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포르투갈 해안길 예비여행자들을 위한 안내서

by 달여리

포르투갈 해안길 안내서를 작성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사실 고민이 많았다. 그만큼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기 때문이었다. 산티아고순례길 프랑스길만큼이나 포르투갈 해안길에 대한 정보도 찾기 쉬운 데다, 큰 틀에서 보면 프랑스길과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해안길 특유의 기상이나 풍경 그리고 세부적인 숙소 정보 정도만이 다르다면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순례길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알고 싶다면, 지난 프랑스길에서 작성한 부록을 먼저 읽어보시라 추천드리고 싶다. 거의 동일하다.



포르투갈 해안길(Camino Portugués de la Costa)은 포르투갈 포르투(Porto)에서 출발해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까지 걸어서 도달하는 약 250~280km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뜻한다. 포르투갈의 수도인 리스본(Lisbon)에서부터 출발하는 '포르투갈길(Camino Portugués)'의 일부이며, 포르투에서부터 해안길(Coastal Route)과 내륙길(Central Route)로 갈리게 되면서 여러 갈래의 길이 파생된 결과이기도 하다. 오래되고 정통적인 순례길은 내륙길이며, 해안길은 이를테면 현대인의 욕구에 맞춰 새로이 정비된 신상길이라 할 수 있겠다. 포르투갈에서 스페인으로 넘은 뒤 곧 닿는 마을 레돈델라(Redondela)에서부터 두 길이 합쳐져 하나로 이어지게 된다.


포르투는 이미 여행지로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으니 시작점으로 가는 방법 따위는 생략해도 무방할 듯하다. 포르투의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포르투 대성당(Sé do Porto)에서부터 길이 시작된다. 산티아고순례길 비석이 떡하니 세워져 있으니 눈치채지 않기가 더 어려울 지경이다. 하루에 20~30km 정도씩 걸어 산티아고까지는 10~11일 정도 소요된다. 프랑스길에 비해 난이도가 낮은 편이며 높은 고도로 오를 일도 거의 없으니 편히 마음을 먹어도 된다. 알베르게 여건도 괜찮은 편이며, 주로 마을과 해안을 지나기에 위험도도 낮다.


뒤로 이어질 포르투갈 해안길 안내서는 프랑스길과 반복되는 내용이 많으므로 최대한 간소히 작성하려 한다. 길을 걷기 위한 실질적 정보보다는 대략적인 길의 뉘앙스를 판단하는데 겨우 도움이 될 정도로만 가볍게 훑은 뒤, 진짜 필요한 정보는 책이나 카페, 구글링 등을 통해 얻으시길 바란다. 그럼, 히뷔고(Here we go)!


<포르투갈 해안길 지도, 출처: Camino Ninja 앱의 구글 지도>





#길의 안내


프랑스길과 동일하다. 노란색 화살표와 가리비 문양, 그리고 그 비석과 표지로 이루어져 있다. 간혹 파란색 화살표도 있는데 이는 역방향을 뜻한다. 통신이 잘 터지는 편인 데다 방향 안내가 잘 되어 있어 길을 헤맬 일은 거의 없다. 필요에 따라 buen camino앱(안드로이드용 링크, 애플용 링크), camino ninja앱(안드로이드용 링크, 애플용 링크)이나 gronze.com(홈페이지 링크, 안드로이드용 맵 링크, 애플용 맵 링크) 등을 적절히 활용하자. 나의 경우엔 camino ninja앱에 나온 포르투갈 해안길 공식 루트를 따라 걸었다. 어플마다 루트가 조금씩 다르니 참고하시길.


