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꺼삐 주식회사>
테이블 우측에 놓여 있는 작은 어항에 변화가 생겼다. 오늘 옆부서에 근무하는 직원이 찾아와 물고기 몇 마리를 갖고 싶다는 말에 가지고 있는 물고기의 반을 선물로 주었다. 미리 준비해 놓은 커다란 투명 플라스틱 컵에 물을 따르고 조심스럽게 물고기를 옮겼다. 몇 년을 키우면서 물고기의 개체수도 늘었다. 처음엔 물고기를 주고 나면 어항이 비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막상 실행하고 나니 그렇게 어색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그가 다시 찾아와 어항에 있는 수초도 조금 얻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래서 나는 어항을 들고 싱크대로 가 내친김에 물도 갈아주고 수초의 반을 잘라 그에게 주었다. 분명 반이 사라진 것이지만 어항은 많이 달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반을 들어낸 지금의 모습이 마치 미용실에 다녀온 듯 단정해 보였다.
많은 일들이 스스로의 계획대로 움직인다 하기 보다 우연으로 그리고 다른 이유로 변화의 기회가 찾아오는 것 같다. 사실 나는 2년 가까이 어항을 바라봤지만 이것에 대해 복잡하거나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로 2년 전 처음 물고기를 기르던 시기로 다시 돌아간 듯한 기분과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반이 사라졌다고 비어 보이거나 부족함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 과하지 않고 어울리는 모습이 된다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다.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서도 이처럼 정기적으로 비워 내야 하는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생각들에 대해서도 2년마다 비우고 새로운 것으로 채워도 좋을 것 같고, 가지고 있는 취미도 같은 주기로 바꾸어 봐도 괜찮을 것 같다. 우리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시점에는 시간이 무한하게 느끼는 듯한데 차라리 2년이라는 시간을 유통기한 사용기한으로 정하고 집중하고 즐겨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