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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Sep 12. 2024

‘바람 쐬러 간다’는 말을 더 맞지 않을까?

<뚜꺼삐 주식회사>


부모님께 전화를 받고 잠깐 다녀왔다. 긴 시간동안 고민해 오던 여러 생각들에 대해 결론을 얻고 싶었다. 나는 그동안 집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면서 이전과 다른 또 다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2년전 부모님은 고향집과 땅을 정리하고 시내에 새집으로 이사를 했다.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우리는 부모님의 새로운 출발에 응원을 했고 바람대로 잘 적응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았다. 아버지는 민감해지고 감정의 기복도 컸다. 처음엔 잠시 겪는 불편 정도로 여겼지만 어느 듯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 결국 내가 한번 다녀 갔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여기서 더 이상 못살겠다는 말을 하셨다. 


차를 운전하며 오디오북을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또 도움이 될 게 없을까 하는 궁금증 반 기대 반이었다. 그렇게 나는 조승리 에세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들었다. 그런데 그의 글은 모든 것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의 글에는 ‘글을 읽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길을 찾아갔다.’ ‘경치가 너무 아름다웠다’와 같은 단어들로 가득했다. 나는 그가 시각장애인이라 시각적인 부분을 표현하지 못하고 공백으로 비어 놓을 거라 생각했는데 풍부한 시감각을 보고 많이 놀랐다.


아니 이것은 나의 무지에서 시작된 오해였다. 그가 제일 하고 싶다는 것에 나는 다시 한번 놀랐다. 그는 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고 그곳의 경치를 보고 싶다고 했다. 누구나 똑 같은 욕망이 있는데 나 스스로 미리 선을 긋고 다르게 반응한 것 같아 부끄러웠다. 갓난아기부터 100세 노인까지 모두를 놓고 볼 때 ‘여행 간다’라는 표현보다 ‘바람 쐬러 간다’는 말을 더 맞을 것 같다. 


집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해본다. 답답함이나 닫힘이 없는 바람 쐬러 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집이면 좋겠다. 부모님에게도 집이 같은 것이길 바란다. 그래서 자식들에게 눈치보지 않고 기분 좋게 지낼 수 있는 이전의 모습을 원하는 부모님에게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게 해드렸다. 그들은 우리가 걱정하지 않게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살기로 하면서 자신들이 바라는 집을 다시 찾기로 했다. 집과 부모에 그들의 온전한 생각과 바람이 깃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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