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브루잉
먼저 브루잉은 시험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우리 반은 담당 선생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브루잉에 대해 배울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에스프레소로 향미평가를 하기 전에 브루잉 커피로 먼저 향미평가를 진행하기도 했다.
브루잉(brewing)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드립커피를 내리는 행위를 말한다.
요새 유튜브가 워낙 잘되어있어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일련의 과정에 대해서 알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처음 제대로 배우는 것이라서 신기했다.
무엇보다 가장 신기했던 건 "린싱"이었다.
보통 집에서 내릴때는 커피 필터 위에 원두가루를 놓고 바로 물을 부었는데 그게 아니라, 따뜻한 물(필터의 종류와 경우에 따라서는 차가운 물도 씀)로 미리 커피필터를 적셔주면 원두의 향미를 종이필터가 앗아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커피 필터 옆에 빗살무늬로 된 부분은 그냥 접합부분인 줄 알았는데, 접어야 하는 것도 새롭게 배웠다.
조금 부끄럽게도 나에게 드립커피는 "떼우는 커피"였다.
머신을 놓을 자리도 없고, 밖에서 마시기에는 커피가 금전적으로 부담될 때 마시는, "아쉬운대로 마시는" 커피였다. 그런데 제대로 배우니 이렇게 섬세할 수가 없다.
똑같은 원두를 어떤 사람이 내리는지(높낮이와 힘이 다르므로),
그 원두의 분쇄도는 어떤지,
내리는 데 얼마나 시간을 썼는지,
물은 어떤 종류를 썼는지,
물의 온도는 어떤지에 따라서 맛이 달라진다.
달라지는 맛은 미묘하게 다른 것이 아니라 확연하게 다르다. 특히 산미부분이 아주 다르게 느껴진다.
그리고 똑같은 원두와 똑같은 온도로 내렸는데 전문가인 선생님이 내린 커피를 마시면..비유 하자면 아주 뾰족한 원석상태의 돌이 매끈한 돌이 된 것 같이 밸런스 있게 혀에서 맴돈다. 이렇게 변수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니 과학실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또 원두의 산지에 따라 달라지는 특성을 느껴보는 것도 즐겁다.
산지마다 특징이 다들 독특해서, 마치 혀로 하는 세계여행 같다.
브루잉에서 린싱 말고도 새로 배운게 있다면 "블루밍(blooming)"이었다.
이건 커피를 고루 물로 적셔서 30초 정도 기다려주는 행위를 뜻한다.
꽃이 피는 것도 영어로 "blooming"이다.
사람도 꽃도 원두도 멋지게 피어나려면 기다려줘야 하는 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