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차로 약 1시간가량 들어가니 고즈넉한 시골 풍경이 펼쳐졌다. 두 번째 동네인 에너지자립 마을 여주 상거동에 도착한 것이다.
에너지자립 마을이란 외부로부터 공급되는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참여하는 마을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고갈 위기에 맞서 마을 공동체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친환경적 방안인 것이다.
화석연료에 기대지 않고 내가 직접 전기를 만들어 쓴다면 얼마나 도움이 될까?
총 84 가구가 모두 3kW씩 태양광 모듈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4인 가족이 한 달간 사용 가능한 전기량이다. 마을 주민분 중 한 분은 3kW로 올여름 하루 종일 냉난방해도 한 달 전기세가 3만 원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하시며 만족감을 표하셨다.
현재 우리나라 에너지 사용 비율을 보면, 화석연료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화석연료(석유, 석탄, 액화천연가스 등)는 전체 에너지 공급의 약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태양광을 포함한 재생에너지는 전체 에너지 공급의 약 10% 미만으로 머물고 있다. 물론,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21.6%로 늘리고,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목표를 가지고 있음을 밝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선 왜 아직 재생에너지의 비율이 낮은 것인가?
태양광 설치를 중점으로 이야기하자면, 가장 대표적인 이유가 '이격거리 규제'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태양광 발전 시설이 주거지나 도로 등으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설치되도록 하는 규제이다. 이 규제는 주민들의 생활환경 보호와 경관 유지 등을 목적으로 하지만, 태양광 발전 보급에는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또한, 태양광에 대한 오해가 많은데, 그중 하나가 바로 태양광 패널에서 전자파가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자파 방출 수치를 비교해 본다면 전자레인지의 절반도 채 미치치 않는다고 한다. 즉, 태양광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사람의 건강을 해칠 정도가 아니며 무해하다.
다시 돌아와 이격거리를 따지면 실제로 설치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이런 한계점을 이겨내고, 여주 상거동에선 지역 주민이 참여한다면 이격거리 규제를 예외로 한다는 조항을 만들어 에너지자립 마을을 형성했다. 강제가 아닌 지역 주민의 참여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것이다.
또한, 태양광으로 얻은 매월 천만 원 이상의 소득으로 마을 어르신들 병원비와 식비를 지원해 주기도 한다.
주민들께선 앞으로 농촌은 식량과 더불어 에너지를 생산하는 곳으로 인식이 변해야 한다고 하셨다. 기업이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농촌으로 찾아온다면, 농촌 인구 소멸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한 마을이 가능하다면 다른 마을도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생산자가 곧 소비자가 되는 에너지자립을 강조하셨다. 이 마을을 통해 기후위기를 기후기회로 바꾸는 노력을 절실히 볼 수 있었다.
사실 재생에너지의 한계점과 불편함은 아직 많다. 하지만, '재생'가능한 환경을 위해 더는 편안함과 익숙함에 젖어있으면 안 됨을 또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두 곳의 마을을 돌아보며 기후위기 속 에너지, 교통의 현실적인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느 외국 마을,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의 지구를 위해 이런 마을들이 확산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며,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며 체험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