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주 차
너무 오래간만에 평안하다.
특별한 감상이 없는 날이었다. 한 주만 더 있으면 정확하게 이 회사에 들어온 지 한 달이 된다.
운동을 못 가고, 야근을 병행 한지 2주 차가 되었다. 물리치료 해야 할 무릎은 여전히 삐걱대고, 병원에 갈 시간은 없고, 나는 너무 피곤했다. 회사가 여전히 내게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아 부담스럽지만 이상하게도 저번 주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편안했다. 주말 중 하루는 정말 늘어지게 아무것도 안 했고 영화를 보면서 잡생각을 했다가 곧 쓰레기 장이나 다를 게 없어질 집을 정리하면서 내 생각도 정리했다. 갑자기 격하게 밀려온 자기혐오를 글자로 뱉어내고 개운하게 한 주를 시작했던 게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호르몬의 농락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게 끝나서 그럴 수도 있다.
화요일에는 Flutter Korea 2025 연사자 뒤풀이를 참여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캐릭터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가지 주제에 6명이 각기 다른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고, 다른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이런 커뮤니케이션이 너무 흥미롭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내 주장이 너무 강해서 듣는 습관을 조금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 달이면 슬슬 내년 목표를 생각해야 하는데 이것도 좋은 항목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내 입으로 말한, 이 이슈 해결한 다음에 하시죠를 진행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일단 부랴부랴 GPT로 내 투두를 정리하고, 레퍼런스들을 참고하고 고민해서 진짜 회사가 내게 기대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어야 하는 것이다. 다음 주가 되면 입사 한 달인데, 한 달이 되기 전에 먼저 내가 말을 꺼내는 것이 맞으니까 이젠 진짜 움직여야 할 것 같다.
생각보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많다.
직출했다 사무실에 오신 이사님이 쌓인 알림 들을 보시더니 말씀하셨다. ‘이 이슈는 미팅 잡으셨어요?’ 알아서 나한테 요청할 거라고 생각했던 일이 사실은 내가 움직여야 했던 일이었다. 사실 아직도 이게 왜 내가 먼저 요청하는 건가... 싶다. 일단 데드라인은 명확하나 움직이는 사람은 없고, 어차피 나한테 떨어질 일이려니 하고 진행했다.
QA를 보냈다가 이슈가 계속 돌아왔다. 정확히는 새로운 이슈들이 계속 나타나 나에게로 돌아왔다고 하는 게 맞다. 금이가고 구멍 나서 물이 새는 항아리인 이 이슈를 어떻게든 더 큰 항아리 안에 넣어서 물이 새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게 내 역할이었다. 다행이라면 이렇게든 저렇게든 대응할 방법이 떠올라서 시도를 즉각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드디어 이제 뭘 좀 해볼까? 하는 시도들이 회사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책임님 이런 이슈는... 이라면서 물어보고 대응책을 논의하는 과정들이 계속 반복된다. 문제는 아직 논의만 하고 액션을 취하지 않아서 이러고만 있으면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다는 점?
면담 아닌 면담도 했다. 나는 회사를 신중하게 고르고 더 성장할 수 있는 곳에 남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람 스트레스가 심한 편이라 나도 최대한 안 받으려고 노력하지만 이런 분위기라면 업무를 더 진행하는 걸 고민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다행히 상황을 인지하고 계시고 같은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물론 본인도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리고 반대로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불만이 많은 상태니 편하게 이야기하라고.
나는 이 회사에서 얼마나 어떻게 다닐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폭풍의 가장자리에서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히 알겠다.
이제는 어질러진 것들을 모아 차곡차곡 쌓고 꽁꽁 감싸서 저 우물안에 던져두자. 지금은 그런 것들을 꺼낼때가 아니야. 버티자가 아닌 해내자라는 말을 해야한다고 하니, 해봐야지뭐