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로 더 많은 것을 얻는 기분을 느끼다
<뚜꺼삐 주식회사>
제때 끝나지 않는 여름은 몸을 더욱 지치게 하는 것 같다. ‘이제 가을이다’하며 버티던 것도 이젠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날씨가 더우면 무더위라 하는데 여기서 ‘무’란 무엇일까? 무한(無限)의 뜻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추운 겨울에는 왜 사용하지 않는 걸까? 무더위, 무제한, 무작정, 무진장은 있지만 무추위는 없다. 그런데도 이젠 무추위가 기다려질 정도다.
5월 홈페이지를 오픈하여 처음 맞이하는 추석에 작게나마 인사를 하기로 했다. 새로 만든 홈페이지에 소중한 자료들을 업로드하게 해준 많은 분들에게 형식적이라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작은 추석 연하장을 만들어 보내는 것이었다. 대신 평범하지 않은 것으로 말이다. 이것과 관련해 생각은 일찍 했지만 지인에게 부탁하여 만드는 게 마땅치 않아 고민하느라 몇 주를 보내야 했다. 그러다 추석을 1개월 남짓 남기고. ‘두꺼비 하나 그려주세요’하고 김잼 작가에게 연락을 했다. 그러나 미리 예약을 받아 작업을 진행하는 작가이기에 추석 기간에는 일이 많아 내가 원하는 기간까지 마치기 힘들다 회신을 받았다.
내가 두꺼비를 직접 그려볼까 고민도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다른 작가에게 연락해 두꺼비를 그리는 것을 다시 부탁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는 고민을 하다 이 일을 원론적으로 다시 생각하고 해결해 보기로 했다. 나의 처음 생각은 추석 연하장에 추석의 평범한 이미지 대신 dkb 즉, 두꺼비를 그려 넣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꼭 두꺼비를 넣을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래서 계획을 바꿔 홈페이지 만드는데 도움을 준 분들로 채우는 것으로 바꾸었다. 브랜드의 로고와 대표 이미지를 아이콘 형태로 만들고 이것을 한데 모았다. 이렇게 하니 작은 포토라인을 연상시키는 제법 괜찮은 추석 연하장이 되었다. 이렇게 만든 추석 연하장을 늦지 않게 100개 남짓한 업체에 보내는 것으로 작은 감사를 대신했다.
처음 이 일을 기획했을 때는 어떤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추석 인사를 하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하던 일을 마무리한 것 같아 특별하게까지 느껴졌다. 심지어 다음 명절을 기다리는 것이 설레기까지 했다. 인사를 한다는 것은 내가 상대에게 도움과 이득을 보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번에는 내가 인사를 하고 내가 즐거워하면서 내 스스로가 더 많은 것을 얻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