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식당이나 해볼까

#모두가 백종원

by 조명찬




식당 오픈을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축하의 말보다는 걱정의 말이 먼저 들려왔다. 쉽지 않은 일이라 걱정하는 맘은 알겠으나 반복해서 부정적인 말을 듣고 있자니 위축이 됐다. 당분간 지인들을 만나지 않거나 안부를 묻더라도 식당을 오픈한다는 얘기는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오픈 후 한 달이 지날 즈음부터 먼저 안부를 물어보는 주변 사람들에게 소식을 알렸다.


-잘 지내고 있지? 회사는?


-사실. 나 작은 식당을 하나 오픈했어.


-엥? 무슨 소리야? 회사는 관뒀다고? 그걸 왜 지금 알려?


매번 같은 대화가 반복됐다. 많은 친구들이 가게에 들렀다. 이런저런 핑계로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을 가게에서 마주하고 있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마련한 공간에서 친구들과 편안하게 얘기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역시 식당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딱 거기까지.

오픈한 지 3개월이 지나자 마음이 조금씩 삐뚤어지기 시작했다. 방문하는 친구들은 여전히 반가웠으나 그들이 하는 말이 마음에 조금씩 걸리기 시작했던 것. 그리 바빠 보이지 않는 매장 상황을 지켜보며 친구들이 나름의 충고를 조금씩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손님에게는 무조건 퍼줘야 해.


-내가 유튜브에서 봤는데 이렇게 하면 안 된대.


-백종원은 그렇게 한다더라.


걱정하는 마음은 잘 알겠으나 자꾸 가게 운영에 관해 가타부타 말을 하니 점점 듣기 싫어졌다. 모두가 전문가였고 모두가 백종원이었다. 심지어 평소 라면 물도 잘 못 맞추는 친구가 유튜브에서 본 레시피를 침을 튀기며 얘기할 때는 이제 그 친구가 더 이상 가게에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상하게 그 친구는 유독 손님이 없는 날만 왔다. 가게에 들어와서는 매장을 한번 쓱 보고는 오늘도 손님이 없네라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을 때는 당장 나가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특히 그 친구가 지인들과 함께 오면 부담스러웠다. 손님도 없으니 자리에 함께 앉아서 얘기하기를 원하는 친구에게 ‘함께 온 지인과의 시간을 방해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피했다. 그가 오는 게 반갑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번져 한동안 지인들이 오는 게 반갑기보다 부담스러웠다.


물론 친구들도 걱정이 돼서 하는 말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오픈하자마자 장사가 잘 됐다면 ‘걱정의 말’은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혹시 그런 말을 들었어도 나는 웃어넘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못난 마음은 다 장사가 안 돼서 이런저런 말도 듣는다는 ‘자격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그리고 마음속에 자꾸 돋아나는 가시를 제거하려고 애썼다.


'책임이 없는 말은 원래 쉬운 법. 나이가 먹을수록 사람들은 충고하길 즐긴다. 그렇기 때문에 친구들의 이런저런 충고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모든 것은 그 말들을 내가 어떻게 소화해내느냐의 문제다.'


결국 나는 그 말들을 조금씩 소화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내 맘대로 할 일이고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일인데 그런 말에 스트레스받을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1년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충고의 말이 사라졌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시간이 해결해 준 것이다. 시간이 해결했다는 것은 그 모든 것들이 말 그대로 ‘기우’였다는 증거다. 나는 친구들의 애정 어린 충고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가끔씩 서운함을 넘어 분노가 일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가게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자 걱정의 말들이 사라지고 믿음의 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결국 나만 혼자 괴로워하고 분노하고 용서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잘되도 내가 잘되고 안 돼도 내가 안된다. 그 모든 책임은 오롯이 나에게 있다. 그러니 주변의 충고에 귀 닫으며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 그래도 친구들의 충고가 너무 듣기 싫을 땐 친구들을 나의 직원이라고 생각했다.


-야. 지금 트렌드가 마라잖아. 메뉴에 마라소스가 있는 걸 넣어야 한다니까!


-그래, 그래. 김 부장. 좋은 의견이네. 좀 더 구체화해서 보고 올려봐.


마음을 조금만 바꾸니 친구들과 웃으며 대화할 수 있었다. 웃고 나니 어떻게든 나를 위해 이런저런 방안을 생각해 본 친구가 고마워졌다. 잘 들어보면 분명히 내가 놓치는 부분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있었다. 아무런 대가 없이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은 많다. 잘 생각해 보면 나도 그 누군가에게 특별한 대가 없이 잘 대해줬을 때가 있었다.


사람들도 그런 마음이다. 그냥 내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 그 뿐이다.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09화식당이나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