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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유 Jul 09. 2023

추월하기 너무 쉬운 세상

90%가 애매하게 알기 때문에



여느 때와 다름없는 규칙적인 시곗바늘과 오른팔을 지탱하여 몸을 일으키는 동작으로의 기상, 로시니의 비단사다리 엘피를 틀고 마시는 시원한 냉수 한잔. 어느 것 하나 다를 것 없는 일상의 ‘극히’ 일부인 오전에 유튜브를 보다가 1분 정도 남짓한 짧은 수학일타강사가 하는 동기부여 영상인데 이런 말을 한다.

“여러분 요즘 세상은 성공하기가 너무 쉬운 세상이야. 왜냐고? 90%는 열심히 안 하거든”

물론 내가 열심히 하는 사람은 아니라 성공한 상위 10% 해당되는 사람은 아니지만 내가 그동안 냉정하게 나만의 어조와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써 내려가는 동안 나름의 나만의 리듬감을 가졌으며 물건 하나를 구매할 때도 디깅이 일상이며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에 대해서는 잘 알고 파고들고 깊게 좋아하며 소비하며 느낀 점들을 몇 가지 공유해보려 한다.





첫 번째 : 우리에게 밀려오는 정보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관심의 수면은 낮아진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주 미세한 나노입자와 같은 최소 단위로 치환하여 우리 인간의 육체를  하나하나 분해하여 파헤쳐본다면 우린 사실 인형 뽑기 기계 안에 있는 인형과 다름없는 존재다.

하지만 대체 무엇이 우리를 타인과 나를 그리고 너, 우리를 다르게 만들어주는 걸까?

본성? 자아? 신념? 영혼? 그 어떠한 독립적인 단어를 갖다 붙여놓아도 부정은 못하지만 어딘가 나는 아쉽다. 내 몸뚱이를 보고 나라는 전부를 파악할 수는 없듯이 다른 모든 인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영혼이나 자아 신념은 손으로 만질 수도 눈으로 직접 볼 수도 코로 냄새를 맡을 수도 입으로 맛을 볼 수도 없다. 다름을 정확히 증명해 낼 방도가 없지만 유일하게 증명할 수 있는, 수학에서 오답을 찾기 위한 확실한 증명처럼 타인과 나를 구분 짓는 확실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취향’이다.

나의 감각의 나침반이 그 많고 많은 브랜드 중에서 어느 하나를 고른다. 즉흥적으로 그리고 우리의 인생이란 그런 선택의 연속성에 속해있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톨스토이가 ‘취향이란 인간 그 자체이다’라고 쓴 문장을 읽으면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더 이상의 어떠한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요즘 시대엔 정보가 넘쳐 흐르다 못해 우리의 관심을 잠식시킬 수준의 위험에 노출 돼 있다. 한남동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엘피 판매점에 가서 20분만 관찰을 한번 해보면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은 넘쳐나는데 구매하는 사람보단 엘피진열대 앞에서 사진 찍는 사람, 테스터용 턴테이블에서 헤드폰을 끼고 듣는 척하는 사진을 찍으려는 기다리는 사람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점이라고 다를 건 없다.

sns에 좋은 글귀 위로가 되는 문장들을 찍어 올리는 행위.

서점에서 책을 두 시간 동안 고르느라 힘들었다고 올리는 행위.

책 추천해 달라고 올리는 행위 역시 모두 정보가 흘러넘쳐 개개인이 갖고 있는 관심의 척도보다 다수가 선택한 정보가 취향이 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개개인의 취향이 사라지니 자존감은 함께 하향선을 그릴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위로가 되는 문장 감성에세이들이 베스트셀러를 장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읽고 싶은 책이 넘쳐나는 독자들은 책을 고르는데 절대 두 시간이 걸릴 수가 없다. 두 시간이나 책을 고르는데 시간을 소비했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은 사실 ‘소비’라기 보단 ‘허비’의 가깝다. 이 또한  앞선 이야기로 귀결되지만 본인의 설정값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정보가 범람하면서 취향이란 것을 일종의 상표 같은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진 듯하다.

과도한 정보를 기반으로 하여 일반적인 유행을 좇는 경향, 유행에 익숙해지면서 사람들은 자기만의 취향이라는 걸 상실한 시대이다.

