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퇴근길에 적은 메모

by 가애KAAE


퇴근길이 겹친 팀원들끼리 서로 가방에 달린 인형 자랑을 하고 있었다. 우리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할머니가 함박웃음으로 우리를 지켜보고 계셨다.


남자애들이 인형 들고 다니면 귀엽다는 이아기를 시작으로 젖살이 아직 안 빠져 포동포동한 볼을 가진 남자아이가 자기 가방만 한 인형을 꼬옥 쥐고 아장아장 걸어 다녔더라는 이야기. 남자 애들이 그러고 다니면 더 귀엽다는 이야기. 자기는 손주를 13년을 키웠는 데, 이제는 손주가 할머니 스마트폰 못 써서 어떻게 하냐고 타박한다는 이야기.

나는 할머니한테 그걸 알려달라는 빌미로 손주 한번 더 보시라고 이야기했다.

같이 있던 팀원은 너는 김장 못하지 않냐고 타박하라는 이야기에 다 같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천잰데?’라고 말했다.


전철을 기다리며 3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할머니는 자기 손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우리에게 한 번에 이해시키셨다.


그리고 나는 외할머니가 보고 싶었다.


식혜 챙겨가라고 만두 챙겨가라고 나 때문에 만두 한판 더 빚었다던 외할머니는 지금 뭐 하고 계실까.

그냥 만두를 사 먹는 나를 보며 안쓰러워하실까.

외할머니가 빚은 만두의 비슷한 흉내라도 내는 가게가 있을까 싶어서 외할머니처럼 고향이 저 위인 이북식 만두집 찾아다닌 건 아실까.

내가 식혜를 좋아하게 된 이유도, 만두를 좋아하는 이유도 외할머니 때문이라는 걸 아실까.

얼마 전에 삼촌이 쓰러진 걸 보고 가슴이 철렁하셨을까.


시험이라고 병문안 안 갔던 나를 병원에서 얼마나 기다리셨을까.


어른 여자라서, 엄마의 엄마라서가 아닌 유일하게 나를 강아지라고 부르던 사람이라서, 그냥 우다다 뛰어가서 안기면 다른 오빠들도 아닌 나한테 큰 강아지 왔냐고 쓰다듬어주시던 할머니가 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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