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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을 파는 잡화상 Sep 19. 2023

폐가

오래된 서랍POETIC

    

산-번지수를 품은 집들이

골목길에 엎드려 오래된 미래를 펼쳐 두고

밤이면 비탈길로 내려와 마음을

해머로 무너뜨린다


버려진 집들이 아우성치는 소리

하루에도 몇 번씩 바람과 벽의 싸움이 일어나는 곳


골 밀도를 잃어버린 벽들은

바람 숭숭 넘나들자

엑스레이에 찍힌 뼈처럼

하얗고 검은

몸속의 인(燐)을 인화한다   


강북 뉴타운 개발로 통고받은

거기


뿌리내리기 위해 심어 둔 채송화 봉선화 시들어갈

어느 밤

쓰러져가는 집들을 한사코

이빨로 물고 버티던

문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문설주가

무너지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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