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꺼삐 주식회사>
무의식이 원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늦은 시간 피곤함에 낮잠을 자게 되었다. 다시 일어났을 때는 피곤함이 더해져 게을러졌다. 운동을 가야지 하고는 30분만 쉰다는 게 그만 일을 그르친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한참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원래의 몸 상태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렇게 처음엔 평범했던 산행이 야간 산행으로 바뀌었다.
산행 역시도 순조롭지 않았다. 등산 스틱이 지난번 비를 맞아서인지 펴지지 않았다. 긴 시간을 이리저리 시도해 보고 용도 써 보았지만 꼼짝도 않았다. 그리고 산을 반쯤 오르자 힘이 들어 더 이상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산을 오르면서 포기한적도 없고 이렇게 앉아 쉬어 본적도 없었다. 나는 길가에 보이는 벤치를 찾아 앉았다. 그리고는 한 번쯤 실패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며 천천히 산을 내려왔다.
분명 나는 산행을 포기했는데 그래서 산을 다 오르지 않고 내려왔는데 산에서 내려오자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다시 산에 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든 것이다. 조금 전에는 힘들어 포기했던 일을 다시 도전해 보고 싶어졌다. 나는 망설이다 다시 산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올라가다 힘들면 다시 내려오면 되지 하며 지금 내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다시 오르는 산은 다행히 이전처럼 힘들지는 않았고 그래서 이번에는 어려움 없이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왜 처음엔 힘들어 포기를 하고 다시 도전했을 때는 아무렇지 않게 오를 수 있었는지 이유는 알지 못했다. 혹시 고민 때문이었을까?
사실 8월로 2분기에 접어든 홈페이지에 대한 생각과 함께 부모님에 대한 우려가 요즘 부쩍 늘었다. 홈페이지에 대해서는 고민이라기 보다는 어떤 새로운 도전을 더할 것인지에 대한 것으로 꾸준히 실천하면 된다. 그러나 요즘 부모님이 느끼는 불편함이 커진 것 같아 부모님을 이사시킨 것이 옮은 일어었는지에 대해 고민이 많다. 2년전 부모님은 연세가 있으셔 시골 생활을 정리하고 시내에 집을 지어 이사를 했다. 물론 이전에도 이것이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더 심각해져 가는 듯하다. 평생을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삶을 은퇴하고 새롭게 시작했지만 긴 시간동안 길들여진 원시적이라 할 수 있는 본능에 자유롭지 못해 보인다.
계획이 좋았어도 결과가 나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결과가 나쁜 것에 대해서는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 언제든 다시 생각해 보며 좋은 것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무의식에서 나오는 여러 원시적인 것들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는 긴 시간동안 어두운 산길을 걸었고 또 내려올 때는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커다란 바위 위에 않아 긴 사색에 잠겼다. 낮이었다면 급한 마음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바로 내려갔겠지만 이번은 배낭을 내려 놓고 몸을 뒤로 젖혀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그리고 느꼈다. 생각도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또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내것이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