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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댕굴이 Oct 04. 2022

프롤로그. 서른 중반, 노후 준비를 시작합니다.

무뎌진 대신 예리해진 것

한국 특유의 나이 계산법을 교묘하게 이용해가며 스물아홉으로 거진 3년을 살았다. 그리고 빼박 서른이 되던 즈음부터는 내 나이를 상대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출생 연도로 답하면 심플.

나이를 묻는 질문에 절대불변의 출생 연도로 답하는 것은 생각보다 꽤나 편리하다. 

우선, 한국 나이인지, 만 나이인지 각자가 생각하는 나이의 기준이 무엇인지 애써 맞출 필요가 없다. 서로의 기준이 다름을 깨달았을 때 이를 정정해야 하는 수고로움과 귀찮음도 피할 수 있다. 어차피 나이를 묻는 의도 또한 구체적인 숫자를 알고 싶다기보다는 향후 관계에서 취할 태도를 결정짓기 위함이니 (그것이 좋은 의도인지는 논외로) 질문의 의도에 부응하기에도 충분하다.

서른 즈음 체득한 나름의 비법(?) 덕분에 어느 순간 입 밖으로 내 나이를 언급할 일이 거의 없어졌다.

말하지 않으면 잊혀 간다고 했던가.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지금, 나이에 점점 무뎌지고 있음을 느낀다.
21살이나 29살이나 다 같은 20대로 뭉뜽그려 버리고
40대나 50대가 이제 나와 아주 먼 얘기는 아닌 듯 보이
세대공감 키워드 하나면 나이 불문 '우리'가 되어버리는 빼박 30대 중반이 되었다.

그런데 개개인의 나이에 점차 둔감해지는 것과는 달리, 세상의 변화에는 점점 예민해지는 것 같다.
새로운 것의 '새로움'을 심플하게 받아들이던 예전과는 달리, 이런 저런 생각이 꼬리를 문다. 딱히 변화하는 세상에다 대고 '라떼는 말이야'를 외치고 싶은 건 아니다. 그렇다고 과거를 미화하거나 왕년을 추억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무엇이, 왜 바뀌었는지 이해하고 싶을 뿐이다.

마주한 변화를 곱씹고 이해하는 과정은 앞으로 다가올 오십대, 육십대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막연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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