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책, 이제 자신에게 맞게 읽어라!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책을 많이 읽으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 그러나 그 누구도 ‘어떻게’읽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단지 ‘얼마나’읽었는지, 독서량에 집중할 뿐 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책 읽는 양’에 집착하는 걸까?
「서울대 도서 목록 100권」부터 「 초등학생 필독 도서」에 이르기까지 빨리 읽는 것에만 집중해 정착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는 무신경하다. 필자 역시 그랬다. 결론적으로 많은 책을 어떻게 읽음으로써 우리가 얻는 것은 단순하게 많은 책을 빠르게 읽었다는 행위뿐이다.
책을 읽는 건 즐거움 자체가 목적이어야 한다. 책을 읽은 양과 방법을 목적으로 삼으면 더 이상 책을 읽는 것이 즐거움이 아니다. 늘어나는 지식의 양만큼 우리는 지혜로워졌는지, 지적으로 풍성한 삶을 살고 있는지데 대해서도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정작 모두 짐작하듯 그렇지 않다. 인간의 뇌가 저장할 수 있는 지식의 양에서는 한계가 존재한다. 속도와 양보다는 내가 마음에 드는 선택을 해야 한다. 다 읽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히라노 게이이치로는 「책을 읽는 방법」에서 ‘슬로리딩’을 강조했다. 저자는 책장을 넘기며 자기 나름대로 생각하고 느낀 것을 앞으로의 생활에서 어떻게 적용해 나갈 것 인가를 생각할 때, 비로소 독서의 의미를 지닌다고 이야기한다. ‘게임에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의무적으로 읽는 독서는 무의미하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읽은 책은 작게나마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깨달은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게 된다.
‘슬로리딩’을 하자면 재미가 있는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읽는 나의 독서가 헛되이 되지 않는다. 필자 역시 진심으로 내게 맞는 책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읽기 싫은 부분을 억지로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읽지 말자. 등산을 예로 들어보자. 산꼭대기 정상까지 올라가는 것만이 등산이라고 한다면 올라가다가 내려오는 사람, 중간쯤에서 텐트를 치고 2박 3일 머무는 사람도 있다. 그들도 분명 산에 올라간 사람이다. 책도 그러하다. 읽으면 잠만 오는 책이나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를 책이라면 과감하게 덮어 버리자.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하는 것도 시간과 노력에 대한 절약이다. 책의 중간쯤만 읽는다고 누가 뭐라 하겠는가? 책을 읽고 드는 생각과 감정은 온전히 독자의 것이다. 그렇게 자신만의 감상을 가질 때, 그 책을 진정한 ‘나만의 책’으로 만들 수 있다.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하다. 책을 읽다가 당장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책장을 넘기는 것을 멈추고 의문을 가져보자. 그 상황은 기억에 남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을 때, 그 구절 속 인물의 감정과 대사가 ‘번뜩!’하고 마음 깊이 이해되는 순간이 찾아오게 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작가의 오래된 울림의 목소리가 독자에게 전달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작가의 목소리가 오랜 시간에 걸쳐 독자에게 전달될 때의 기쁨과 감격은 느껴보지 못한 이들은 모를 것이다.
독서를 하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 책에 따라, 상황에 따라, 성향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자. 옳고 그름은 없다. 다만 자신에게 맞는 독서법과 자신에게 맞는 책을 찾아야 하고 독서양에만 집중하지 말자는 것이다. 내가 아는 작가는 아주 많은 양의 책을 읽는다. 도무지 읽어 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책이지만 성실하게 읽어 내는 것을 볼 때 감탄한다. 반면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작가들도 더러 있다. 물론 작가들에게 다독과 빈독의 옳고 그름을 말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 다만 독서량에 집중하지 말고 독서법, 내게 맞는 흥미로운 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제대로 된 독서를 하고자 한다면, 책에 관한 관심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것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책을 정하고 분량을 정하고 거기에 맞는 시간대도 마련해 본다면 더 나은 독서를 즐길 수 있다. 어딘가에 책을 통해 갈 수 있으며 중요한 것은 결국 우리가 책을 읽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며 해답을 찾기도 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 글을 써보고 내가 소소하게 실행하다 보면 우리의 삶도 더 나아질거로 생각한다.
책의 글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날은 필사도 추천한다. 읽으면서 표시해 둔 부분을 따로 필사하면 읽었을 때와 다른 시각으로 글을 접하게 된다. 그렇게 책을 읽고 필사하면 저자가 하는 말이나 생각에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감동하는 부분도 있다. ‘나는 다르게 생각하는데’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인덱스와 스티키 메모지를 이용해서 붙여 놓는다. 또 한 번 그 책을 읽을 때 다른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생각의 간사함’이나 ‘유연함’이 아니라 ‘짧은 식견의 무모한 판단’이었다고 생각이 들면서 오만한 내 생각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독서 역시 열정만으로는 힘들다.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면서 독서를 매일 한다는 거 열정이 환경을 뛰어넘어야만 독서를 어느 정도로 성공적으로 할 수 있다.
끝으로 요즘은 사람들이 즐거움에 중독(집착)되는 경향이 심하다. 주위의 이런 위화감들을 내 안에서 정화하는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굉장히 즐겁지 않으면 즐겁다고 할 수 없고, ‘큰 소리를 내면서 와글와글한 상태가 계속되면 더욱 좋다는 분위기’가 요즘에 공통된 정화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즐겁다는 것은 어쩌면 오히려 ‘고요하고 차분한 상태’라는 걸 다방면으로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독서를 통해 또 다른 즐거움에 중독되어 보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