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시야 서새이 Aug 19. 2024

내가 어쩌다가 이래 되었누

주말마다 엄마를 뵈러 간다. 엄마는 요양시설에 계신다. 동생이 매일 와서 휠체어에 태워 병실 밖에 나와 보행기를 잡고 서서 걸어 본다. 물론 엄마 뒤에서 바지를 잡고 따라다닌다. 우린 그걸 운동이라고 한다. 엄마의 유일한 낙이 운동하는 것이다. 


우리 엄마는 시할머니. 시어머니, 우리 오 남매를 키우신 분이다. 우리에게는 징조할머니 수발까지 다 드신 분이며 시집살이의 대가다. 


그러면서 농사까지 지으신 분이다. 엄마는 매일 바쁘고 일이 많으셨다. 겨울이 되면 조금의 여유가 생긴다. 우리 어릴 때에는 미싱으로 옷을 만들어 주시기도 했다. 전문적으로 배우신 것은 아니고 그냥 옆에서 귀동냥으로 배우신 솜씨다. 미싱 소리가 나면 엄마에게 주문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엄마가 지금은 요양 시설에 계신다. 엄마는 치매 증상과 간이 안 좋으셔서 배와 손발이 붓는다. 많이 부으면 병원으로 모시고 가서 치료하고 요양시설에 오시기를 반복하고 있는 중이다. 


 유일하게 힘든 일이 있으시다. 밤에 잠을 주무시며 벌어지는 일이다. 엄마는 기저귀를 하고 계신다. 기저귀에 쉬하면 그걸 빼야 한다. 그냥 두고 잘 수는 없으시다. 그래서 벌어지는 아픔이 병의 아픔도다 더 마음이 상하신다. 


엄마가 계시는 요양시설에는 한국분이 아닌 외국분이 요양사가 일을 하신다. 매일 계신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주무신다. 밤에 주무실 때 엄마는 서랍장에서 기저귀를 빼서 갈아야 한다. 기저귀를 갈기 위해 서랍에서 기저귀를 빼다 기저귀가 바닥에 떨어지고 겨우 어찌하여 하나를 빼서 기저귀 갈기에 성공한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난 요양보호사가 기저귀가 있는 서랍장 바닥에 기저귀가 떨어져 있고 바닥에 젖은 기저귀가 뒹굴어 속상해한다. 물론 이해가 되고 어려운 상황임에는 분명하다. 요양사가 일어나 기저귀를 갈아줄 때까지 푹 자고 일어나면 좋을 텐데.....  그것이 되지 않아 벌어지는 일이다. 


엄마는 밤이 무섭다고 하신다. 엄마는 "서랍장에 동태(바퀴)가 있으니 돌돌 끌고 가 저쪽 침대 끝에 둔다." "기저귀를 창문 밑 난간에 둬" 동생과 나는 기저귀를 창문 난간에 둔다. 


저녁은 5시에 드시고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아무것도 안 드시면 배가 고프다고 음료를 두고 온다. 음료를 드시면 밤에 기저귀를 많이 갈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것이 불편하고 어려워 요즘은 국이나 물이나 음료를 거의 안 드신다고 하신다. "내가 어찌하다 이래 되었누"말씀하시는데 마음이 아프다. 


나는 저녁 식사 후에는 물만 조금 마시지 거의 음식을 먹지 않는다. 많이 먹으면 속이 불편하고 음식이 위에 부담스러워 먹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우리 엄마는 배가 고프면 잠이 안 오는 사람이다. 평소에도 밥에 국 말아 잘 드시고 맛있게 드시는 분이다. 뷔페 다녀오셔도 집에 오시면 꼭 밥 드셔야 하는 분이다. 그런 분이 마음껏 못 드시고 견뎌야 하는 것이 불편한 상황이다. 


요양사도 밤에 잠을 주무셔야 낮에 일을 할 수 있다. 그것이 이해가 되고 엄마는 밤에 배가 불러야 하고 뭐라도 드셔야 주무실 수 있고 병원에서 매일 드실 수 있는 것이 음료 종류 밖에 없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이고 가슴 아플 뿐이다.  


엄마는 조금 더 노력하면 집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 그런데 배와 발, 다리가 붓고 있다. 동생과 나는 한 두 주 지나면 병원으로 모시고 가야 하지 않을까? 고민 중이다. 엄마는 "내가 너희들 힘들게 해서 어떻게 하누"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누" 말에 가슴이 멍해진다. 


엄마는 계셔서 뵈러 가는 것만으로도 좋고 감사할 뿐이다. 우리가 힘들까 봐 걱정을 하신다. 오늘은 조금만 힘들면 좋겠고 조금 행복했으면 좋겠다. 


#요양시설 #엄마 #병원 #어르신 #기저귀 #밤 #저녁 

작가의 이전글 키즈다쿵에서 생긴 일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