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주어 고마운 것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아침에 산책을 한다. 귀찮을 때가 많지만 10분 정도만 걷기 시작하면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이내 든다. 혼자만의 시간을 잘 즐겨야 한다. 나에겐 산책이 그런 시간이다. 하면 할수록 더욱 귀하다.
평균적으로 두 시간 정도 걷는다. 거리상으론 10km 정도. 매일 같은 길을 걷는다는 게 그 행위만으로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뒤돌아보면, 이십 대 그리고 삼십 대만 해도 그랬다. 매번 다른 곳을 찾고 똑같은 건 견디지 못했다. 지금은 익숙한 길을 걷는 게 제법 좋다. 길을 걷다가 마주치는 수많은 것들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주는 것만으로 위안이 될 때가 있다.
평소보다 무리해서 걸으면 볼 수 있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제법 흐드러져서 꽤 근사하다. 나는 가끔 오직 그 느티나무를 보기 위해 걷곤 한다. 조금 힘이 들지만 보고 나면 기분이 좋다. 그 어떤 생각도 들지 않고 그냥 좋다. 너무 당연한 사실이지만 나무가 그대로 있어줘서 편안하기도 하고 그날은 조금 더 걸었다는 생각에 성취감이 들기도 한다. 느티나무 바로 옆에는 벤치가 하나 있는데 거기에 앉아 눈을 감고 공기를 느낀다. 요즘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찬 공기가 상쾌하다. 머리가 맑아진다.
조금 무리한 것 같았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면 편안해지는 곳이 있다. 사람도 그렇다. 내가 희생하더라도 만나고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반면에 쉽게 볼 수 있더라도 만나고 나면 마음이 공허해지는 사람들이 있고....
가끔씩은 무리할 필요가 있다. 하루가 너무 평범해지면 인생이 이내 지루해진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조금 더 속도를 낸다. 충분히 쉬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발걸음이 다시 빨라진다. 그럴 땐 이어폰을 끼고 가사가 없는 연주곡을 듣는다. 최근에는 유튜브 <home alone.>의 플레이리스트에 푹 빠져 있다.
혼자 걷는 것을 즐기는 모든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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