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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린 Mar 07. 2022

실패의 경험: ‘실패’를 ‘실패’로 여기지 않는 힘

세상을 바라보다




누군가 나에게 나는 실패의 경험이 너무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걱정이 된다고.


‘그런가?’ 생각해본 적도 있다.


실제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부모님 두 분 다 건강하게 계시고,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괜찮은 해외 대학을 졸업해서, 코로나 시기에는 우연한 기회로 인턴십도 하고, 졸업하자마자 직장도 구하고. 꽤 순탄한 인생이다. 아니, 꽤 괜찮은 인생이다.


‘실패의 경험이 없어서 나중에 실패를 경험할 때 무너지려나?’ 걱정해본 적도 있다.


그렇다고 미래에 있을 실패를 당겨서는 할 수는 없는 법. 일어나지도 않은 실패를 굳이 겪으려고 할 필요도 없는 법.


‘너희는 실패해본 경험이 있어?’라고 주변에 물어본 적도 있다.


보통 내 인생에 부러움을 보이는, 나에게 자신의 인생에 대해 고민 상담을 하는, 스스로가 실패의 경험이 나보다는 많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은 의외였다. 그들이 말한 실패의 경험은 나도 다 겪어 본 것들이었다.


원하는 대학에 떨어지고, 원하는 인턴십 혹은 회사에 지원을 했지만 떨어지고, 부모님과 싸우고, 친구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나는 실패를 실패로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닐까?’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난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이 일어날 일, 하나님의 계획 속에 있는 일, 과정이고 통해서 배울 것이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목표한 대학에 떨어지고 가게 된 대학은 ‘하나님이 날 이 대학에 보내신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하며 다녔고 그러다 보니 졸업할 때 즈음 ‘이 학교에 오기를 너무 잘했다’라는 고백을 할 수 있었다. 또 목표한 직장에 최종 면접을 보고 떨어진 후에는 ‘그래도 면접을 준비하면서 많이 배웠네’하며 훌훌 털어냈고 불안에 울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의 너무 좋은 회사에 붙기까지 연락 없는 수많은 회사들에 꿋꿋이 지원하기도 했다.


크던 작던 모든 사람에게는 실패가 존재한다. 창업을 해서 파산을 한 20대 청년의 실패는 실패이고 담임 선생님이 낸 퀴즈를 맞추지 못해서 사탕을 받지 못한 어린아이의 실패는 실패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나의 삶은 실패가 없는 온실 속 화초의 삶이 아니다. 단지 ‘실패’를 ‘실패’로 여기지 않을 뿐. 그렇기에 1년 뒤, 5년 뒤, 10년 뒤, 내가 모를 저 미래에 모두가 인정하는 ‘실패’를 마주하게 될 때에도 무너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실패’를 겪고도 ‘실패’로 여기지 않는 것은 힘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가장 필요한 힘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이걸 ‘회복탄력성’이라고 하던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라는 말은 많은 사람들에게 왜곡되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실패를 이겨냈을 때의 이야기이다. 실패가 실패로 남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패배의식으로 가득한 삶을 살게 된다. 실패를 해야만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실패를 이겨낼 때 성공하는 것이다.


생각난 김에 나에게 실패의 경험이 너무 없다고 말한 그 사람에게 가서 말해줘야겠다. 걱정할 필요 없다고.




#실패 #성공 #극복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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