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며, 돌아가다

네 개의 트레일 1,630km 걸음을 모두 마치며

by 달여리

7일간의 아일랜드 위클로웨이 130.6km,

17일간의 영국 코스트투코스트(CTC) 351.7km,

35일간의 산티아고순례길 프랑스길 773.6km와

5일간의 피스테라-무시아연장길 116.8km,

11일간의 포르투갈 해안길 257.0km.


대장정이 이렇게 끝이 났다. 문득 걷고 싶어 걸었고, 걸을 만큼 걸어 마무리로 닿았다. 모두 세어보니 75일간 총 1,630km를 걸었더라. 8권의 크리덴셜과 7개의 증명서 그리고 하나의 메달이 생겼다. 걸음 사이사이로 여행했던 암스테르담, 브뤼셀, 런던, 이스트본, 더블린, 리버풀, 스카버러, 파리는 아득히 먼 옛날일만 같았다. 이제야 막 끝난 모든 걸음도 사실 마찬가지였다. 힘듦은 어느새 옅어지고 추억하는 그리움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이미 전부 과거의 일이 되었다.


무수한 풍경이 곁을 스쳐 사그라들고, 갖은 상념이 떠올랐다 흐려진다. 고통과 웃음, 땀방울과 빗방울, 뜨거움과 차가움이 기억에 맺혔다 이내 흘러내린다. 남은 것이라곤 수만 장의 사진과 매일 쓴 한 편의 글 그리고 한 조각의 그림뿐이었다. 변한 건 겨우 몸무게 정도가 되려나. 떠나기 전부터 그러리라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걸로 됐다. 충분히 만족한다.


걸음을 잠시 닫고 왔던 곳으로 곧 되돌아간다. 걷는 동안 걷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고, 띄엄띄엄인들 앞으로도 어디론가 계속 걸어 나가지 않을까 싶었다. 무엇보다 걷고-쉬고-먹고-자고 또다시 걷는 그 단순함이 좋았다. 되도록 머지않은 때를 맞춰 그 길 위로 재차 몸을 뉘고자 한다. 걸음은 느리고 힘들며 대개 티 나지 않고 때로는 제한적임에, 비수기를 닮았다. 앞으로도 이 비수기가 끝나지 않기를 희망하며, 여기서 마무리할까 한다.


그때까지 안녕.





*그동안 오래 함께 걸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비수기 4편, 산티아고순례길-포르투갈길은 이번 주 금요일 오전 8시에 업로드될 '부록 편'을 마지막으로 끝맺음됩니다. 앞으로는 제주의 일상으로 돌아와 걸은 제주 올레길과 매달의 한라산 이야기, 그리고 빈칸처럼 내버려 둔 비수기 그 사이를 잇는 나머지 여행 이야기를 차례로 이어 나가보려 합니다. 구독라이킷도 잊지 말아 주세요.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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