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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차이나 타운' 시드니 여행

캠핑카에서 보낸 첫날밤은 무척이나 쾌적하고 아늑해 너무나도 좋았다. 물론 나는 아직도 텐트 캠핑으로 캐나다를 횡단했던 시절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하지만 조금 더 나이를 먹은 뒤에 다시 장기여행을 하게 된다면 캠핑카는 정말 좋은 대안이 될 것 같다. 여행과 삶의 어느 중간쯤에 있는 여행 방식인 것 같다. 꼭 여행지에 도착해서만이 아니라 그곳까지 가는 과정 또한 즐길 수 있다면 꾸준히 여행을 할 수 있는 좋은 원동력이 된다. 



오늘은 드디어 시드니로 들어간다. 4년 전 비행기를 타고 처음 시드니 공항에 내렸을 때, 내가 이렇게 다시 캠핑카를 직접 운전해 돌아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때는 정말 영어도 잘 못하던 서울 촌놈이 이제는 캐나다 횡단도 해보고 나름 외국에서 산전수전도 많이 겪어 봤다. 시드니 랜드마크 중 하나인 하버 브리지(Harbour Bridge)에 캠핑카가 진입할 때는 정말 감개무량했다. 여전히 활기차고 아름다운 시드니는 그곳에 그렇게 그대로 있었다. 4년 동안 이곳은 얼마나 변했고, 나는 또 그때와 얼마나 다른 것을 볼 수 있을까? 


우선은 동생들을 예약한 숙소 근처에 내려주고 나는 캠핑카를 반납하러 갔다. 반납 장소는 시드니 도심으로부터 약 30km 정도 떨어져 있다. 도시와 도시 사이는 캠핑카로 여행을 하고, 반납 뒤에는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도시 안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는 점이 이 RV relocation 서비스의 최대 장점이었다. 나는 이 첫 일정에 사용했던 메르세데스 벤츠의 캠핑카를 2박 3일 동안 빌리는데 정확히 하루 1달러씩 총 $3이 들었는데, 주유비 $250을 지원받았기 때문에 차량을 픽업할 때 오히려 $247을 돌려받았다. 캠핑카의 하루 렌트비가 보통 $200~300 정도인걸 감안한다면 일정이 자유로운 여행자에게는 상당히 유용한 서비스다. 첫 번째 캠핑카 일정이 무사히 잘 끝났기 때문에 두 번째 일정인 멜버른에서 울루루까지의 일정도 매우 기대가 되었다.



시드니에서 머무는 2박 3일 동안 숙소는 차이나 타운 근처에 잡았다. 도심까지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에 가격이 매우 저렴했고 주변에 한식당도 있었다. 차이나 타운은 세계 어느 도시를 가나 가이드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이민자가 많은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는 차이나 타운에 들리는 일을 빼놓을 수 없는데, 중국의 어느 거리를 정말 그대로 옮겨놓은 듯 다양한 상점과 음식점이 자리해 있어 그들의 오랜 이민 역사를 보여준다. 세계 어디를 가도 이렇게 쉽게 차이나 타운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가끔은 경이롭다. 특히 한국 교민 수가 적은 지역을 여행할 때는 한국 식재료나 생필품을 이곳에서 더러 구할 수 있어 덕을 보는 일도 많다.


시드니의 차이나타운(좌), 멜버른의 차이나타운(우)