<유용한 세가지 어플>


<길 위의 표식들>




#길의 시기


역시나 봄과 가을이 걷기에 가장 좋은 날씨다. 4~6월은 덥지도 춥지도 않은데다 선선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기도 하니 금상첨화다. 잠잠한 바다에 더해 야생화와 초록 들판도 만날 수 있다. 5월 초까지는 날씨가 다소 변덕스러울 수 있으니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9~10월도 대체로 쾌적한 날씨라 걷기에 좋다. 다만 여름 성수기가 끝난 직후라 유난히 길이 조용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뒤로 갈수록 비 오는 날이 잦아지며 안개가 많이 낀다고 하니, 이왕이면 10월보다는 9월이 더 낫다고 할 수 있겠다. 변덕스러운 날씨가 심해지는 겨울철은 세찬 바닷바람과 진창 진흙탕을 견뎌야 하는 데다, 알베르게마저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 도보 여행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반대로 여름철엔 그늘 하나 없는 강렬한 바닷태양에 넘쳐나는 휴양객들과 순례자들로 인해 번잡함이 이를 데 없다. 겨울은 혹독한 날씨 대신 고즈넉함을, 여름은 번잡함 대신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셈. 무엇이 더 좋다기보다 결국 취향의 문제다. 여름과 겨울의 경우엔 모두 사전에 알베르게 여건을 잘 확인해봐야 한다.


<11월의 포르투갈 해안길은 자주 흐리고 때론 가을가을해>




#길의 잠


프랑스길과 마찬가지로 공립알베르게와 사립알베르게가 있다. 마을마다 알베르게 여건이 다르니 걷기 전날이라도 미리 확인해 보고 걷는 게 좋다. 겨울철 비수기엔 문 연 숙소가 적어서, 여름철 성수기엔 빈 방이나 침대가 없어서 숙소 여건 확인은 더 중요해진다. 프랑스길에 비하면 선택지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 편. 부킹닷컴을 주로 이용했고, Camino Ninja 앱이나 Buen Camino 앱에서만 확인되는 알베르게 같은 경우에는 왓츠앱(안드로이드용 링크, 애플용 링크)으로 직접 연락해 예약을 진행했다.


아울러 걸으며 묵었던 숙소에 대한 소개를 간단한 평과 함께 첨부한다. 당시에 매일같이 적어둔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이며, 2024년 가을의 내용이므로 지금과는 상황이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묵거나 들렀던 곳을 모두 표시한 구글지도>


◎1일 차, 빌라 두 콘드(포르투갈)

Pilgrim's Albergue Santa Clara(구글지도 링크)

: 10유로. 상당히 친근하고 상냥한 직원분이 계셨고, 숙소의 컨디션도 상당히 좋음. 아주 작은 주방이지만 요리도 가능함. 와이파이가 느리고(거의 안되고), 오픈이 3시라는 점만 빼면 대부분 만족함. 특히 세탁과 건조가 각 1유로씩으로 매우 매우 저렴하다! 위치도 아주 좋아 주변을 둘러보기에도 좋았음.


<1일 차, Pilgrim's Albergue Santa Clara>


◎2일 차, 마리냐스(포르투갈)

Hostel Costa Selvagem(구글지도 링크)

: 15유로. 매우 깔끔하고, 하얀 이불과 수건을 줌. 샤워실과 화장실이 남녀 분리가 되어 있으며, 세탁기/건조기 각 4유로. 손빨래 시설과 야외 빨랫줄도 있음. 주방에서 요리 가능하고 전체 공간도 나름 넓은 편. 다만 가까운 곳에 마트가 없어 불편하다. 하지만 와이파이도 빠르고 이만하면 만족함.


<2일 차, Hostel Costa Selvagem>


◎3일 차, 비아나 두 카스텔루(포르투갈)

Albergue de Santa Luzia(구글지도 링크)

: 19유로. 와~최고!! 여긴 꼭 묵는 게 좋을 듯. 시간이 허락한다면 며칠씩 묵고 싶을 만큼 좋다. 산을 오르는 계단이 600개라 했나, 걸어오긴 힘들고 푸니쿨라 타고 오면 금방임.(대신 왕복 3유로) 산 정상이라 전망이 끝내주고, 바로 옆에 위치한 성당도 정말 멋짐. 날씨가 좋으면 일몰 일출도 상당할 듯. 심지어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되었는지 시설도 매우 깔끔하고 청결함. 다만 위치가 위치다 보니 식사 문제가 있을 수 있음. 미리 장을 봐 와야 함. 더군다나 와이파이도 잘 됨. 엄청나게 만족.