근래 가장 흥미롭게 읽은 책의 한 문장을 발췌하며 첫 번째 느낀 점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정보 과다’로 일컬어지는 지금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안다고 말한다. 바이러스에 대해서든 요가에 대해서든 갈라파고스제도에 대해서든. 희한한 건 “그거 알아, 어 그거 알아 나” 하고 두 번이나 말한다. 과연 무엇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단편적인 정보만 접했을 뿐인데도 다 안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오늘날 효과적인 소통방법은 정보의 제공이 아니라 ’ 얼마나 몰랐는지를 알게 하는 것‘이다. 기존 영역에서 미지의 영역으로 대상을 끄집어내는 것. 그것이 가능하다면 사람들의 흥미를 저절로 끌어낼 수 있다. - 저자 하라 켄야  의 ’저공 비행‘




두 번째 : 브랜드를 애매하게 좋아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좋아한다고 티를  내고, 정말 브랜드를 사랑하는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 태[態]‘가 난다.


위에 매듭지었던 이야기와 수반되는 내용이지만 개연성을 위해 다시 한번의 언급을 여러분들이 허락만 해준다면.

모두가 안다고 말하는 세상이 도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하라 켄야 - 저공비행에서 언급한 문장처럼 오늘날 효과적인 소통방법은 정보의 제공이 아니라 ‘얼마나 몰랐는지를 알게 하는 것’이라는 문장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어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내보려 한다.


내가 가장 오래 사용해오고 있으며 지금도 애용하는 향수 브랜드가 있다. 아실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얼마 전 프라이빗 클래스를 방문하여 이런저런 나도 모르던 정보들을 얻는 귀한 시간이었지만 역시나 어설프게 아는 정보들은 자랑하는 참여자 덕분에 지금의 더 좋은 글의 자양분이 될 수 있었다.

진행자가 가벼운 질문들을 시작으로 정답을 맞힌 참여자에게 향수 샘플을 주는 방식이었는데 이 브랜드 클래스를 참석한 사람들에겐 너무나도 쉬운 질문들을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며 샘플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그분은 ‘이 브랜드를 애매하게 좋아하는 사람이라 티를 내고 싶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마치 자신의 얄팍한 지식과 안목,  취향이 그 인격을 대변해 주는 하나의 라이센스가 된 것 마냥. 아니나 다를까 질문의 깊이가 조금 깊어지니 대답을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질문의 깊이의 문제가 아닌 정보 과다로 인하여 유명해진 브랜드를 접한 고객들이 얼마나 이 브랜드의 정체성과 매력과 깊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가. 를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 나에겐 유익한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남과 나를 구별 짓기 위한, 조금만 더 극단적으로, 단순화시키자면. 내가 남보다 조금 더 우월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한 기준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런 얕은 취향은 자기 자신을 편협하게 만들며 부끄러움이 메아리처럼 낮게 공명하여 본인에게 돌아간다.

우리의 인생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은 나를 대체할 수 없게 만들어주는 취미가 진정한 취향이다.




세 번째 : 영국스타일 감성 카페, 호주식 커피, 스페인에서 오래된 전통 추로스 브랜드


코로나시기에 하늘길이 폐쇄되면서 여행에 대한 그리움과 일상을 벗어난 특별한 것들을 찾아다니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심지어 정부에서 내놓은 방침인 ‘지역별 세분화 영업시간제한’으로 인하여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은 영업이 일찍 끝나는 반면 대구, 경산, 울산, 강원도, 양양 등등 여름 휴양지로 손꼽히던 지역들은 영업을 할 수 있었기에 서울에서만 핫하던 라운지나 펍 같은 곳이 지역별로 유행이 번지며 지금의 해외 휴양지의 감성을 곁들여놓은 공간들이 각광받았고 엔데믹을 선언한 지 1년여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추세이다.

유행하는 공간들의 오픈 시기를 생각해 보면 대부분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인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곧 사람들이 여행과 로컬에 대한 향수병이라 판단한다.

대표적으로 한남동에 생긴 스페인 츄러스 카페, 북촌 런던풍 베이글 카페, 근처 스콘 카페, 가로수길 한남동 그리고 성수에도 오픈한 호주식 카페 등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나라를 모티브로 한 카페와 음식점들이 생겨났다.

비단 카페문화만 그럴까?

’ 영국 왕실이 선택한 퍼퓸 브랜드 펜할리곤스, 런던의 부티크를 모티브로 한 조말론 런던, 유명인사들에게 의뢰를 받고 조향 해주던 크리드’ 등등

역사와 전통이 깊은 유럽권의 왕실이 선택한 퍼퓸 부티크샵이라고 소문만 났다 하면 냅다 뜨는 향수 브랜드나 해외 분위기 컨셉을 가져와 메뉴 이름과 주력상품 하나만 있으면 냅다 대기줄이 길어지는 카페나 별반 다를 거 없다.

이런 심리적 요인을 역사적 배경과 과거부터 전해온 문화를 관점으로 이해하기 위해 ‘하라켄야의 저공비행’의 일부분을 발췌해 본다.


