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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퇴사하기 싫었던 꿈의 직장

'Be a Guest' 글로벌 기업 힐튼 직원의 고객체험기?

호주에서 첫 직장 생활 6개월이 끝나가고 있다. 글로벌 호텔 체인인 힐튼에서의 업무 경험은 다시 생각해도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브리즈번 지점의 연회(Banquets department) 파트에서 Conference & event attendant로 근무했는데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이런 대기업에서 근무할 수 있었던 건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한 사업장에서 최대 6개월밖에 근무할 수 없기 때문에 채용절차가 복잡하고 시간과 비용이 드는 대기업에서 워홀러를 채용하기란 경험상 쉽지 않다. 덕분에 나는 정말 좋은 조직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힐튼이 좋은 조직이라고 생각하는 세 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직원을 꾸준히 재교육한다.

2. 직원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3. 직원에게 소속감을 주고 고객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들어 준다.


힐튼은 채용부터 퇴사할 때까지 직원들을 교육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나 역시 6개월밖에 안 되는 근무기간이지만 많은 교육을 이수했다. 채용 후 첫 출근 날에는 하루 꼬박 오리엔테이션을 한다. 근로계약서 사인, 급여 통장 개설 등 필요 절차가 끝나면 바로 교육에 들어가는데 회사의 역사와 비전에 대한 간단한 프레젠테이션으로 시작해 호텔의 부서별 업무분장, 회사의 이념과 직원의 권리까지 빼놓지 않고 교육했다. 



마지막 시간에는 호텔 내부를 견학하는데 교육에서 배운 내용을 상기하며 실제 실무자들을 만나볼 수 있어 좋았다. 호텔에는 손님들은 모르는 직원들만 다니는 비밀 통로가 많이 있는데,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다양한 부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들의 업무를 소개받았다. 놀랐던 점은 이곳에서 20년 이상, 오랜 기간 근무해온 직원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이었다. 그 직원들 중에는 물론 간부나 임원들도 있었지만 세탁이나 청소 같은 단순 업무를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힐튼은 근속연수가 높은 직원들에게 경제적인 부분 외에도 많은 보상을 해주었다. 세탁 파트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한 직원은 맡은 업무의 특성상 임금의 인상에는 한계가 있었다. 기업에서는 숙련된 노동자를 계속 고용하면 좋지만 이윤이 최고 목적인 기업에서 20년 동안 근무한 단순 업무 노동자의 인상된 급여와 퇴직금은 부담이 될 수박에 없다.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단순 업무 직원들을 계약직으로 고용하거나 하청 또는 외주를 주는 것은 이런 이유다. 힐튼은 그의 임금이 느는 만큼 근무시간을 주 3~4일까지 줄여주었다. 그리고 업무시간이나 휴가 선택 등에 우선권을 주었다. 결과적으로 그는 일하는 시간이 줄고 수입은 늘었기 때문에 그 시간만큼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내거나 다른 부업을 갖는 것도 가능했기 때문에 그는 힐튼의 생활에 만족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상황을 근로자와 회사가 충분히 소통하고 서로 협의했다는 것이다. 이런 회사의 배려 때문에 숙련된 근로자들이 몇십 년이 지나도록 같은 회사, 같은 자리에 머물며 만족할 수 있었다. 자신이 원하면 지속적인 재교육을 통해 다른 파트에서 일을 할 수도 있는데, 힐튼 호텔 내에는 힐튼 대학이라는 자체 교육 플랫폼이 있어 직원들이 온라인을 통해 꾸준히 재교육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회사 생활 중에 실제 학교를 다니며 학위를 따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과 문화 사람들의 인식까지 더해져,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실무직에서 관리직으로 옮겨간 사람도 다수 볼 수 있었다. 하다못해 소방교육까지 직원들에게 근무수당을 지불하며 의무 이수토록 했다.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BE A GUEST'라는 제도였다. 호텔에서 근무한 지 3개월 이상 되면 해당 직원에게 1박 2일 호텔 투숙권을 준다. 단순한 복지 차원이 아니라 고객 입장으로 호텔을 체험해보고 직접 느낀 장단점을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고객 입장이 되어보니 업무 매뉴얼 내용을 직원이 아닌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었고 발견된 문제들을 회사와 공유하여 개선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해보고 나니 내가 회사의 일부분이라는 점이 더 명백하게 느끼고 그래서 더욱 소속감과 맡은 일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내가 경험한 힐튼은 회사가 추구하는 이념을 직원들과 고객 모두에게 일관성 있게 적용하는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힐튼에서 만난 직원들은 나이와 경력에 상관없이 자신이 맡은 파트에서 최선을 다해 일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한국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때 돈은 최소한으로 주고 일은 최대한 시키려 하는 회사 정책에 너무 구역질이 나서 인턴 계약이 끝나자 마자 뛰쳐나왔던 경험이 있다. 그 뒤로 어떤 회사든 1~2년 근무해보면 이 회사가 나를 조직의 일부로 생각하는지 아니면 그냥 부속품으로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그동안 여러 번 이직을 해봐도 직원을 조직의 부속품으로 생각하지 않은 건 회사는 힐튼뿐이었다.



그런 꿈의 직장을 나오는 게 매우 아쉬웠지만 워홀러에게 주어진 6개월의 시간은 착실히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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