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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 U Mar 28. 2022

Tequila Sunrise

어제 상담사를 만났어요

  제 모든 충동은 계획에 의해서 실행돼요. 짐을 싸고 숙소를 예약하고 아는 사람의 가게에서 술이나 진탕 마셔야지. 그렇게 계획했으니까.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곧장 상담 센터에 갔어요. 제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거나 힘들어서가 아니에요. 뭐가 문제인지를 모르겠는데 괴로워서. 


  저더러 그러더라고요. 상담을 통해서 어떻게 변화하고 싶냐고. 그런 건 없다고 했어요. 그나마 떠오르는 건 평범하고 싶다. 그거 하나라고. 평범이 어떤 의미냐길래 "갖가지의 개성을 모아 평균을 낸 게 결국 평범이라는 건데 그 평범의 범주 안에 제가 있었으면 해요. 그리고 죽었으면 좋겠어요." 그 말 듣더니 마음이 아프대요. 안개 속에 있어서 자기 자신도 안 보이는 것 같대요. 말은 차분하게 하지만 내용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데. 글쎄요. 그런 건 모르겠어요.


  글을 쓴다고 했어요. 이유를 묻길래 잊고 싶지 않고 잊히고 싶지 않아서 라고 했는데 제가 무언가를 애타게 잡고 있는 것처럼. 아슬하게 붙들고 있는 것처럼 쳐다봤어요. 힘들었을 것 같아요, 슬펐을 것 같아요, 이런 말. 정말 무감해요. 저는 느낀 적 없는 감정을 거론하니까. 제 감정의 체계가 다르다는 것만 더 확실해졌어요. 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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