‘고대와 중세 시대에 걸쳐 모든 일의 중심과 정점은 ‘왕’ 중심이었다. 국가라는 거대한 집단을 통솔하기 위해서는 강한 힘. 즉 절대적 질서와 권려의 상징이 필요했다. 폭군이든 우매한 왕이든 나이가 어리든 비범하든 상관없었다. 단 하나의 특별한 권위가 집단을 유지하는 가치의 구심점이 필요했을 뿐이고 이것을 표상하는 상징이 왕으로서 군림할 수 있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고대 중국의 청동기는 복잡한 문양으로 뒤덮여 있다. 녹이 슬어 청록색으로 뒤덮인 창연한 모습에 오밀조밀한 문양은 그 무엇으로도 형언할 수 없는 신기한 분위기와 구심력을 뿜어낸다.  인도에 타지마할, 이란의 셰이크로트폴르 모스크, 우리나라의 경복궁도 마찬가지로 상징성을 나타내는 특유의 문양이 존재한다. 이때부터 아마 서민들은 문양을 바라보고 왕을 동경하고 경건한 분위기에 압도당했을 것이며 이와 동시에 왕궁에서 사용되는 문양이나 생활양식, 장식이 하나의 가치로 숭배하는 암묵적인 지향이 세계 사람들에게 조금씩 세뇌 돼 왔을 것이다. 왕궁을 동경하고 교회에서 존엄을 느낀 사람들은 장식으로 가득한 인테리어나 가구 화려한 샹들리에를 긍지로 여기고 계승했다. 그리고 이러한 양식을 마치 권위를 나누어 갖듯이 자신들의 생활에 도입하려 했다.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이 원대한 시간 속에서 종유굴을 만들어내듯 왕과 국가들이 새겨온 긴 역사에서 럭셔리를 가치로 숭배하는 암묵의 지향은 조금씩 사람들의 세계상에 깊게 새겨 저 자라왔을 것이다.’ -하라 켄야 저공비행 일부 발췌

아마도  그 당시의 동경을 품은 ‘럭셔리‘라고 숭배되는 암묵적인 문화들이 현시대에까지 파생되어 펜할리곤스처럼 ‘영국 왕실이 사랑한 향수‘, 왕실에서 채택하여 납품된 제품 앞에만 붙을 수 있는 ’로얄‘, ’메종‘  과도 같은 럭셔리에 또 다른 단어가 탄생했으며 과거 아주 오래전부터 계승돼 온 권위와 역사를 대변하듯이 군중들은 그것들을 숭배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현재 대중들을 타깃으로 하는 명품 브랜드 마케팅 수단에 최전선에 당연시하게 배치될 수밖에 없었을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네 번째 : 그래서 남들과는 다른 독립적인 ‘나’를 형성하기 너무 쉬운 시대에 살고 있다.


‘무엇에 이끌리는가?’  하고 던지는 도발적인 물음이 필요하다.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만드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과도함이 우아함의 최대적이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적당한 타이밍에 여유와 함께 항상 이기게 되어 있다.

자신은 나름 꽤나 좋아한다고 믿고 싶은 것인지, 그 브랜드를 사용하면 뭔가 있어 보이니까 좋아하려고 하는 것인지, 이상과 현실의 부조화인지, 어쩌면 그냥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확실하게 내 안에서  느껴지는 기류는 좋게 보이는 것들만이 전부가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지배적이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지식을 과하게 티 내다가  디테일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은 정작 못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과도함을 뺀 사람이 더 우아하고 더 선명해 보일 수밖에 없다.

브랜드가 유행함에 따라 발맞춰 어느 정도 궁금증을 갖고 좋아하는 척하는 건 sns에서 자랑하고 관심받고 공감받고 으쓱 댈 수는 있지만 현실적인 취향의 깊이의 평가와 증명은 온전히 현실에서 감당해야 하고 도망칠 수는 없다.

취향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영역이므로 유행에서 파생되는 ‘여기 핫하다고 하는데 가볼까?’와 같은 궁금증과는 근원지가 다르다.

‘무엇이 어떻게 왜 좋은가?’ 하고 던지는 도발적인 물음에 취향의 싹이 트고 시간과 소비라는 물과 햇살을 받고 자라나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깊은 질문을 얼마나 어떻게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유행의 물결과 본질의 흐름을 적절하게 융화시켜 익히고 파악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생각하면서 독자적인 취미를 끊임없이 모색해 온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도움이 된 것들

김 경  - 나는 패배자에게 끌린다.

하라 켄야 - 저공비행

유현준- 인문건축기행

하루키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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