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사건, 그것이 시작이 되고 커다란 황소가 된다
<뚜꺼삐 주식회사>
시작의 기준을 어디에 두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 이것은 하나의 사건이 계기가 된다고 본다. 마치 조용한 새벽을 열고 한줄기의 태양빛이 나오면서 아침이 시작되고, 출발선에 선 선수들이 탕~ 하는 출발 신호에 맞춰 기다렸던 달리기가 시작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그 전까지는 이 시작에 대한 어떠한 전조도 없었지만 한번 시작된 일은 빠르게 진행되고 여러 변화들이 찾아온다. 마치 이것이 하나의 정설처럼 말이다.
나의 1년전의 시작도 이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내가 건축 홈페이지의 구상을 작년 이맘때 시작했으니 벌써 1년이 되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건축 홈페이지를 만들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나는 그저 막연하게 그리고 나중에 건축과 관련된 일을 해야지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건축과 관련된 글을 쓰고 준비를 하던 중 한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고 그 사건이 홈페이지와 관련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 그 일이 없었다면 나는 다른 어떤 생각은 물론 어떤 시작조차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동화 속 스토리처럼 나는 한 사건을 계기로 시작한 여행에서 좁쌀 한 톨이 어느새 쥐로, 그리고 쥐는 고양이로, 또 고양이는 개와 당나귀를 거쳐 마침내 황소로 바꿀 수 있었다.
나는 몇일간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을 잠시 멈춰 세우고는 1년의 과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시작에 대한 놀라운 변화들에 대해 생각했다. 과연 그때 내가 시작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현재의 많은 결과와 변화는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시작은 분명 잘한 일이다. 이젠 사람들을 만나도 예전과 다른 모습이다. 얼마전 정년 퇴직을 준비하는 직원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나는 ‘네’ ‘그렇군요’ 같이 상대가 하는 말에 맞장구를 치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는 정년을 걱정하는 상대에게 내가 생각하는 여러 계획들을 이야기해주고 그에게 새로운 시작을 건의했다. 물론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상대를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이것을 계기로 새로운 시작이 조금은 쉬워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시작과 관련해 더 많은 상상과 도전이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홈페이지에 대한 새로운 시작을 시작한지 1년이 되면서 나는 또 다른 시작을 해보고 싶어졌다. 홈페이지에 어울리는 또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내가 새롭게 선택한 것은 달리기다. 나는 달리기를 거창하게 하는 대신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예전에 열심히 달리고 연습하던 것을 무슨 이유인지 멈추었는데 이것을 다시 시작해 보기로 했다. 새로운 시작만큼 멈추거나 실패한 것을 다시 시작해 보는 것 역시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어쩌면 이렇게 다시 시작하는 것이 더 큰 노력이 필요하고 가치가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대회도 찾아다니고 성과도 냈던 과거를 나의 몸이 기억하진 못하겠지만 나는 1km씩 늘려가며 다시 달려 볼 생각이다. 내가 건축 홈페이지와 함께 달리고 있을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