"전 세계에 중국과 일본을 이렇게 무시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우스개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실제 외국 생활해보면 중국인을 쉽게 무시할 수 없는 그 이유 하나가 바로 그들의 '단합력'이다. 한국 이민자들이 자기들만의 작은 울타리 안 '리틀 코리아'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때, 중국인들은 공통의 목적을 위해 서로 정보공유나 동업을 많이 한다. 중국인 커뮤니티에 가면 찾을 수 없는 정보가 없고 현지에서 찾을 수 없는 비즈니스는 직접 만들어 버린다. 많은 교민 수와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사업은 금방 쑥쑥 커진다. 이들은 정치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데 한국계 현지 정치인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우리 교민들에게도 목소리를 대변해 주겠다며 한국어 광고까지 만들며 손을 내민다. 호주, 캐나다 모두 중국계 이민자가 많고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 멀지 않아 자본은 물론 정치적으로도 이들이 나라의 주류를 이루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시드니에 머무는 동안 총 다섯 끼를 먹었는데, 그중 두 끼를 중식을 먹었으니 나의 생활에도 이미 중국문화가 많이 흡수해 있는 것 같다. 외국 생활하며 겪어보면 배울 게 없는 민족은 없다. 



시드니 도시 여행은 달링하버를 시작으로 강을 따라 하버브리지를 지나고 오페라 하우스까지 이르는 코스가 가장 중심이라 할 수 있다.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는 시드니를 이야기할 때 뺄 수 없는 랜드마크이고 달링하버는 쇼핑몰과 카지노 등 오락시설 두루두루 있고 멋진 항구와 강을 전망으로 식사할 수 있는 레스토랑 이 많아 외국에 온 느낌을 만끽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다. 특히 시드니는 전형적인 항구 도시이기 때문에 이 주변의 항구를 경험해 보는 것이 진짜 시드니의 멋을 느낄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배는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이 가장 즐겨 사용한 여행 방법이었다. 비행기가 없던 시절 유럽인들은 항해를 통해 (그들의 관점에서)신대륙을 발견했고 새로운 영토를 정복했다. 그리고 큰 배가 들어갈 수 있는 지리적 조건이 좋은 곳에 도시를 만들었다. 내가 현재 사는 캐나다의 몬트리올, 우리가 너무나 익숙한 밴쿠버, 미국의 뉴욕, 시애틀, 보스턴 등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도시가 항구로부터 시작했다. 비행기 여행이 너무나 흔해진 지금도 많은 유럽이나 아메리카 사람들은 큰 배를 타고 크루즈 여행을 즐긴다. 크루즈에 사용되는 배는 호텔 건물 한 채가 바다 위에 떠있다고 생각하면 쉽다. 배 안에는 객실과 레스토랑은 물론이고, 클럽과 카지노, 수영장, 운동까지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휴양지의 리조트처럼 놀고, 먹고 하다 보면 매일 새로운 여행지로 나를 데려다 주니 돈 많고 시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 여행과 삶의 어느 중간쯤 캠핑카 여행이 있다면 크루즈는 여행과 휴향 사이에 있는 럭셔리와 낭만의 끝판 버전이라고나 할까? 이런 멋을 아는 크루즈 여행객들이 도착한 도시에 불어넣는 활기는 실제로 경험해봐야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우리는 도착한 날 저녁 달링하버에서 시드니 무사 도착을 기념하는 성대한 해산물 파티를 열었다. 선선한 항구 바람과 아름다운 불빛들이 만난 밤의 달링하버는 특히 로맨틱하다. 둘째 날은 오페라 하우스를 둘러보고 항구를 따라 하버브리지까지 산책을 했다. 사진으로만 보던 세계의 유명 랜드마크들을 실제로 보는 일은 항상 설레는 일이다. 하지만 각자가 가진 '기대'의 크기에 따라 랜드마크를 바라보는 느낌도 매우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랜드마크들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시각적인 정보 외에도 그것의 역사와 견뎌온 시간의 의미를 함께 되새겨 보는 것이 필요하다. 


2박 3일의 시드니 여행에서 재밌던 점은 역시 어디를 여행하던 하루의 마무리는 숙소 근처에 있는 차이나 타운에서 하게 된다는 거였다. 아무리 맛있는 호주식 해산물 요리를 먹어도 왠지 맵고 짜고 자극적인 동양의 음식이 생각나는 건 가난한 여행자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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