<3일 차, Albergue de Santa Luzia>


◎4일 차, 빌라 프라이아 데 앙코라(포르투갈)

Guest House D`Avenida(구글지도 링크)

: 17유로, 비수기라 마땅한 숙소가 없는 만큼 딱히 다른 대안이 없었다. 와이파이가 잘 되니 그걸로 만족해야겠지. 작지만 요리 가능한 주방이 있다. 시설이 다소 낡은 편. 바로 앞이 바다라 풍경만은 멋지다. 1분 이내 거리에 코인 세탁방 있음. 하지만 만약 다음의 기회가 있다면 시기를 잘 맞춰 여기보다는 다른 곳으로 가련다.


<4일차, Guest House D`Avenida>


◎5일 차, 빌라 노바 데 세르베이라(포르투갈)

HI Cerveira – Pousada de Juventude(구글지도 링크)

: 19유로에 조식 포함, 체크인이 오후 4시인 점을 빼면 모든 점이 괜찮음. 시설이 아주 깔끔하고, 수건과 이불도 줌. 도미토리방은 2층 침대 2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방 하나당 화장실 겸 샤워실이 하나. 로비에 요리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주방이 있음. 세탁기/건조기 각 3유로이나 고장 중이어서 이용해 볼 수는 없었음.(귀찮긴 하지만 조금만 걸어 나가면 코인세탁방이 있음.) 시설이 호텔급으로, 아주 만족.


<5일 차, HI Cerveira – Pousada de Juventude>


◎6일 차, 뚜이(스페인)

Albergue Ideas Peregrinas(구글지도 링크)

: 17유로. 숙소 컨디션 괜찮음. 하필이면 숙소에서 운영하는 카페가 문을 닫는 날이어서 아쉬웠지만, 그래서인지 손님이 더 적어 조용해서 좋기도 함. 샤워실과 화장실이 적어 성수기 때는 불편할 수도 있을 듯. 깨끗한 편. 3층에 요리 가능한 주방 있음. 휴게실의 쇼파도 편안하고 근사함.


<6일 차, Albergue Ideas Peregrinas>


◎7일 차, 레돈델라(스페인)

Albergue de peregrinos Casa da Torre(구글지도 링크)

: 10유로. 공립알베르게임에도 평이 괜찮음. 시설 만족스럽고, 와이파이도 잘 됨. 세탁기/건조기 각 3유로. 손세탁 시설도 있음. 주방은 있지만 식기류가 없음. 남녀 공용으로 사용하는 화장실 겸 샤워실은 다소 불편. 위치는 정말 좋음. 추천할 만함. 만족.


<7일 차, Albergue de peregrinos Casa da Torre>


◎8일 차, 폰테베드라(스페인)

dpaso Urban Hostel(구글지도 링크)

: 20유로. 공립알베르게로 가려다 몇 개월 전 빈대 출몰 소식이 있기에 두 배 비싼 이곳으로 왔다. 숙소가 크지 않지만 깔끔했다. 침대에 커튼이 있어 혼자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작은 주방은 있지만 인덕션이나 가스레인지는 없어 요리는 불가능. 전자레인지 조리 가능하며, 간단한 식기류들 있음. 별도로 마련된 손세탁 시설이 있고, 세탁기/건조기도 각 4유로로 이용가능함. 바로 근처에도 세탁방이 두 군데나 있음.


