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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집, 캠핑카와 친해지는 법

울루루 향해 떠난 첫날, 정들었던 브리즈번 안녕!

예약한 캠핑카를 픽업해 왔다. 생각보다 크다. 캠핑카가 크다는 말은 서있을 땐 편하고 좋은데 반대로 운전할 땐 불편하다는 말이다. 차가 많고 길이 좁은 시내에서는 운전도 주차공간 확보도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캐나다 여행할 때 만난 많은 여행자들이 캠핑카 뒤에 작은 승용차를 견인해서 다녔나 보다. 다행히 대도시인 시드니와 멜버른에서는 캠핑카에서 숙박을 하지 않을 예정이라 큰 문제없이 이번 여행을 마칠 수 있을 것 같다. 


6개월 동안 살던 집을 정리했다. 함께 살던 아름이와 영석이 형이 배웅을 나왔다. 아쉬움에 눈물을 보이는 형 모습에 나도 울컥했다. 형이나 나나 오랜 외국 생활로 이젠 헤어짐이 익숙해질 만도 한데도, 이별은 항상 쉽지 않다. (여행 중 생기는 대부분의 이별에서 내가 거의 떠나는 역할이어서 이때는 남겨진 사람의 마음을 잘 몰랐다. 캐나다에 정착 한 지금, 누군가 나의 곁을 떠날 때마다 나는 이 날 영석이 형의 눈물이 생각이 난다.) 



이 첫 번째 캠핑카와의 여정은 브리즈번에서부터 시드니까지 약 600여 킬로미터다. 시드니 근교까지 가서 적당한 곳을 찾아 하룻밤 묵을 생각이다. 이 일정에는 모턴 아일랜드 여행을 함께 떠났던 동생들이 동행하기로 했다. 동생들은 이 여행이 있기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했고, 현재는 입원 생활을 마친 뒤 현재 통원치료 중이었다. 좋을 나이에 꿈을 안고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왔는데 사고 후유증으로 일도 공부도 할 수 없는 상태다. 사건 수습을 위한 소송과 재활치료로 호주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교통사고로 후유증까지 있는 동생들에게 또 자동차 여행을 제한한다는 게 부담되는 일이지만 외국까지 와서 병원, 집만 오가는 게 안타까웠다. 나 역시 운전하는 내내 어깨가 무거웠지만 그래도 믿고 따라와 준 동생들과 안전하게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아쉬운 이별을 뒤로하고 우리는 시드니로 향했다. 시내를 최대한 조심히 빠져나가 본다. 커다란 캠핑카를 타고 등 뒤로 멀어지는 브리즈번의 마천루를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브리즈번에 사는 동안 대부분 걸어 다녔기 때문에 이렇게 차를, 그것도 지상고가 이렇게 높은 차에서 바라보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그래도 지난번 렌터카를 한번 운전한 터라 우핸들 차량으로 좌측통행을 하는 것이 그리 어색하지는 않았다. 캠핑카를 모는 일은 자동차를 운전한다기보다는 배를 조종하는 느낌에 더 가깝다. 이렇게 브리즈번과 작별을 하는구나. 브리즈번은 여러모로 나에게 의미가 있는 곳이다. 처음 외국 생활을 꿈꾸게 했던 곳이고, 그래서 다시 돌아왔고, 6개월 좋은 경험을 하고 다시 떠난다. 그동안 나는 또 얼마나 성장했을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고속도로를 들어서서부터는 뻥 뚫린 길 덕에 운전이 훨씬 수월했다. 가끔 캠핑카만큼 큰 다른 차가 갑자기 옆으로 지나가면 아찔하기도 했지만 결국 나는 내 차선만 잘 지키면 됐다. 캠핑카의 장점은 도시를 떠나면서부터 발휘되었다. 달리다가 어디든 적당한 곳에 세우면 너무나도 편하게 휴식을 할 수 있었다. 캐나다 횡단 때 장거리 운전에 단련된 내게 하루 600km 운전은 익숙한 일이었지만, 처음 운전하는 캠핑카와 친해지기도 할 겸 최대한 그 장점을 즐겼다. 


호주 대부분의 도시는 해안에 위치에 있고, 고속도로 역시 그 도시들을 잇기 때문에 바다와 가깝다. 그만큼 경치가 좋은 휴식처들도 많이 있다. 캠핑카로 여행하니 꼭 휴게소에서만 쉬라는 법이 없어 좋았다. 언제 어디서든 쉴 땐 바다를 볼 수 있으니 그게 참 좋았다. 큰 차를 모는 일은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는 일이었고, 나를 포함한 탑승자 총 4명의 안전이 나에게 달렸기 때문에 최대한 천천히 안전하게 운전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피곤하면 국도로 나갔고, 좋은 풍경이 있으면 잠시 쉬어갔다. 숲 속에서도 쉬고, 작은 마을에서도 쉬고, 바다에서도 쉬었다. 배가 고프면 바로 라면 한상 푸짐하게 끓여 먹었다. 


그렇게 약 500km를 달렸다. 참고로 렌트한 캠핑카는 계약상 해가진 다음에는 달릴 수가 없었다. 커다란 보름달이 지평선 너머로 올라오는 것이 보일 때쯤 아늑한 캠핑장을 찾았다. 첫날 여행은 이 정도면 될 것 같았다. 나름 성공적인 것 같다. 캐나다 횡단 여행을 할 때는 우리 차랑 텐트가 머무는 캠프 사이트에서 제일 작았는데, 호주에선 캠핑카 여행이라니. 비록 하룻밤 1달러를 주고 빌린 렌터 가지만 나름 성장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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