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과학 콘텐츠 기획 등의 강연을 들으면서 깨달은 기획할 때 필요한 2가지를 정리해 보려 한다. 과학 이야기가 아니어도 본인만의 콘텐츠를 잘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도 충분히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다.
콘텐츠의 소비자가 '엄마'라고 생각하기
내가 아는 상식이 다른 사람들에게 상식이 아닐 수 있다. 당연히 알 거라 생각하고 모르는 말들을 와다다 말하고 넘어가 버리면, 청중은 그 이야기가 듣기 싫어진다.
과학융합강연자 양성 과정 당시 타깃을 초등학생 고학년에서 중학생 정도로 잡으라고 배웠다. 하지만, 강연을 다녀보면 요즘 중학생들 정말 똑똑하다. 강연을 하고 있으면 그 정도는 안다는 눈빛을 보내고, 예리한 질문으로 당황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과학에 관심이 많은 아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콘텐츠의 난이도가 확 올라갈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를 생각하고 만들어야 할까? 물론 타깃이 확실히 정해졌다면 그 타깃의 지식수준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서 준비하는 것이 가장 베스트일 것이다. 하지만 청중의 범위가 넓어서 기준이 모호할 때는 '엄마'를 떠올리곤 한다.
나는 중학생, 고등학생 시절 입으로 설명하면서 공부하는 버릇이 있었다. 특히, 시험 전날 잠은 오고 공부하기 힘들 때 깨어있는 엄마를 옆에 모시고 계속 설명해 주며 공부를 했다. 그럴 때 최대한 엄마가 이해하기 쉽게 (물론 엄마는 내가 여기 왜 있지라는 표정이지만) 좋아하는 드라마 속 상황이나 인물들로 비유를 들어 이야기하곤 했다. 이렇듯 엄마를 생각하고 콘텐츠를 준비하면 전문 용어를 남발하지 않고,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할 수 있다. 즉, 친숙한 비유를 들면서 천천히, 친절한 마음으로 청중들을 이해시키려 해 보자.
내 이야기로 해줘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집중할까? 바로 '내 얘기'이다.
상상해 보자.
시끌벅적한 카페에서 노트북을 켜놓고 할 일을 하고 있는데, 저기 대각선 테이블에 내 지인이 친구와 앉아 있다. 신경 쓰지 않고 일에 집중하려는데, 갑자기 저 테이블에서 내 이름이 어렴풋이 들린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그 순간 시끄러웠던 카페는 조용해지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에 온 신경을 세운 후 귀를 기울인다.
꼭 이런 상황이 아니어도 한 번쯤은 비슷한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사람들이 쉽게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과학도 본인들의 이야기와 묶어서 설명되면 궁금해서라도 조금은 들어보자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해양 오염으로 인해 어획량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수산물의 가격이 폭등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에게 해양 오염에 대한 이야기만 주구장창 하면 크게 와닿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자주 가던 횟집의 모둠회 소자가 4만 원이었는데 8만 원으로 올랐다면?이 상황이 알고 보니 해양오염과 관련 있었던 거면?해양 오염이 더 이상 남 얘기가 되지 않고, 내 이야기가 되면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콘텐츠를 만들기 쉽지 않다면, 서론 부분에 사람들의 흥미를 끌 때만이라도 최대한 청중들의 귀가 집중할 수 있도록 '내 이야기'를 묶어서 해보자.
2가지 내용이 머리로는 이해가 되고 쉬울 수 있지만, 콘텐츠에 적용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안 하고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준비하기 전에 먼저 상기하고 만들어보면 이전보단 더 나은 콘텐츠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