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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가 진짜 좋아할 호주 여행지

마지막 브리즈번 여행지 '모턴 아일랜드' 야생 돌고래 먹이주기

호즈의 브리즈번에 머문다면 꼭 가봐야 할 섬이 하나 있다. 바로 모턴 섬(Moreton Island)이다. 브리즈번에서 배로 약 한 시간 반이 걸리는 이 섬은 98%가 국립공원이고 인접 바다는 해양공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은 섬의 서쪽 탕갈루마 지역인데 원주민 말로 "물고기가 모이는 곳"으로 매주 3천 명 이상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아름다운 바다와 모래사막 등 아름답고 신비한 자연환경을 다양한 방법의 액티비티와 함께 즐길 수 있는데 도시로부터의 접근성도 좋아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가성비가 정말 좋은 섬이다. 특히 야생 돌고래에게 직접 먹이 주기 체험을 할 수 있어 유명한 이곳은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사냥한 고래를 가공하는 포경기지였다고 한다. 1952년부터 1962년까지 10여 년 동안 약 6천여 마리의 고래를 사냥하여 이곳이 폐쇄될 때는 혹등고래의 개체수가 500마리 정도뿐이 남지 않았다고 한다.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지금은 야생 고래와 상생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나는 브리즈번의 생활이 끝나갈 때쯤, 같은 숙소에 살았던 동생들과 함께 이 모턴 섬을 찾았다. 오전 7시 반 브리즈번에서 배를 타고 출발해 탕갈루마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우리를 맞이해주는 것은 바로 펠리컨이다. 두 발로 서서 걷는 모습을 보면 마치 펭귄 같기도 한데 생각해보니 여긴 호주다. 날개를 활짝 펴고 주둥이를 벌리면 영락없는 펠리컨이 맞다. 이렇게 아름답고 깨끗한 곳이 도시 가까운 곳에 있다니 정말 놀라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리는 간단하게 과일과 샌드위치로 요기를 하고 호텔 체크인 전까지 섬을 둘러보았다. 


하얗고 고운 모래가 깔린 백사장은 너무 눈이 부셨고 옥빛 바닷물은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시원했다. 탕갈루마 해변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난파선 주변인데, 이곳을 중심으로 물고기도 몰리고 스노클링이나 보트를 타는 사람들도 많다. 리조트 이용객들은 스노클링 장비를 무료로 대여할 수 있어 우리도 간단하게 바닷속 탐험을 즐겼다. 바닷물은 정말 맑고 깨끗하나 물고기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불가사리도 죽어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모튼섬은 사륜바이크 코스는 여태까지 타본 곳들 중에 단연 최고였다. 한 시간짜리 이  코스는 같은 길을 빙빙 도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리조트 주변 섬의 이곳저곳을 사륜바이크로 투어 하는데 코스가 길고, 그중 대부분의 코스가 고운 모래로 되어 있어 스릴은 더욱 넘치면서도 넘어졌을 땐 안전하다. 

섬에서 모턴 아일랜드 국립공원을 제외한 2% 주거지에는 약 300여 명의 주민이 사는데, 주민들은 사륜구동 자동차를 백사장까지 끌고 와 낚시도 하고 테닝이나 피크닉을 즐기기도 한다. 정말 지상낙원이 있다면 이곳 같을 거다. 도시에서 가깝고 편의시설도 잘 되어 있지만 자연환경은 어느 곳보다 깨끗하다. 지금까지 가본 휴양지 중에 제일 자유로우면서 한편으로는 제일 안전하고 평화롭다고 느껴졌다.


모턴 아일랜드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야생 돌고래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이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금지하는 경우가 많아 그게 가능한지 의문이었는데, 과거 고래를 학살했던 아픈 역사를 거울 삼아 자연을 더 지키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보였다. 해가 지면 둑 근처에 환하게 조명이 켜지고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섬 근처에 사는 야생 돌고래들 역시 인간과 쌓은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이젠 습관적으로 이 시간 리조트를 찾는다. 탕갈루마는 돌고래의 야생성은 유지하면서 한편으로는 사람과 교감할 수 있도록 많은 애를 쓰는데, 첫째로는 사람이 주는 먹이가 하루 음식 섭취량의 10~20%로 제한되며, 둘째로 먹이를 주는 관광객들을 철저히 교육한다. 먹이를 주기 위해선 무릎 정도 깊이의 바닷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체험 참가자는 젖을 준비가 된 상태어야 하며, 이때 몸에 선크림이나 벌레 퇴치제 같은 것을 뿌리면 절대 안 된다. 돌고래를 함부로 만져서도 안된다. 탕갈루마 리조트에는 총 10마리의 돌고래가 매일 먹이를 먹기 위해 오는데 담당자들은 돌고래에게 이름을 붙여 그들의 출석을 매일 체크하고 동시 건강상태도 확인한다. 우리가 찾은 날은 특히 중요한 미션이 하나 있었다. 돌고래 중 한 마리 입안에 철사가 감겨 있음을 지난번 확인하고 오늘 그 철사를 제거하기로 한 것이다.  



여행객들의 먹이주기 체험이 어느 정도 끝나자 상황이 매우 긴박하게 돌아갔다. 우선 철사를 제거할 수 있는 수의사들이 장비와 함께 대기하고 있었다. 스태프들은 돌고래를 유인하여 들것으로 들어 올렸고 미리 준비한 매트 위로 옮겨 내려놓았다. 돌고래가 물 밖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모든 상황들이 실수 없이 빠르게 진행되어야 했고, 그동안에 고래 몸에 양동이로 바닷물을 떠 와 계속 부어주었다.



처음에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했지만, 가까이 가서 보고 난 뒤에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대기하고 있던 수의사들이 재빠르게 철사를 제거하고 돌고래는 다시 바다로 무사히 옮겨졌다. 이가 아파본 사람은 치통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안다. 철사 때문에 고통스러웠을 돌고래가 앓던 이 아니 철사를 빼고 후련하게 물속으로 다시 돌아가는 장면은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지켜보던 여행객들도 모두 한마음으로 박수를 쳤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불법 포획되었던 남방 돌고래들의 방사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배를 타고 제주의 야생 고래들을 찾아다니는 돌고래 투어가 그들에게 얼마나 스트레스를 주는지에 대한 기사도 볼 수 있었다. 해외에서도 야생 고래를 보러 다니는 투어를 봤지만 고래에 근접했을 때는 배의 동력을 끊는 등 고래에게 주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최근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출연해 화재가 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지구상의 위대한 국립공원'에서도 야생동물과 인간이 상생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지구에 있는 어떤 동물도 필요 없는 것은 하나 없다. 다 함께 상생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호주에서 그 상생의 지혜를 많이 배웠다.



돌고래에게 먹이를 주고 치료하는 장면, 모래 사막을 달리는 사륜바이크 체험등은 아래 영상에서 조금 더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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