◎9일 차, 칼다스 데 레이스(스페인)

Albergue peregrinos Caldas de Reis(구글지도 링크)

: 12유로. 평이 좋지 않았지만, 빈대 이슈도 없었고 가격 대비 괜찮을 듯해서 전날 미리 왓츠앱으로 예약해 둠. (사실 포르투갈 해안길의 사립알베르게들이 대체로 비싸긴 함.) 분명 도미토리 침대를 예약했는데, 트윈룸 같은 곳을 주길래 의아해 물어봤더니 괜찮다고 그냥 쓰란다. 싱글 침대 2개가 놓인 작은 방이었다. (손님이 없어서 배려 차원에서 그런 방으로 준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없어 마치 싱글룸처럼 혼자 방을 써서 편했다. 화장실도 깨끗, 요리 가능한 주방, 손빨래 시설과 베란다 건조대까지 다 있었다. 세탁기가 좀 낡긴 했지만 어쨌듯 무료로 사용 가능. 건조기는 근처 빨래방을 이용함. 바로 곁으로 천이 흐른다. 이쯤이면 매우 만족.


<9일 차, Albergue peregrinos Caldas de Reis>


◎10일 차, 파라메요(스페인)

Albergue de Peregrinos de Teo(구글지도 링크)

: 10유로. 너무나도 먼 거리를 걸어와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매우 만족한 선택이 됨. 숲속이라 주변에 식당이나 마트 등의 편의시설은 없지만, 대신 고즈넉함을 얻을 수 있다. 아주 조용하고 쾌적함. 따뜻한 물 잘 나오고, 손세탁 시설과 유로 세탁기/건조기(3유로)도 있음. 침대마다 개인 조명까지! 그러나 아쉽게도 콘센트는 방에 딱 한 군데 밖에 없음. 와이파이도 많이 느린 편. 주방이 있지만 식기류나 조리도구는 없다. 그래도 이 알베르게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편하고 아늑했다.


<19일 차, Albergue de Peregrinos de Teo>


◎11일 차,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스페인)

limehome Santiago de Compostela(구글지도 링크)

: 프랑스길과 연장길을 걸은 뒤 묵은 숙소와 같은 곳. 아파트 형태의 숙소로 50유로 정도. 방의 구조나 층수에 따라 금액이 다소 다르며, 비교적 싼 방의 경우 지하층에 위치해 있음. 이왕이면 햇빛이 잘 드는 방이 좋다. 모든 기구류가 새것에 가까우며, 침대와 침구 역시 기분 좋은 뽀송함을 느끼게 해 준다. 화장실도 깨끗하고 편하다. 게다가 지하 세탁실에서 무료로 세탁과 건조를 이용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 인덕션에 냉장고, 전자레인지에 식기세척기까지 있다. 방에 따라 여건이 다르긴 하지만, 소파에 티브이 그리고 큰 식탁까지 있다. 로비는 따로 없고 현관과 방의 비번을 메신저로 받아 이용하는 방식. 비싸긴 해도 다음의 산티아고가 있다면 그때도 무조건 여기로 갈 생각이다.


<11일 차, limehome Santiago de Compostela>




#길의 밥


프랑스길에서와는 달리, 알베르게에서 커뮤니티 디너를 운영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고 순례자 메뉴가 있는 식당도 생각보다 눈에 많이 띄지는 않았다. 포르투갈 해안길을 걷는 동안 순례자를 환대하는 인상을 거의 받지 못했는데, 정말 그런 건지 착각인지는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포르투갈에서는 대체로 그런 느낌, 스페인으로 넘어오면 달라진다.) 어쩌면 비수기였기 때문에 그런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걸음에만 몰두해 분위기 자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여하튼 식사는 주로 장을 봐와 간단히 해 먹는 경우가 잦았고, 적당한 위치와 시기에 적절히 식당을 만난 때는 외식도 곧잘 섞어했다. 메뉴는 프랑스길과 엇비슷했다. 제철인지 귤이 너무 맛있어 특히 자주 사 먹었다.


<어라? 생각보다 잘 먹었구나, 포르투갈 해안길을 걸으며 먹은 것들>




#길의 예산


이동에 드는 비용을 제외하고, 순례길을 걸으며 들었던 비용에 대해서만 간단히 이야기하겠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물가가 크게 다를 바가 없으니 사실 프랑스길 내용과 거의 동일하다. 심지어 길의 반은 스페인을 걷는다.


