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은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짤막하게 X(트위터)에 글을 끄적댄다. 그러면 그 글을 Canva로 예쁘게 배경을 씌우고 문장을 다듬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지인들에게 내가 쓴 소설의 일부를 보여준다. 그들은 항상 내 문체가 너무 취향이라고 했다. 하나같이 내가 쓰는 글을 칭찬한다. 이게 그냥 입바른 소린지 아니면 진심으로 나오는 말인지는 상대에게 질문을 하고 아니면 먼저 말해주는 칭찬의 표현 방식을 보고 판단했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 까닭은 가장 어릴 때 스스로 해낸 첫 큰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동네에서 가장 작은 내가. 그리고 남들 다 가는 학원도 못 가고 그냥 놀기만 하던 내가. 선생님들한테 그냥 말 잘 듣고 사고 안 치는 애였던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최초의 인정. 완전한 내 실력은 아닐지라도 담임선생님과 나 단둘이서 만들어낸 최초의 인정.
전교생이 30명밖에 안 되는 외진 초등학교에서 만들어낸 지자체의 주도하에 운영되는 대회의 수상. 나는 내가 썼던 시를 몇 번이고 전교생 앞에서 읽었다. 4학년 때 수상하고, 5학년, 6학년이 되어서도 비슷한 성격의 대회에 참여했고 4학년 때만큼은 아니지만 수상을 해오긴 했다. 못해도 동상 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 안 그래도 소극적인 나는 그게 너무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중학교에 가서는 아얘 시와 관련된 대회에 나가지 않았다.
다시 펜을 든 건 고등학생이 되어서였다. 그냥 문득 다시 해볼까? 하는 충동에 지원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나갔던 그 대회였다. 그냥 평범한 전문계 학생인 내가 문과 애들과 비슷? 혹은 더 높은 상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장 놀란 건 문학 선생님이었다. 그냥 컴퓨터 좀 만지는 전산부장으로 생각하던 내게 본격적으로 해볼 생각이 없냐고 여쭤보셨다.
대학에선 시 쓰던 습관 때문에 문장 하나를 자유롭게 쓰고, 내용을 함축시켜서 몇 번을 다시 읽게 해서 어렵다고 지적받던 글이다. 문장을 쪼개 쓰라고, 미사여구를 삭제하라고, 쓰고 소리 내어 읽어보라고 지적받던 글이다.
그 글이 이제는 잘 읽힌다고 완성본이 궁금하다고 말해주는 글이 되었다. 글은 세상밖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그저 어딘가에 잠든 몇 KB, 몇 GB 짜리 데이터다. 자꾸 빛을 볼 수 있게 꺼내주고 사람들과 대면해야 더 성장하는 글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바빠지면 멈칫할 다짐이라고 해도 내가 책장에서 책을 단 하나도 남기지 않고 버리는 순간이 온다고 하면 사라질 그럴 숙제 같은 다짐.
그리고 지금. 다시 펜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