가 많다. 특히 계곡 중간에 홀로 서있는 소나무는 홀로 독야청청이다. 마치 누가 일부러 심어놓은 것 같다. 여러 폭포를 지나 관음폭포에 도착하였다. 겨울인데도 수량이 많다. 폭포 옆의 절벽에 마치 누군가 참선을 했을 만한 구멍들이 바위에 나 있다. 자연적으로 형성되었는지 누가 일부러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 관음폭포에서 바로 옆에 구름다리는 연산폭포로 이어져 있다. 연산폭포는 물줄기 옆에 얼음이 많이 얼어 있다.


[그림 2] 내연산 연산폭포를 둘러싸고 있는 절벽에서 자로 있는 자나와 부처손


  연산폭포는 높은 절벽으로 둘러싸여있다. 연산폭포의 암석에는 여러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글자의 크기도 아주 크다. 높은 절벽에 돌을 쪼아서 이름을 새겨야 했으니 석공의 수고로움 느껴진다. 폭포 앞을 막고 있는 높은 절벽 위에 위태롭게 자라고 있는 나무는 도도하다. 어떤 풍상을 겪었는지 나뭇가지가 이리저리 구부러져 있다. 절벽의 좁은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을 했기 때문에 다른 나무보다 키는 작아도 훨씬 나이가 많을 것이다. 절벽을 자세히 살펴보니 여기저기에 부처손이 자라고 있다. 절벽의 나무 밑에도 부처손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작지만 흙을 붙잡아 주고 있다. 지금은 겨울이고 비가 오지 않아 부처손이 마른 것처럼 검은 회색을 띠고 있지만 비가 오면 푸른 잎을 펼칠 것이다. 많은 물이 흘러가는 계곡의 절벽에서 물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 애처롭다. 굶으며 극도의 고행을 했던 부처님 같아 부처손이라 이름 지었을까?


  연산폭포를 보고 하산한다. 왕복 2시간 정도의 짧은 산행이다. 하산하며 등산로 주변을 살펴보니 진달래가 산재해 있다. 봄에 왔다면 만개한 진달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진달래 피는 계절에는 좀처럼 포항에 올 일이 없다. 언제가 해파랑 길을 지날 때 들려볼 요량이다.



2023년 1월 포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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