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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길거리 음식에 10만 원 순삭

호주 브리즈번 잇 스트릿 마켓

길거리 음식의 장점은 싸고, 빠르고, 맛있다는 것이 포인트다. 특히 한국 길거리 음식은 세계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기 때문에 외국 친구들이 한국 여행을 한다고 하면 명동이나 동대문, 남대문을 많이 추천해 준다. 중국이나 필리핀, 베트남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할 때도 현지 분위기를 물씬 느끼게 해주는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거리를 항상 찾는 편이다. 현지인들의 에너지를 듬뿍 느끼고 생활 풍경을 더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그런 곳들을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한다. 반면에 선진국들의 길거리 음식은 어떨까? 캐나다의 경우 위생 문제로 길거리 음식점을 운영하는데 제한이 많다. 특히 내가 거주했던 퀘벡의 경우 세금을 많이 내는 기존 요식업자들의 입김이 세 식당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게 법적으로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캐나다에 거주하는 동안 축제를 제외하고는 일상생활에서 길거리 음식을 만나기가 매우 어려웠다. 간혹 만나더라도 핫도그나 햄버거, 아이스크림 등 그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아쉽다.


호주에서 이런 길거리 음식에 대한 갈증을 모두 해소해준 곳이 있었는데 바로 잇 스트릿 마켓(현재는 Eat Street Northshore으로 이름을 변경했다)이라는 곳으로 브리즈번에 간다면 꼭 가봐야 할 명소이다. 작은 부스에서 직접 조리하여 파는 길거리 음식과 라이브 음악, 게임, 기념품 쇼핑 등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야시장이다. 해밀턴 지역에 위치한 잇 스트릿 마켓은 호주의 해상 교통수단인 시티캣(City Cat)을 타고 가면 편하다. 노스쇼어 해밀턴 패리 터미널(Northshore Hamilton Frerry Terminal)이 시티켓 종점이기 때문에 내려야 할 정거정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다. 종점에서 내리는 대부분의 사람이 잇 스트릿 마켓으로 향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들을 쫓아가면 마켓과 만난다. 우리는 해 질 녘에 시티캣을 탄 덕에 운 좋게 아름다운 노을과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시티켓은 평소에도 아름다운 브리즈번의 도시 전경을 보기 좋은 방법으로 이날은 날씨가 좋아 브리즈번의 대표 다리인 스토리 브리지를 등반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스토리 브릿지를 등반하는 사람들(좌), 우연히 만난 노을과 무지개(우)


도착한 잇 스트릿 마켓의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한마디로 축제 같았다. 일주일에 금, 토, 일 저녁시간 딱 3일만 운영하는 이 야시장은 일주일 동안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주말 밤을 흥겹게 보내기에 안성맞춤의 장소였다. 호주는 이민자의 나라, 다문화 국가인만큼 다양한 종류의 메뉴와 신선한 해산물도 만나볼 수 있었다. 라이브 공연도 끊이지 않고 펼쳐져 눈, 코, 입, 귀가 모두 즐겁다. 머무는 내내 쉬지 않고 오감을 자극하는 음식과 볼거리 때문에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몰랐다.


음식의 가격대는 $6~8부터 시작해서 비싼 해산물도 최대 $20을 넘지 않았는데, 우리는 이날 단둘이서 자그마치 총 100불이 넘는 음식을 모두 먹어 치웠다. 그 시작은 역시 입맛을 잘 돋워 주는 생굴이었다. 



한국에서는 굴이 매우 저렴한 술안주인데, 외국에선 굴이 귀하다. 와인을 파는 고급 음식점에 가면 보통 12개(dozen)를 한 접시로 판다. 낱개로 원하는 만큼 팔기도 하지만 가격이 더 비싸다. 보통 개당 $3~5 정도이고 손님이 적은 해피아워(Happy hour, 가격을 할인해주는 시간)에는 개당 $1에 팔기도 한다. 일본의 사시미 외에는 서양 국가에서 해산물을 날로 먹을 기회가 많이 없어 신선한 해산물 생각날 때 바로 이 굴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이다. 우리는 흔히 굴하면 소주가 생각나겠지만 와인 하고도 상당히 궁합이 잘 맞는다. 현지인들은 레몬, 타바스코 등 여러 가지 소스를 곁들여 다진 피클과 함께 먹기도 한다. 그래도 진짜 신선한 굴이라면 역시 아무런 소스 없이 먹는 게 바다 본연의 향을 느끼기에 제일 좋다. 낱개로 주문을 해서 먹다 보면 감칠맛에 계속 추가하게 되는데, 나중에 계산서를 보고 깜짝 놀랄 수 있으니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음식이다. 



신선한 애피타이저로 입맛이 완전 돌기 시작한 우리는 본격적으로 탄수화물을 섭취하였는데, 미니피자와 오징어 튀김, 그리고 홍합요리를 시켰다. 서양인들이 우리나라 치킨처럼 제일 흔하게 먹는 맥주 안주가 바로 피자와 오징어 튀김이다. 치맥이 아니라 '피맥'인 것이다. 거기에 토마토소스에 조린 홍합 스튜는 유럽식이니 여기 잇 스트릿 마켓은 정말 지역과 국가를 뛰어넘는 지구촌 스트릿 푸드마켓이었다. 전망 좋은 야외에서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힐링이 따로 없었다. 잇 스트릿 마켓은 여럿이 갈수록 더 좋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상점에서 각자 원하는 것들을 사 와서 함께 나누어 먹으면 더 다양한 음식을 간편하게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디저트로는 길거리 음식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닭꼬치와 구운 옥수수 그리고 회오리 감자를 먹었다. 시원한 과일 음료도 절대 빼먹으면 안 된다. 이날 먹은 회오리 감자가 너무 좋았는지 지금도 어디든 축제에 가면 회오리 감자는 꼭 사 먹는다. 마지막으로 잇 스트릿 마켓을 왠지 아쉬워서 떠나기 전 굴을 한판 더 먹었다.  



$100이면 좋은 레스토랑을 경험해볼 수도 있는 정도의 금액이지만 외국에 살면서 이런 축제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 또한 참 중요하다. 외국에서 축제는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어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자유', '해방감'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내가 그곳의 이방인이라는 사실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며, 맥주 한잔 사 마실 돈만 있어도 음악과 조명을 즐기며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요즘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으로 현지 축제 정보 또한 더욱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가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





현지 분위기를 조금 더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신나는 음악과 함께 영상으로 한번 만들어 보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EsAuLAU8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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