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풍경_정끝별
겁 많은 여자의 영혼은 거대한 포도밭
나는
아무도 거닐지 않는
내 황량한 포도밭 언저리를 오가며
적당한 기다림을 베푸는 하고많은 당신과
노래가 되지 않는 하오와
비 바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봄이 무르익고
포도나무 잎새 그늘
포도나무 뿌리, 더 땅 속 깊이에서
홀홀 단신 출렁이는
내 사랑은 보이지 않아
그렇게 걷잡을 수 없이 뻗어가
그 길로 단맛 드는 하체
포도처럼 부서지며 기다림도
둥글게 향기가 되는 희망
포도향기는 가벼워 유혹처럼 휘날린다
나는
어제도 여기에 오늘처럼 있었다
가시덤불 덮인 내 울타리 너머
당신은 무심한 잠을 자고
당신을 기다릴 때마다
고압의 푸른 넝쿨로
출렁이는 여기 이 황량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