쓰는 비용이라고 해봤자 먹는 자는 게 거의 다다. 숙소는 '길의 잠'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알베르게의 경우 1박에 10~20유로쯤 한다. 물론 본인의 선택에 따라 호텔에 묵거나 비싼 호스텔을 이용할 때에는 비용은 얼마든 변동될 수 있다. 식당의 순례자 메뉴의 경우 약 15유로쯤, 카페에서 빵 하나에 카페콘레체 정도를 시키면 3유로쯤 나왔다. 물 1.5L 1유로 미만, 싼 와인도 역시 1유로쯤이면 살 수 있다. 저녁 겸 아침 거리를 장 볼 땐 대충 5~10유로쯤을 썼다. 적게 쓸 땐 3~4유로일 때도 있었고. 세탁기나 건조기 비용은 그야말로 천차만별, 대충 1~4유로 사이다.


<레돈델라로 가던 새벽, 문 닫힌 가게 앞에 앉아 바라본 아침 노을이 참 좋았다>




#마치며


많은 사람들이 쉽고 편하다고 말하는 포르투갈 해안길임에도, 솔직히 힘들었다는 느낌이 강했다. 걷기의 끝물이라 그런지 꽤나 지친 데다, 기대했던 바닷길보다는 마을과 숲속을 통과하는 일이 의외로 더 잦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겨울로 접어드는 무렵이라 비도 자주 내렸다. 다행히도 춥진 않았지만, 축축함은 정말인지 걸음에 쥐약이었다. 걷는 동안에는 적어도 포르투갈 해안길만큼은 다시 올 일은 없겠구나 싶었다. 실망했고 다소 지루하다 느꼈다. 어쩌면 좀 삐졌다.


그럼에도 매료된 장소와 순간들은 있었다. 뚜이의 풍경과 골목이 그랬으며, 레돈델라로 가던 그 삭막한 새벽의 길 위로 펼쳐진 아침노을이 그랬다. 첫날 빌라두콘드의 일몰과 마을 풍경은 또 어땠으며, 비아나두카스텔루의 산 위 알베르게에서 보낸 하룻밤은 더욱이 얼마나 환상적이었는가. 몇 번의 무지개와 길에서 만난 고양이들을 기억한다. 뜻밖의 황송한 대접들을 만났고, 푸르고 노란 장면들이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렇네. 길이 참 아름다웠구나. 지쳐 못내 인정하지 못했나 보다. 이제와 돌아보니 이 길이 마음에 들었다.


맞네. 정말이네.


미리 예정했거나 예정하지 않았거나, 걸을 길을 모두 다 걸었다. 걷고 싶었던 마음이 아직 남아 놀랐다. 걸음이 이것으로 완전히 끝나지 않았음을 은연중에 예감할 수 있었다. 그 '다음'이 있기 전까지 비수기의 비수기가 이어지겠지. 그날이 오기까지 시간을 엮으며 기록을 어떻게든 정리하며 또 쌓아가려 한다. 걷든 걷지 않든, 모두를 응원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련다. 일단은 75일간의 1,630km의 대장정은 여기서 막을 내린다.


Bom Caminho,

Buen Camino!



<이제 하산합니다.(영상은 비아나두카스텔루에서 탔던 푸니쿨라)>




* 비수기 4편, 산티아고순례길-포르투갈길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동안 함께 걸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 브런치 북으로는 여행에서 돌아와 걸은 제주 올레길 이야기 비수기5. 재완주, 제주 올레길(3/16부터 주 2회, 월/수 오전 8시)과 빈칸처럼 내버려 둔 비수기 그 사이의 여행 이야기를 담은 비수기 사이, 그 별일 없는 여행a(3/20부터 주 1회, 금요일 오전 8시)를 동시에 연재하고자 합니다. 구독라이킷으로 따뜻한 발걸음을 남겨주세요. 큰 힘이 된답니다. 그럼 다음 주부터 두 개의 새로운 브런치북으로 만나 뵙겠습니다. 그럼 이만. 뜨거운 불금,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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