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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에 호주에서 캠핑카를 빌렸습니다.

호주 일주의 시작

호주 브리즈번 힐튼 호텔에서의 6개월 근무가 끝났다. 기다리고 있던 캐나다 영주권도 때마침 나와 계획보다 일찍 캐나다로 돌아갈 수도 있을것 같다. 사실 브리즈번에 남을지 떠날지, 아니면 바로 호주 여행을 시작할지 고민 중이었다. 브리즈번에서 파트타임을 알아봄과 동시에 전부터 살아보고 싶었던 호주 타 지역 호텔에도 이력서를 돌렸다. 하지만 역시 나이 많은 워홀러에게는 제약이 많다. 특히 호주나 캐나다는 채용 절차가 상당히 오래 걸리는 편이다. 시간이 지나 워홀이 다 끝난 뒤 캐나다로 돌아온 뒤에도 내 이력서를 보고 연락하는 회사들이 있을 정도였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역시 '타이밍'이다. 워홀 중 경험하고 싶은 직종과 회사가 확실하다면 호주 입국 전부터 이메일로 이력서를 돌려놓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다.

 

캐나다 영주권이 예상보다 빨리 나온 이상 호주 워홀 비자 1년을 꼭 채울 필요도 없었다. 한국을 떠난 온 지 벌써 4년이 되었으니 이 참에 한국에 들어가 가족들을 만나고 약간의 휴식기를 갖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호주 여행을 서둘러 시작하려고 중고차를 계속 알아봤으나 마음에 드는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호주에서 1달러에 캠핑카를 빌렸다'는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발견했다. 게시물의 주인과 댓글로 소통하며 정보를 얻었다. 호주나 캐나다, 미국 등은 국토면적이 넓기 때문에  A에서 차를 렌트해서 여행한 뒤 B나 C 같은 다른 지역에서 반납하는 경우가 많았다. 누군가는 차를 다시 A로 옮겨야 하는데 반대로  B나 C에서 A로 여행하는 사람은 적었다. 그래서 렌터카 회사들은 기사를 고용하는 대신에 거의 무료로 여행자들에게 캠핑카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캠핑카는 기사 고용비를 아끼고 여행자는 저렴하게 캠핑카를 이용할 수 있으니 서로가 좋은 기회였다.


우리가 브리즈번에서 시드니까지 타고 여행할 첫번째 캠핑카


'Vehicle relocation'라고 검색하면 관련 사이트들이 여러 개 나오는데 나는 그중 마음에 드는 웹사이트에 들어가 검색을 시작했다. 손쉽게 차종과 출발지, 도착지, 픽업 가능 날짜와 최대 여행 가능 기간 등이 나열된 리스트를 찾을 수 있었다. 차의 종류는 다양한데 대부분은 우리나라의 마을버스 정도 크기였다. 큰 차 운전에 자신 있었고 캠핑을 하면서 여행할 수 있다는 점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가격은 보통 하룻밤에 $1로 거의 무료에 가깝고 어떤 지역은 유류비가 조금 포함되기도 했다. 단 호주에서 운전 가능한 운전면허증이 있어야 하고, 차량 픽업 시 약 $1,000 정도의 보증금을 신용카드로 걸어야 했다. 보증금은 차량 반납 후 이상이 없으면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다. 여행 스케줄을 최대한 렌터카 픽업과 반납 일정에 맞추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캠핑카를 저렴하게 빌릴 수 있다는 장점에 비하면 충분히 감수할만한 것이었다. 오히려 호주의 전 지역을 운전해서 돌 필요 없이 자동차와 비행기를 연계해서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점도 꽤 매력적이었다. 나는 이 렌터카 시스템을 이용해 울루루까지 가보기로 결심했다. 웹사이트를 열심히 파보니 브리즈번에서 시드니까지, 그리고 멜버른에서 울루루까지 캠핑카를 이용하고 시드니에서 멜버른까지는 비행기를 이용하는 일정으로 캠핑카 대여가 가능했다. 호주 일주의 유일한 목표는 '울루루에 간다'였기 때문에 여기까지는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간단한 식기에 전자렌지와 토스터기, TV, 냉장고까지 없는게 없던 캠핑카 내부


단, 캠핑카는 울루루까지만 렌트한 상태로 그 뒤로 그 오지에서 어떻게 탈출할지는 차차 생각해 봐야 할 문제였다. 현재로서는 울루루에서 캠핑카를 렌트해 다른 지역으로 가는 루트는 없었다. 그래도 울루루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인만큼 비행기나 버스 등 연계할 교통수단이 많으니 '가는 게 문제지, 돌아오는 거야 식은 죽 먹겠지'라는 다소 안일한(?) 생각으로 우리는 우선 캠핑카를 예약하고 여행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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