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마치며
하루에 4시간씩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학원에 가는 것은 꽤 고된 일이었다. 특히 오랜만에 이렇게 오랜시간 서서 있어본 것 같다. 예전에 카페 알바는 도대체 어떻게 한건지 신기할 정도였다.
사실 커피를 배워야 겠다는 생각은 카페 알바를 했던 때였다. 작은 지역 커피 체인점이었는데, 커피를 내리는 건 매니저 이상 직급으로 어느정도 수업을 수료해야만 가능했다. 스무디부터 빙수까지 커피메뉴보다 훨씬 더 많은 메뉴를 만들면서도 정작 내가 좋아하는 커피는 못내리는게 괜히 아쉽고, 솔직히 조금 서러웠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 커피체인점 대표님은 커피에 진심이었던거 같다. 원두도 맛있어서 점심시간이면 길게 줄섰던 것으로 기억한다)
언젠간 꼭 배워야지, 배워야지 하다가 덜컥 마음을 먹고 일단 결제했다.
역시 사람은 결제를 해야 가게 된다.
책상에만 줄곧있다가 이렇게 실기 자격증을 하니 재밌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공부해서 따는 자격증은 그래도 아 내가 얼만큼 하겠구나 가늠이라도 되는데, 마치 자동차 주행시험처럼 이건 내가 몸을 움직여서 하는 거라 예측이 잘 되지 않았다. 라떼아트가 특히 그랬는데, 어느 날은 정말 아주 예쁘게 그려지다가도 어느 날은 그리기는 커녕 매번 흘리기 일쑤였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시험을 보는 날에는 손이 떨리고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고생했다.
그래도 재밌었다.
멋진 어른들이 손에 척척 들고다니는 커피가, 매일 살기 위해 마시는 두 잔이, 난 늘 좋았다.
맛없는 텁텁한 커피에 실망하다가도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 황홀하게 행복했다.
나에게 주말은
햇빛이 조금씩 일렁이며 파고드는 거실에서 아빠가 다락다락 가는 원두소리이기도 하고,
보글거리다가 탁 하며 다 끓었음을 알리는 포트소리이기도 하며,
세상 근엄한 표정으로 한땀한땀 내리는 아빠를 보며 픽 웃으며 컵을 놓는 엄마의 옆모습이기도 하다.
그 무엇보다 이 장면이 주말을 포근하게 만들어줬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에 대해 더 알아가는 이 과정이 참 즐거웠다.
그리고 참 싫어했던 나의 예민함에 대해서도 좀 예뻐해주자는 마음이 새롭게 든게 무엇보다 큰 수확이 아니었나 싶다. 예민함을 조금 바꿔보면 섬세한 거니까.
그래서 앞으로 난 그냥 좀 섬세하기로 했다.
그러려니 하면서 커피나 홀짝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